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음악 트로트에 대한 긴 기고를 끝내며 이제 몇 가지로 말을 정리해 보자. 우선 기존의 익숙한 트로트 포맷은 시장이 여전히 존속해 있으므로 그대로 재생산 방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메들리는 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용이해야 하고, 관광 등 그것의 목적에 더 잘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천편일률적인 형식과 음향의 반복은 차세대 예비 수용자들에게 고루함을 주며 메들리 음악에 대한 반발과 한계를 고착화 시킬 염려가 있다. 쉬운 전략은 편안하지만 영원히 그곳에 고여 있게 한다.
두 번째로 기존 트로트 시장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전략적으로 색다른 캐릭터를 부여하여 이슈와 트랜드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노래가 노래로 그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것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래가 공유되어 기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 트랜드 즉, 유행이다. 유행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노래는 의미가 없다.
다른 견해도 있지만 좋은 사례로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들 수 있다. 차별화 되는 치밀한 기획과 프로모션 그리고 추진력으로 확실하고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하며 유행을 만들어냈다. 순간의 폭발력에 의한 이슈의 집중과 치고 빠짐은 물론 노련한 기반 위에 트랜드를 만드는 능력도 문화 산업에서는 둘 다 놓칠 수 없는 경영 기술이다. 기존의 안이한 전략은 상상력의 빈곤을 증명하는 것이며, 트로트 시장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된다.
세 번째로 장르를 넘나드는 유연함과 실험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중장년층 전유물로서의 올드장르인 트로트풍은 한국 대중가요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그럼에도 지금은 오히려 대안 찾기가 시급해진 트로트 업계보다 타 대중음악 장르에서 주체적으로 차용, 융합하고 있다. 이미 아이돌 세대에 맞는 트로트 팝(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이나 개그의 소재를 차용한 코믹 트로트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장르의 편협성은 한류의 발전과 유지에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돌 위주의 곡들이 아무리 성공하고 있다 하더러도 동종교배식 반복은 결국 자멸한다는 위기감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들 구성원들의 실험성과 실용적 상업성으로 인한 하이브리드(hybri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가 합친 것을 말함) 장르로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음악적 발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이런 실천이 전제하지 않는 현상 유지를 위한 게으름은 언제든 고사될 수 있다.
장르의 융합은 주수용자층의 경계 허물기와도 직결된다. 다시 말하면 트로트도 현재의 주요 소비자층을 넘어 폭넓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범용 장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범세대 마케팅의 최근 사례를 영화 분야에서 보면, 사회 정의적 공감대 형성(변호인)이나 세대를 치환하며 넘나드는 판타지(수상한 그녀)물 등에서 세대별 관객의 전형적 구분을 허물고 있다.
트로트 발라드나 네오 트로트, 세미 트로트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한층 진화된 새로운 도전으로서의 창의적 노력과 실험성이 그 언제보다도 필요할 때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아니다. 발명이 필요를 창출해 나간다.
네 번째는 아예 궁극적으로 새로운 장르의 창조다. 아프리카 아메리칸 흑인들에 의해 재즈나 락앤롤, 블루스, 힙합 등이 만들어진 것과 같은 의미에서다. 그들의 역사적 굴곡과 감성은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한반도라는 지역적 특성과 사람들에 의해 지금의 트로트 또한 그 속에 가지고 있는 인자가 분열하며 다른 사고와 경험, 미학적 방법론과 융합하여 어떤 새로운 이름을 가진 음악의 모태가 될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사물놀이가 그것이다. 이것은 1978년,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악을 현대화 시켜 새롭게 장르화 시켰다. 또한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서커스 스타일이지만 각기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며 전통적 서커스 요소와 함께 무용, 세트, 음악, 코미디 등이 혼합되어 새로운 공연 장르를 열었다.
위기를 기회로
CD 한 장을 만들어 발매하기까지는 많은 전문 인력과 자본이 들어간다. 이런 노력이 들어간 음반이 불법으로 대량 유통되는 현실에서 법률적 단속과 수용자들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홍보 활동은 다시 말하지만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니다.
생각해 보라. 크기나 재생, 보관 등에 있어서 기존의 CD는 수천곡이 들어가 편하게 언제 어디서든 바로 들을 수 있는 SD 카드의 고효율에 상대가 되겠는가. 설사 예외적 기존 방식의 소비자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들도 결국 구입의 기회를 원할 것이다.
트로트 장르는 현재 분명 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위기는 기회로 가기 위한 위태로운 외다리이다. 건너지 못하고 떨어지면 끝이지만 시대 흐름을 잘 진단하고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대처에 성공한다면 더 큰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업이란 위기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는 것에 묘미가 있다.
이 글에서 국내 트로트 산업의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규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용적으로 반론이나 허구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대안과 기회를 생각하고 신념을 확립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일정한 신념을 확립하고 난 후, 실제 기존의 트로트 음반 산업과 확실한 실천적 차이를 가져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트로트 생산자는 창작자다. 그리고 산업 종사자다. 소위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지만 트로트 업계에서 생존과 시대정신을 발현해 가는 사람들이 수만 명은 족히 될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도 생산자들은 현 트로트 수용층은 물론, 다음 세대에게도 트로트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을 더욱 활발히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력들이 트로트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투를 빈다. 트로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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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길
한국전통가요진흥협회 부회장
삼성음반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