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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미술관 <김환기, 그림에 부치는 詩>展

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볼 만한 전시 하나......

전옥령 미술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4/07/10 [14:45]

방학이면 학부모들은 늘 고민한다,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에게 어떤 문화체험을 하게 할 것인가로. 환기미술관은 전시장이 아름다워서 더 가 볼만한 곳 이다. 서울시 부암동 자락에 있는 전시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환기미술관은, 주택가에 있는 부호들의 별장처럼 아름답다. 오밀조밀 둘러선 집들과 골목길의 향수도 느껴볼 수 있는 이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도심 속의 색다른 여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전시를 보고 나서, 전시장을 둘러싼 돌계단을 따라 걷다보면, 황제의 정원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전시장이 아름답다는 것은 또 하나의 예술적 즐거움이 된다.

▲환기미술관     ©브레이크뉴스

 
전관을 거쳐서 전시되고 있는 이번 전시 <김환기, 그림에 부치는 詩>展은 8월 3일까지 전시된다. 수화 김환기의 초기에서 말년에 걸친 유화 40점을 비롯한 드로잉 171점, 과슈 60점, 신문지에 유채 16점, 한지에 유채 7점, 종이 콜라주 15점, 오브제 1점으로 총 310점의 작품들이 함께 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다.


1960년대의 비공개 드로잉을 최초로 공개된다는 큰 의미도 있다.  김환기의 즉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드로잉과 과슈(Gouache)작품도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선보인다. 그 외 다수의 유화와 수채화, 데생 등의 다양한 매제로 구현한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기간-~8월 3일, 환기미술관 본관 전층, 오전 10:00-오후 6:00(월요일 휴관).
 
 김환기는 제작에 있어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유화 작업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업시간이 단축되는 소품들을 틈틈이 그려 다양한 조형 실험을 하였다. <그림에 부치는 시>전에서는 스켓치북이나 수첩, 노트와 같은 여러 가지 재질의 종이에 쉼 없이 그려진 작품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종이의 고유한 재질감을 살린 신문지나 한지 위의작업과 콜라쥬, 파피에 마쉐(Papier-Mache-물에 불려 걸쭉하게 이긴 종이에 아교, 수지, 호분 등을 섞어 젖어있는 동안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기법)등과 같은 다양한 종이 작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종이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싼 재료라는 실용적인 이유로 즐겨 사용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종이의 고유한 물적 속성에 대한 당시 김환기의 관심과 흥미를 보여준다.

 

▲ 김환기  작    ©브레이크뉴스

 

▲ 김환기  작  ©브레이크뉴스

김환기는 자신이 ‘손장난’이라고 표현한 그리는 것-드로잉‘의 재미에 빠지지 않고는 참다운 작가가 될 수 없노라고 했다. 그는 드로잉을 하나의 독립되고 완결된 장르로 여기며 산, 달, 구름, 사슴, 매화, 항아리 등의 한국 민족의 정서와 감흥을 일깨우는 회화로부터 점, 선, 면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다양한 화면구성의 변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극적인 예술의 경지를 아주 편안한 선들로 처리하고 있다.  김환기의 데생과 과슈 중에서도 순도 높은, 정해진 틀 속에 한정하지 않고 격의 없이 펼쳐 보이는 순수하고 정감 있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의 특별기획전은 드로잉과 과슈의 소품들이 결코 유화나 대작들에 뒤지지 않는, 그 자체로서 독립된 완벽한 작품임을 알게 해 주는 특별한 전시다. 김환기의 작업에 나타나는 다채로운 화면구성과 리듬감으로부터 시적인 감수성을 자아낸다.

 

다양한 매제를 통해 숭고한 미와 명상의 세계에 도달한 수화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친밀하고도 가장 가깝게, 또 은은한 울림을 느껴볼 수 있는 올 여름 최고의 전시로 추천할 만하다.

 

 

▲ 김환기 작    ©브레이크뉴스

시대별로 보는 김환기의 예술세계 감상법 4가지


하나, 한국·파리시대의 구상적 드로잉_(1950-60년대)


 50년대 초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시기와 서울 성북동시절, 그리고 3년간의 파리시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한국전 당시 정박해 있는 군함을 그린 <진해풍경>, 부산 피난지에서의 <판자집>과 <피난열차>, 좌판을 펼치고 바닥에 앉아 있는 여인상 등은 김환기 특유의 서정성으로 시대상과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 해주며,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생철지붕 밑에서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강한 예술 의지를 엿보게 한다. 한편 <춤추는 학>,<산과 달>,<사슴>,<도자기와 여인> 등은 50년 대 양식의 소재를 구상해 보던 밑그림으로서, 간략하게 대상을 파악해 내는 그의 정확한 시선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강한 선으로 만들어 낸 세련미와 밀도 있는 힘을 보여 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체류기간(1956-59) 중 그린 프랑스 곳곳의 풍경과 인상을 기록해 놓은 드로잉들도 소개된다.
 
아득하게만 생각되던 파리가 막상 와놓고 보니 그렇게 멀지도 않구려.


또 이렇게 조용한 화실에서 새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 도무지 파리 같지가 않고 꼭 성북동 연장 같기만 하오. 어제 새벽에 파리에 내려서 그 길로 샴페인에 취하여 뤽상부르 공원을 산보하지 않았겠소. …중략… 또 바로 가까이 있는 뤽상부르 공원이 여간 마음에 들지가 않거든. 나는 여길 자주 산보하기로 했고, 또 사생도 하기로 작정했소.
그리고 싶은 모티브가 산더미 같구려.
김환기, 파리 통신Ⅰ, 1956년 6월

 

둘,  한국의 자연을 담은 과슈(Gouache)_(1960년대)


 불투명 수채물감인 과슈(Gouache)는 수용성 고무를 주성분으로 안료와 혼합한 것이다. 투명수채화에 비해 불투명한 색조가 유화 특유의 질료적 특성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유화의 질감과 광택이 없는 수성으로서의 흡수성이 빠른 특성을 보여준다. 유화를 연상시키거나 다루기가 용이하고 빨리 마르는 재료의 장점으로 인해 형태나 빛깔을 다루는 김환기의 노련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한국의 자연을 담은 산월山月과 순수한 추상으로 이어지는 점, 선, 면의 회화과정을 통해 과슈라는 독립된 영역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김환기는 뉴욕 진출 초기인 1963-64년, 한국에 있는 부인 김향안에게 보내는 다수의 편지그림일기를 제작한다. 이는 ‘향안에게’ 라는 스케치북으로 남겨졌으며 이번 전시에서 3층 전시장 한 벽을 가득 메우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맑은 광선에서 모처럼 과슈를 해보겠어.
어젯밤은 새벽 3시까지 그림(과슈)를 꾸몄지.
고무로 깨끗이 때를 지우고 다시 보니 참 아름다워요.
그림이란 참 재미나는 거야.
김환기

 

셋, 다양한 실험적 구도_(1963-1970년대 초)


김환기는 1963년 50세의 나이로 뉴욕에 건너가 1974년 작고할 때까지 11년간의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다양한 화면구성의 변주와 재료의 변화를 실험하였다. 색 면과 색 띠를 이용한 구도, 타원이 중심을 향해 밀집되는 십자구도, 원의 모양이 세로로 쌓이거나, 각 스퀘어 내에 문자 형상을 추상화시킨 불규칙한 점적 요소, 하트모양의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 등 화면구성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작가의 불굴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며, 1970년대의 전면 점화 시대를 예고한다.

 

창조의 일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이다. 새로운 것이라 생각하고 해놓고 보면, 누군가가 이미 한 일일 때 무의미하게 되고 만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찾아 내고자하는 데서 오늘의 예술의 다양성이 이루어지고, 또 따라서 이해부득의 불가사의한 일들이 속출하는 오늘의 창조계의 현상인 듯싶다. 김환기 일기 중, 1966년 7월

 

넷, 점· 선· 면의 울림_(1960년대-74년)


1963 - 74년 뉴욕에서 시도한 양식적인 실험 작업 중에서도 드로잉은 양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환기 작품 세계의 놀라움은 지속적으로 일관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하였다는 점과 동시에 작가가 그것을 갈고 다듬어 변화시키고 완성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그려진 드로잉은 ‘점화’라는 말년의 대작을 완성해낸 작가의 창조적 에너지의 집약체이며 그 여정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점화를 ‘새로운 창’이라고 불렀던 작가의 말처럼 이 시기에 그려진 드로잉은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게 한다. 김환기는 종이를 공간을 탐구하는 장으로 삼아 섬세한 점과 선, 면을 통해 그만의 개성적인 방법으로 조형공간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고,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으로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 몽상과 명상의 세계로 그 정신적 탐험을 권한다.

 

이른 아침부터 뻐꾸기가 울어댄다 했다. 뻐꾸기 노래를 생각하며 종일 푸른 점을 찍었다. 앞바다 돗섬에 보리가 누렇다 한다. 생각나는 것이 많다. 부산에서 향(鄕 )과 똑딱선을 타고 아버지 제사를 모시러 가던 때… 맨해튼…. 지하철을 타고 뻐꾸기 노래를 생각해 본다.
김환기 일기 중, 1970년 6월 23일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로 불렸던 김환기의 전시를 통해, 타국에서도 절절히 베어나는 조국 혹은 서울 혹은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 소개된 그의 일기 글에는 인간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이 전시를 보는 당신도 일기를 쓰고 싶어질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리움을 남기고 싶어질 것이다. 이것이 예술이 주는 정감의 깊이다. <자료제공>환기재단-환기미술관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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