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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났다’ 대리 만족

이승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1/17 [14:03]
                     
 
“A군이 2013년 전국 ‘행정(재경)고시’ 75인에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 ‘와룡리(臥龍里)’ 가양 사람들 대리 만족에 춤출 일이 생겼다. 조선 500년 이래 이 마을에서 대과(大科)에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었으나 지금은 ‘용’도 ‘개천’도 ‘속담’도 점점 사라지는 판국인데 ‘개천에서 용이 났구나!.’ 통쾌하게 외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고시 합격자 A군 아버지(희갑:1957년생)는 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 비집고 서울에 들어가 도봉산 비탈길 김춘회 가게에서 쌀 배달하며 지내다 낳은 아들이 바로 ㅅㄱ군이다. 가난을 들추려는 게 아니라 하도 기뻐 몇 마디 부언한다. 할아버지 종철씨는 일정시대 호카이도(北海道)에서 노동하다 해방되어 돌아왔으나 곧 닥친 6‧25전쟁 중에는 제주도 배고픈 신병훈련소를 거쳐 참전한 용사이었다. 원래 산막 외딴집에 살면서 자기 일보다 남 일을 더 많이 했던 중노동자는 어려서부터 망그러진 몸 오래 살지 못했으니 식구들 살길 찾아 객지풍산을 했으니 애절한 얘기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70여 년 전 음력 10월20일 이 집에서 차린 시제 때 떡 얻어먹으러 갔던 그 자리에 1994년 ‘봉학재(鳳鶴齋)’ 기와집 재실이 섰고, 삼강(三江) 임익철씨가 기문(記文)을 부탁하기에 쓴 졸문(拙文) 중 ‘청학서송(靑鶴棲松)’ 표현이 있다. 이무렵 고시 합격자 ㅅㄱ군은 겨우 열 살이었고, 20년이 지나 족보를 펴보니 우연이겠지만 합격자를 두고 표현 한 듯 해 감개무량하다. 

이 동네가 ‘와룡(臥龍]:누운 용)’이고, 산 이름 역시 와룡산(臥龍山)이라 옛날부터 ‘벌떡 일어나 나는 용 나오기[飛龍]’를 은근히 바랐는데, A군이 드디어 해낸 이 사실이 시골농촌 경사 아닐 수 없다. 올해가 마침 화산면 이름 100년이라 겹경사 자랑스럽다. 합격자 어릴 적 별명이 ‘똘똘이’었단다. 이름에 ‘승(勝:이길 승)’자 들었으니 가난 물리치고 ‘이긴 게’ 분명하다.

지세 지명대로 ‘누운 용 승천(昇天)’이다. 어머니 박공자(朴公子)씨와 고향 지킴이 3촌 희봉(熙奉)에게도 기쁨이 함께 하기 바란다.

전 같으면 조부 귀나(종철) 고인 와룡산 무덤 앞에 입신양명 효죽(立身揚名 孝竹)이 꼽히고 고유사가 따랐다. 동구 앞에 <펼침 막>이 내걸려 오래오래 나부꼈으면 좋겠다. esc2691@naver.com
 
*필자/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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