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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진도도 못 내면서 애먼 짓 실컷 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그러면서 “시간 참 쓸 거 없네.”하고 혼자 자조하는 습관성 하소연을 토로하는 데는 어느 일급 선수 못지않다.
고백컨대 이런 사람일수록 일에 집중한답시고 스마트폰은 진동으로 해놓는다. 진동으로 해놓으니 전화소리나 문자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종종 비일비재하다. 그러다가 어멋! 화들짝 놀랄 일이 벌어지는 거다. 딱 그랬다. 일도 못하고 작업량도 별 볼일 없고 보니 그 하소연을 어디 한바탕 쏟아낼까 싶다. 해서 아무개한테 전화나 하려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근데 이게 뭐야? 교주님이 신도들한테 보낸 사발통문이 들어 있잖아!
“제주 돔 회 만찬파티, 오늘 저녁 6시30분. 웃음종교 글로벌본부. 요리 정해용 회장, 초청자 문일석 웃음교주”
초 간단 스타카토 메시지다. 어리버리한 이 신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교주님,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타전할까? 아니다! 교주 수준까지에는 못 미치더라도 한 유머 하는 사람의 저력이 절로 묻어나는 답전을 보내야 한다.
“본부와 거점까지 마련한 종교이니 일단은 첫 단 추 잘 꿴 곳이네요. 어서 열성신도들이 많아져서 구원파 유병언 회장을 능가하는 교세를 떨치시길 빌어 마지않습니다. 교주님의 웃음종교는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단언 컨데 가까운 시일 안에 전 지구적으로 최대교파를 형성할 가능성이 차고 넘칠 것을 믿! 쉽니다. 웃음종교 정말 멋지고 소중해. 해해해 !!!”
답전을 해놓고 보니 오늘 당장이다. 시간도 빠듯한 6시30분이고. 아이구나 어쩐데. 급히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들여다봤다. 머리는 새집이고 얼굴은 예의에서 한창 벗어나 있다. 고민이 깊었다. 그 누가 ‘화장은 여자의 예의다.’라고 말했던가. 아무리 그래도 맨얼굴로 나타났다고 한들 누가 뭐라겠어. 저 여자 철판 깔았다고 욕하진 않겠지. 하지만 뭐 최단 시간 안에 어디 한 번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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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교주님 소집 하신 거 알아? 충정로 역 우리 거기서 만나. 먼저 올라가도 좋고.”
“어디로 올라가요?”
“그런 데가 있어. 거긴 heaven 이야.”
명동에 있다는 김 기자가 충정로로 넘어오긴 한 뼘도 못되는 거리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마구마구 서둘러서 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 “김 기자,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교주님한테 여쭤보고 먼저 찾아가. 어서 전화나 문자드려 봐” 혼자 가긴 좀 멋적었는지 김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 먼저 가라고요?” “응 저 번에 차 마셨던 곳에서 죽 내려가다가 사람들한테 만리동 배수지가 어디냐고 물어서 쭈우 욱 올라가. 글구 평강교회라던가 까지 찾아가서 놀이터를 질러가면 노란 페인트집이 보여. 문 앞에 선풍기 달려있는 집이야!” 딴은 기억을 살려서 안내한다고 생각할 즈음이다. “아이구구. 이건 아니에요. 기다릴래요.”하고 문자가 날아왔다. “기다려도 좋고.” “기다릴게요.” “알았음니”
앞전에 말했었다. 웃음종교 본부를 처음 찾아갈 때도 쉽지 않았다고. 교통수단은 오직 11호 열차뿐이어서 아주 조금 택시의 신세를 졌고, 그 나머지는 묻고 걸어가며 찾아갔다고. 한 번 가본 곳이고 해서 이번에는 힘 안들이고 찾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또다시 묻고 물어 아드리아도네가 숨겨 놓은 미로 속처럼 멀고 험한 구불길을 어렵사리 찾아가게 됐다.
김 기자의 헉헉대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할 것 같아서 속으론 쪼깨 미안하기도 했다. 땅위에서 바라보는 산꼭대기 집은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는 맨 첫 집이다. 그래 우린 그렇게 교주님이 기다리고 있는 웃음종교 글로벌 본부를 찾아 갔다. 그 집의 이름은 ‘넓은 하늘’이라는 곳이다. 그 저녁 김 기자와 함께 가뭇없이 하게 된 순례의 길은 역시나 천로역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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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인천제께서 환국을 12분국으로 나누어 다스린 것은 12지 때문이다. 12지는 지구라는 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는 원리를 함축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제도와 문물에는 당 시대의 신앙과 철학과 이념이 투영된다. 마찬가지로 환인께서 환국을 12분국으로 나누어 다스린 것에는 12지의 우주관이 깃들어 있다. 12지지는 시간의 질서로서 사계절과 12달을 말하고, 공간적으로도 동 서 남 북 사방과 이를 세분화 한 12방과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12신, 수메르의 12신, 유대교의 12지파, 예수의 12제자, 하루를 12등분하여 부르는 자시, 축시, 인시, 묘시, 진시, 사시, 오시, 미시, 신시, 유시, 술시, 해시 등 12가 갖는 의미는 이처럼 원형문화의 뿌리개념으로 중요하다.
이날 웃음종교 번개에 모인 인원도 12명이었다. 교주의 공지대로 돔 회가 식단에 오르기 위해서 회를 준비하느라 비늘 벗기기가 한창이었다. 검정색의 자리 돔은 아기 손바닥 만 한 물고기로서 제주도에서만 나는 생선이라고 했다. 웃음종교의 만찬파티를 위해서 수고한 분은 역시나 저 유명한 엠.피.에스 정해용 대표였다. 정 대표는 일찍이 서울의 유명 호텔의 주방장 출신으로서 1990년대 말까지 캐나다에서 4개의 글로벌한 식당을 운영하던 관록의 미식가 이자 직원 1천여 명을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이다.
오늘고 웃음종교 회원들을 먹이기 위해서 긴 시간을 주방에서 헌신 봉사하는 그의 겸손이 아니었다면 흥겹고도 유익한 파티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고무됐는지, 교주는 신도들 앞에 고풍스러운 놋그릇 하나를 꺼내 놓고서 “이 세상 모든 것에는 고유의 소리가 난답니다. 그러나 꽉 잡고 있으면 소리가 안 납니다. 제가 이것을 황학동 고물시장에서 샀는데요. 부드럽게 잡고 수저나 젓가락으로 울려보세요. 소리가 잘 납니다. 모두 한 번 자기 앞에 있는 그릇을 부드럽게 울려봅시다!”하고 선도했다.
영락없다. 같은 그릇이라도 울리는 사람의 손놀림이나 강약과 속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울림을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교주의 긴급 제의로 신도회장과 재정부장과 웃음극단 감독, 청년부장 등을 뽑았다. 이 부분은 적당한 기회에 공표할 예정이다. 이번 달 정기모임이 열리는 23일 쯤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교주는 매달 셋째 주 월요일을 정기 모임 날로 정하려는 눈치였다.
중요한 안건 몇 가지를 이렇게 통과시켰다. 이어서 황 박사의 구호에 맞춰 ‘우리 몸은 웃음통 통통통입니다.’라는 구호를 재창했다. 방법은 본인들의 아랫배를 두드리면서 ‘통통통’을 세 번 연거푸 재창하는 식이다. 정해용 회장의 선창으로 해해해도 외쳤다. 좋아해, 사랑해, 감사해, 행복해 해해해.
문일석 웃음종교 교주의 웃음명상이 이어졌다.
“놋그릇을 때리면 잔잔한, 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놋그룻을 손으로 잡고 때리면 이상한 탁음이 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압 당하면 영혼이 괴롭습니다. 각자에겐 각자만의 웃음 소리가 있습니다. 놋그릇이나 사람이나 자유로울 때 좋은 소리가 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며, 하하하 웃고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피날레는 각자의 웃음악기(몸통)에서 웃음소리를 들려주기로 마쳤다. 하하하, 흐흐흐, 프 하하하, 으허허허, 호호호...... 개성대로 각자가 가진 악기의 성향에 따라서 10인 10색의 웃음소리가 파티장에 울려 퍼졌다. 해해해 해해해 얼쑤! 웃음기자의 웃음파티 르포,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박정례 /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