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황건적의 난과 21세기 이라크 'ISIS' 비교

'3일 천하'로 끝날 것인지, 건실한 국가를 탄생시킬 것인지?

이진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1/08 [11:34]
2011년,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사건을 필두로 하여 튀니지에서는 민중 혁명이 일어났다. 외지 사람들은 그 현상을 두고 '아랍의 봄'(Arab Spring)이라 칭하였다. 그 혁명을 주변의 독재 아랍국가로 차츰차츰 퍼져 나갔다. 리비아, 이집트, 예멘 그리고 시리아. 이들 국가는 모두 공화정 체제 이지만 '독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었다. 반면 왕정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쿠웨이트 등에도 반정부 소요사태가 조금 일어나긴 했지만 강력한 통제 하에 금새 소요사태는 진압되었다.

▲ 이진희     ©브레이크뉴스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에서는 민중의 요구가 승리하여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런 '아랍의 봄'이란 민중 혁명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국가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오히려 시리아에서는 전 세계 과격 성향의 원리주의, 근본주의 무슬림들이 차츰 모여들고 있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사회 불만 세력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사회 불만 세력이라 함은 자신이 원하는, 코란에서 묘사하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이루고자 했던 사회(움마)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이다. 그러니 자살폭탄테러를 해도 행복하게 죽을 수 있단다.

2013년 시리아 反정부 세력가운데 두드러지게 성장한 세력이 있다. 바로 ISIS(Islamic State of Iraq & Sham 또는 Levant; 아랍어로 앞글자만 따면 Da'ash; Dawlatal Islamiyatl Iraq wa Sham)이다. ISIS는 시리아 동부 사막도시인 락카(Raqqa)를 점령하였고, 더욱 공세적인 행동을 벌임으로써 주변 유전 지역까지 차지하였다. ISIS 세력이 커지자 기타 군소 反정부 세력들도 ISIS의 지도자에게 충성맹세를 함으로써 ISIS 세력은 더욱 더 커져 갔다. 심지어는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는 국민들까지 ISIS에 너도나도 가입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왜 그랬을까? ISIS는 반정부 활동을 하면서도 돈벌이(훔친 석유 밀매, 고대 유물 밀매, 인신매매, 납치 협상금 등)를 함으로써 대원들에게 수 백달러씩 월급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ISIS는 자신들의 단체명에 걸맞게 이라크에서도 지속적으로 테러를 벌였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주민들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았다. 이라크의 정치체제는 시리아보다는 민주적이었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사후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수니파에게는 수니파 정권 수립이라는 꿈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력으로 시아파에 보복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던 2014년 6월 IS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이라크 수니파의 최대 거주지인 니나와州(성경의 니느웨) 주도인 모술을 함락하였다.

모술이 함락되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전세계의 무슬림들이 '오호, 이것 봐라' 하면서 대거 터키로 몰려들었다. ISIS 본부에서 SNS 상에서 'ISIS에 가입하는 절차'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는 각종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유명 블로거, 독일 힙합가수, 웹디자이너, 종교인, 전직 군인 등. ISIS는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였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전선에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ISIS는 급격하게 하나의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모술 함락 이후 ISIS는 이라크 내 수니파 도시의 점령을 시도하였다. 실제로도 많은 도시들이 너무나 손쉽게 ISIS의 수중에 넘어갔었다. ISIS가 이라크 도시들을 점령할 때 사용했던 전술을 보면, 오합지졸들로만 구성된 '부대'로서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도심지 전술을 사용하였다. 즉, 현지 지형과 기상 등 군 작전 필수요소(METT+C)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이라크軍 전직 장교출신이 ISIS에 가담했음을 의미한다. 지역 마을 출신이자 전직 장교출신 ISIS 대원은 마을을 점령하기에 앞서서 협상가로 나서서 마을 부족장 및 지역 경찰 등과 협상을 벌였다. 아니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차피 너희는 우리를 못 이겨. 죽이진 않을테니 조용히 떠나"

그러자 놀랍게도 이런 통보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였다. 이라크 최대 정유 시설인 베이지 정유소(Baiji Refinery Plant)의 방어 책임자가 자기 목숨 부지하고자 부리나케 도망간 것이다. 이런 장면은 이미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수 없이 등장하는 단골 장면이다.

모술 사태가 발생한지 꼭 5개월이 지났다. 5개월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너도나도 이라크의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 사태에 10억 달러 가까운 국방비를 지출하였고, 영국, 프랑스, 캐나다, UAE, 사우디 등은 연합군 공군 편대를 구성하여 무인 정찰기를 띄워 정보 수집을 하는 한편, 주요 타격지점에 미사일을 쏟아 부었다. ISIS 조직원 2천명이 사망하였다면 ISIS 조직원 1명 죽이는데 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이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전투이다.

아무튼 ISIS의 국가건설 시도가 춘추전국시대의 '황건적의 난'처럼 '3일 천하'로 끝날 것인지, 마오쩌둥(모택동)의 혁명처럼 건실한 국가를 탄생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SIS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를 하고 국가 지도자로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명분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를 세우고자 내세웠던 명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집필 후기>참고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시리아/이라크에서 가장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 테러리스트 조직의 명칭을 IS(Islamic State)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100% 잘못된 표현이다. 이라크 정부 및 미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여전히 ISIS로 표현하고 있다. IS란 이름은 ISIS가 독립국가로서의 독립 선언을 했을 때 개명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만일 ISIS의 주장대로 이라크 및 미국 정부가 ISIS를 IS로 인정한다면 이라크 영토에 새로운 독립국가의 탄생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런 사실관계를 생각해서 보도해 주길 바란다. gesitapo@hanmail.net
 
*필자:이진희. 아랍뉴스코리아(www.arabnews.co.kr) 기자.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