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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여! 정치 근본으로 돌아가세요!

잊혀진 민주화의 교훈

김정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1/14 [16:13]

고도성장의 시기에 우리 사회가 생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앞에 놓인 민주화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었다. 민주화라는 소명의식이 당시 사회를 멍들게 했던 개인, 집단, 지역,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민주주의라는 대의 아래 통합됨으로써 우리는 공존공영의 비전을 갖게 된 것이다. 정치는 혁명을 방불케 하는 격변의 시기에서 우리 사회가 급진화의 유혹에 빠지는 상황을 막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데 주력하고 법과 제도, 예산 운용과 행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 김정기     ©브레이크뉴스

이게 다 정치가 제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적어도 1987년 6월 전 후, 정치는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비록 정치인은 존경받지 못했을지라도, 국민들은 정치에 기대를 거는 마음까지 접지는 않았다. 정치는 대의 그 자체였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과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만일 우리 정치가 이 자세를 지켰다면 우리는 정치인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뜨거웠던 여름에 자신이 국민의 이름을 받들어 수행했던 역할을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고 말았다. 민주화의 학습 효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배우고 익혔던,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더라도 공동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위협을 받게 됐다. 민주주의라는 대의는 사라지고 이른바 떼 법과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게 됐다. 이것을 막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인데 우리 정치는 막기는커녕 한 수 더 뜨고 있다.

 

상인(商人)이 된 정치가들

 

민주화가 되자 상황은 야당도 권력과 돈줄에 접근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것을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권력과 부의 편중이야 말로 사회를 좀먹는 가장 무섭고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한번 불기 시작한 바람은 쉽게 그치지 않고 권력과 돈줄이 열리자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정치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정치가 공급 과잉이 된다고 해서 유권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한 자리 해보겠다는 사람은 늘어났는데 표의 숫자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없는 표를 어디 가서 새로 만들어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과적으로 경쟁이 도를 넘게 되었다. 정치인들은 표를 찾아 눈이 새빨개졌다. 몇 백 몇 십 표든,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됐다. 설령 그것이 대의를 저버리는 것이더라도, 명분을 깔아뭉개는 것이더라도 개의치 않게 됐다. 예산 낭비나 `선심공약`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눈 한번 깜빡하지 않게 됐다. 선거 때만 되면, 무슨 `단지`무슨 `벨트` 무슨`특구`하는 말들이 아예 입에 달고 다닌다. 이 점에 관한 한 여야 할 것 없이 똑같고 정치가 `흥청망청`의 본산이 되었다.


예전에는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정치가 보답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았는데, 이 믿음이 깨진 것이다. 정치는 위엄을 잃었고, 그것의 표현이 낮은 것이 투표율이다. 이렇듯 정치의 과잉이 정치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갈등은 일종의 도전이고 응전이다.


오늘날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인간과 자연의 갈등,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끊임없이 극복하면서 성취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이 없다면 성장과 발전도 없다. 우리가 반세기에 쌓아올린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신화가 사회 양극화와 집단이기주의로 빛이 바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십 수 년에 불과하다.

 

갈등은 리더를 요구 한다!

 

국가적 차원의 갈등은 더 그렇다. 대화와 토론을 조직하고,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치인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우리의 정치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제 논에 물대기`와 `소경 제 닭 잡아먹기`에 골몰했다. 상인(商人)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장사 한다. 최소한의 상도의만 어기지 않는다면 누구도 상인의 욕심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인의 욕심은 비난의 대상이다. 민주주의, 경제성장, 복지와 분배 그리고 민족통일은 우리 국민이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들이다. 정치인들이여! 정치의 금도를 지키고 정치의 근본으로 돌아가자.
posone01@naver.com 


*필자/김정기. 김대중 전 대통령시 청와대 수행부장. 한국정치사회숲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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