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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현실에 왜 쿠사마 야요이인가?

공황장애 처절함을 예술로 승화, 땡땡이 무늬 진수

전옥령 문화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5/12 [10:23]
우리는 한 전시를 통해, 공황장애라는 처절한 현실과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한 땡땡이 무늬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다. 그것은 인간승리의 아름다움이다. 장애를 극복한 치열한 아름다움이라 우리에게 더 큰 위로와 용기로 다가온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장애인의 날 행사가 있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인물로 거듭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쿠사마 야요이 그녀는 극심한 장애를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며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이 더 위대한 것은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 쿠사마 야요이     ©브레이크뉴스

공황장애로 평생을 투병하며 정신질환을 극복하며 예술혼을 불태운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물방울 무늬를 통해 독특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쿠사마 야요이는 회화 뿐 아니라 퍼포먼스, 해프닝, 패션,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강박과 환영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환영’, ‘강박’, ‘무한증식’, ‘물방울 무늬’ 등 일관된 개념은 그녀의 작품에서 꾸준하게 보여지고 있다.

강박적인 물방울 무늬에 대한 집착은 보는 이의 시선을 현실 너머의 세상까지 확장시킨다. 불안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행위에서 나아가 이 세상도 함께 치유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바람처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동을 전해준다.
지극히 평범한 것에 집중하지만, 유쾌한 상상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의 상상속에 ‘꿈’ 과 ‘사랑’이 전해지고 있다.
 
꿈을 꾸며, 꿈속에 살다. 그녀의 아름다운 꿈

 
▲ 쿠사마 야요이  작   ©브레이크뉴스
▲ 쿠사마 야요이  작   ©브레이크뉴스
물방울 무늬, 일명 “땡땡이 그림” 너무나 흔한 소재가 그녀의 정신세계를 통해 예술이 되는 과정과 그 누구도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가간 그녀의 다양한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왜 땡땡이를 끊임없이 그리고 있는가?’

작업의 과정들이 비록 자신의 정신세계에 대한 치유와 관심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표현과 발상은 무궁무진하다. 그녀가 겪고 있는 환영에 대해 쿠사마 야요이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곤혹스러운 병, 불안신경증, 강박신경증과 편집증이 원인. 똑같은 영상이 자꾸 밀려오는 공포, 어둠속에서 언제나 반복하면서 하나의 벽면을 타고 뻗으며 증식하는 하얀 좁쌀 같은 것이 보이면 넋이 둥둥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늘 똑같이 반복하는 평면은 모르는 사이에 나의 넋을 몽땅 칠해버리므로 하나하나 벽에서 끄집어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몸 위에 그것을 붙여 보았다. 귀신에게 빼앗길 듯 싶은 넋은 스케치북 위에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잠깐 낮잠을 잔다. 아, 이것으로 오늘까지 나는 살아있다”
 
그녀가 겪고 있는 강박관념들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쿠사마는 극도로 미세한 제스처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강박증에 시달렸다. 끊임없이 물방울무늬를 그리거나 ‘그물’처럼 보이게 될 때까지 어두운 배경에 금색 쉼표를 나란히 그린 것처럼 증식과 단조로움은 쿠사마의 특징이 된다. 끝없이 증식해가는 세계에 대한 집착과 표면의 확대, 그리고 그에 걸맞은 그녀 자신의 기량과 놀라운 지속력은 강박관념에 대한 극복을 가능하게 했다. 즉 이 강박증은 환각 증세를 직시하여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예술요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정신분열증 환자와 구별되는 이유이자 능력이다. 말하자면 광기를 창조로 전환한 것이다.
 
무한공간, 무한증식의 개념들 조차도 그녀에게는 창작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무한이라는 개념은 광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쿠사마의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어떻게 실제로 무한을 그릴 수 있을까? 쿠사마는 거울로 이루어진 일련의 환경 예술작품을 제작했다. 방안에서 서로 마주보거나 번갈아 놓여진 거울들은 그 그림자가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하여 쿠사마가 환영에 시달릴 때 느낀 것 같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초대형 작품 앞에서 우리는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물방울 무늬들의 진수는 그녀를 더 새롭게 한다.

쿠사마가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하던 무렵 그녀의 눈에 물방울 무늬가 나타나더니 곧 끝없는 망점이 되어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물체에 찍힌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맨 처음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던 자기이름의 알파벳 이니셜을 표현한 무늬는 ‘시각적 도구’가 아니라 환각에서 본 형태였던 것이다. 그녀는 물방울무늬에서 “남성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태양”과 “여성적 생산의 원리를 상징하는 달”의 형태를 보았다. 그녀는 말한다.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 고.
 
작품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호박에 대하여 쿠사마 야요이는 이렇게 말한다.

<호박에 대하여>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인류가 살고잇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가 걸어온 길......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일본 나가노 미츠모토시에서 태어나 1947년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입학한 이후, 1952년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쿠사마는 이 전시를 통해 현재까지 지속해오는 작업의 모티브인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점(dot) 등으로 이루어진 250여 점의 작품을 발표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57년 작가는 뉴욕에 정착하여 회화, 설치, 퍼포먼스와 해프닝 등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고, 1973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뉴욕에서의 작업을 확장시키는 다양한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작가로 선정되어 그 명성을 공고히 하며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한 쿠사마는 1998년 대규모 회고전 <Love Forever: Yayoi Kusama, 1958-1968)이 기획되어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관심 속에 LA주립 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뉴욕현대미술관, 미네아폴리스 워커아트센터, 도쿄 현대미술관에서의 순회전시가 개최 되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국립미술,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모던, 뉴욕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순회하는 회고전을 가졌으며, 2012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LOUIS VUITTON × YAYOI KUSAMA Collection)을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2013년 이후에는 대구미술관이 기획한 <A Dream I Dreamed>전시로 상하이, 서울, 마카오, 타이페이, 뉴델리 등 아시아 주요 도시의 순회전을 통해 대표적 근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현실 너머에 있는 꿈을 단지 환상이나 이상에 매어 두지 않는다. 현실 너머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애써 노력할 뿐이다. 꿈이라는 이상의 실현, 이것이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목표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와 함께 꿈을 꾸며, 꿈속을 거닐어 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전시회는 5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최대 규모의 개인전인 ‘세계적인 전위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쿠사마 야요이              Yayoi Kusama,  A Dream I Dreamed>전 이다. 현대백화점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회화 시리즈<My Eternal Soul>을 비롯하여 대표적인 조각, 설치 등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2014년 최고의 전시가 될 것.

전시에 놓치면 안 되는 것들 Tip 3가지

독특한 세 개의 방

1. 물과 거울의 방
 거울과 다양한 색의 전구로 구성된 환영적인 공간을 구현한 이 설치작품의 방은 경이감과 공포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공간으로 아주 독특하고 색다른 체험을 갖게 해준다. 반복과 무한을 소재로 한 이 공간은  인간 본연의 모습과 대면하여 홀로 서있는 자기소멸의 마치 물속에 떠있는 우주 공간 같은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2. 붉은 땡땡이의 방
 붉은 땡땡이의 공들로 꾸며진 붉은 공들이 둥실둥실 떠 있는 체험방이다. 마치 관음증을 증폭시킬 것같은 방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각자 개인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쿠사마야요이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의 방과 붉은 방은 땡땡이 공들이 떠있는 공간의 방이다.

3. 소멸의 방
 직접 땡땡이의 다양한 색들을 붙여볼 수 있는 방이다.
 물방울 무늬가 점점 채워져 가면서 최초의 방의 모습은 소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증식과 소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이다.
 
-자료제공-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필자/전옥령.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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