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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만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늘 주변에 되뇌어 왔다. 삼권분립체제의 견제·균형원리가 분명 존치하지만 청와대는 분명 대한민국권력의 심장부다. 하지만 청와대는 ‘왕궁’이 아닌 ‘단기위임권력 컨트롤타워’일 뿐이다. 사유와 전횡을 휘두르는 개인사무실이 아닌 막대한 국민들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장소다.
‘정윤회 파동’에 따른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검찰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들이 과연 납득하고 신뢰할지 의문이다. 우려되는 건 현 정권 출범 초부터 불거진 ‘인사파동’이 풍문 아닌 사실 아닌가란 의구심이 현실화될 개연성이 커진 점이다. 정권으로선 사실상 치명타다.
‘신뢰’를 잃으면 ‘관계단절’로 이어지듯 전부를 잃는 거나 다름없음이다.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불신’과 ‘배신’이란 양날의 칼에 누구보다 큰 ‘트라우마’를 가진 박 대통령이기에 그렇다. 이는 박 대통령의 사람에 대한 ‘확신’과도 직결돼 있다. 오래 겪은 검증된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사적 확신’은 인간적 측면에선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박근혜 로서의 자기 확신과는 별개여야 한다. 위임권력은 ‘공정성’과 ‘정당성’이 답보돼야하는 탓이다. 엄정한 사리판단이 사적확신보다 우선돼야 하는 개연성이다. 자기 확신이 지나칠 경우 분별력과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아직 3년여나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할 ‘리더’의 역할이 남아 있다.
리더 스스로에 있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는 물론 조직을 이끌어 가기 어렵다. 하지만 대체적 ‘공감’이 배제된 채 ‘독선’으로 흐를 경우 파행은 불가피해진다. 박 대통령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정윤회 파동’에 재차 특유의 자기 확신을 드러냈다. ‘나라·국민을 생각하는 마음 외엔 다 번뇌’란 강한 자기 확신이다.
최근 여당지도부·예결위원들과 청와대에서 만나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고 세계 속에 신뢰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에게 겁나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겁날 일이나 두려운 게 없기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박 대통령 마음은 진정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뭐든 넘치고 지나치면 곤란하다. 또 상대 역시 공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독선과 아집으로 치부된다.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원망과 노여움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진정성과 국정운영은 별개다.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윤회 파동’에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호소가 아닌 왜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가에 대한 근본원인 성찰과 함께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리더의 역할은 그렇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해당 사안을 단순 ‘찌라시’로 일축한 채 정면 돌파의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근거 없는 일’ ‘찌라시 에나 나올 얘기’, 언론들 보도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창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마치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그은 형국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설령 검찰수사가 ‘사실무근’으로 나오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 형국이다. ‘정윤회 파동’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 동반 하락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시중에선 주요 지지기반인 50대 민심이 완전 돌아섰다는 얘기 역시 파다하다. 인사 관련 비아냥도 난무한다. 현 정부 전직 고위관료들이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나선 것도 한 반증이다.
‘정윤회 문건’에 등장한 3건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중 2건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현실이 됐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아직 현직에 있으나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덕중 국세청장은 올 들어 갑자기 교체됐다. “문건 내용이 60% 이상 정확하다”고 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말이 사실상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단순배제하기엔 적중률이 너무 일치한다.
박 대통령이 사적으론 신뢰하는 오래 겪은 이들의 말을 참고하거나 따를 수도 있다. 자기 확신의 근거로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지근거리 최측근 몇몇에 의존하는 불투명한 인사방정식 및 함수 찾기만은 배제해야한다. 청와대 입성 후 줄곧 따르는 ‘불통’ 지적은 단순 정치적 공세가 아닌 대통령으로서 폭넓은 공감·소통을 위한 ‘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믿는 ‘방향’을 바꾸라는 게 아니다.
‘귀가 즐거운 얘기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명의 적이 천명의 아군과 버금가듯 리더에겐 사람을 품는 포용력이 특히 필요하다. ‘정윤회 파동’의 근원은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지난 정권들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만기친람’ 지적도 제고해야한다. 정권의 실패는 대통령 한사람 실패로 끝나지 않으며 선택했던 아니던 국민전체 불행과도 직결된다. 아직 절반, 그리 늦진 않았다. ‘사후약방문’은 공허한 단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