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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해군참모총장까지 구속된 軍 방산비리
‘제2의 통영함’ 되어버린 소해함…비리투성이 해군
상명하복으로 맺어진 끈끈한 유대관계가 비리 원인
노무현 정권 향한 수사…MB 자원외교와의 형평성?
[주간대표=김범준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최근까지 해군을 이끌던 황기철(58·해사 32기)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 수감됐다. 지난 2월 돌연 사퇴했던 황 전 총장이 ‘통영함 납품비리’ 연루 혐의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방위산업비리 혐의로 구속된 예비역 장성은 총 7명, 계급장의 별 숫자는 20개로 늘었다.
해군참모총장 구속
조윤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월22일 “범죄혐의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황 전 총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수단(단장 김기동)은 황 전 총장이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일하면서 통영함 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한 채 장비 도입을 강행하도록 지시했다는 당시 방사청 실무자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업무상 배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같은 황 전 총장의 구속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현 정부에서 임명돼 지난 2월까지 해군의 최고 수장으로 일해온 ‘사실상 현직’이기 때문이다. 또 합수단 수사가 현직 군 최고위 인사 등 ‘성역’도 비켜가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전 총장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자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해군의 구조 업무를 총지휘했지만, 결국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돼 불명예 퇴진 뒤 구속까지 되는 신세가 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황 전 총장은 2009년 통영함 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준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들이 시험평가서 조작 등을 통해 성능 미달인 음파탐지기가 납품되도록 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전 총장은 납품제안서 심사에서부터 평가, 사업자 선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올린 결재서류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납품사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합수단의 판단이다.
황 전 총장은 “납품업체 선정 과정은 실무자들에게 대부분 권한이 위임돼 있어 영향력을 끼칠 사안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그러나 납품과 관련한 황 전 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실무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장이 구속되면서 방산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예비역 장성의 별 숫자는 20개로 늘었다. 특히 해군은 수장인 참모총장(대장) 출신이 2명이나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해군은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한 제독은 “이유가 있겠지만,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직전 참모총장을 구속까지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합수단 수사 과정에서 해군사관학교 동기와 선후배 사이 인맥이 로비에 활용된 ‘민낯’이 드러나면서 해군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 상황이다.
‘소해함’도 비리투성이
문제는 해군의 비리가 통영함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군에 납품하기 위해 건조 중인 소해함이 제2의 통영함 신세가 될 위기에 놓였다. 함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능에 미달하는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9일부터 3월6일까지 소해함 2차 사업에 대한 자체 정밀점검을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20일 “4주간의 자체 정밀조사 결과 소해함에 탑재된 예인음향탐지기(견인 소나)가 계약서에 적힌 대로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소해장비의 시험성적서도 제대로 된 게 아니어서 성능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당초 군이 요구한 성능보다 떨어지는 소나와, 성능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기뢰제거 장치를 공급받았다는 얘기다.
소해함은 물 속의 기뢰를 탐지해 제거하거나 폭발시켜 아군 함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선체고정 음탐기(HMS)와 예인음탐기, 소해장비는 핵심장비다. 그래서 소해함 3척의 건조비용 4800억원 중 HMS와 예인음탐기, 소해장비가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1361억원을 차지한다.
방사청은 지난해 어선에 장착할 수준의 HMS를 납품 가격을 부풀려 공급한 통영함 사건이 발생한 직후 소해함에 장착된 소나의 성능을 확인하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소해함에 장착한 HMS가 통영함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계약을 해지하고 대체부품의 공급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예인음탐기와 소해장비마저 불량품인 것으로 추가 확인됨에 따라 오는 8월 해군이 인수하려던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방사청은 소해함 인도가 예정보다 3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군 관계자는 “통영함은 소해함의 도움을 받아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받을 수 있었지만 소나와 소해장비는 소해함의 생명”이라며 “인수를 하더라도 무용지물인 소해함을 현재 상태로는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번 사태가 담당 실무자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무자(해군 대위)의 단순한 업무 착오에서 비롯됐는지, 고의성이 있는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음파탐지기는 통영함에 납품한 업체와 동일한 업체에서 납품한 데다 통영함과 유사한 사건이어서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방사청 자체 조사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소해함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나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난히 비리 많은 해군
이처럼 지금까지 합수단 수사로 드러난 방위사업 비리 규모는 1981억원. 이 가운데 해군이 1707억원으로 가장 많다. 군 안팎에서는 해군 특유의 단결력과 군함의 특성이 방산비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군 내에는 다양한 병과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함정에서 수개월씩 작전을 하며 고락을 함께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로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해군에서 병과보다 어떤 함정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여부가 우선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전투력과 단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비리에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해군은 함정 생활 특성상 장교들 간의 상명하복 관계가 육군이나 공군에 비해 더욱 엄격한데, 이런 생활에서 맺어진 끈끈한 인연들이 결국 ‘그들만의 거래’로 악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군 정보함 장비 도입 사업이다. 정옥근(63·해사 29기) 전 해군참모총장은 해군 고속함 엔진 도입 비리로 구속된 상태에서 해군 정보함 장비 도입 당시 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지난 3월2일 추가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독일 정보수집 장비를 해군 정보함에 도입하는 대가로 해사 29기 동기인 이병문(61) 예비역 준장한테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 수사 결과, 이씨는 업체 쪽에 ‘장비 납품을 위해 정 전 총장에게 인사할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받아 실제 장비 납품이 진행된 뒤인 2009년 두차례에 걸쳐 정 전 총장에게 6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해사 인맥이 금품로비의 통로로 악용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정 전 총장은 해군 고속함 엔진 도입 등의 대가로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한테서 아들 회사를 통해 7억7000만원의 광고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을 연결해준 이는 윤연(66·해사 25기) 전 해군작전사령관이었다. 활발한 언론 기고 등으로 널리 알려진 윤 전 사령관 쪽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심리로 지난 3월16일 열린 이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전 총장한테서 돈을 달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을 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이 밖에도 통영함에 도입된 음파탐지기의 성능 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해사 34기 동기인 예비역 소장 출신의 임모(56)씨와 전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과 그 직속 부하였던 예비역 대령 김노(57)씨가 최근 나란히 구속되기도 했다.
군함의 독특한 특성도 비리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함에는 수백만개의 장비가 탑재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관급 장비만도 수백개가 넘는데, 외부에서 이 장비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설령 성능에 문제가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해도 군함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을 보면 눈치채기 쉽지 않다”며 “우스갯소리로 ‘군함이 물에 가라앉지 않고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군 함정들이 일정한 ‘표준’이 없다는 것도 비리의 한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군 출신 예비역 장교는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중시하는 공군은 ‘아메리칸 스탠더드’라는 제약이 있지만 해군은 1980년대까지 유럽제를 더 많이 구매했을 정도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암묵적인 제약이 없고, 장비의 성능을 정확히 알기 힘든 상황에서 비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군이나 육군은 상대적으로 방산비리가 적은 편이다. 합수단에 적발된 공군의 비리 규모는 243억원, 육군은 13억원에 불과하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은 ‘항공기가 추락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최우선”이라며 “납품비리를 저질렀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면 그 책임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군 비리가 대부분 지상장비나 항공기 비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분야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 역시 “육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해 국내 방산업체게 생산한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며 “수입품 규모도 작아 무기중개상들이 큰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방산비리에 해군 집중현상에 대해 한 국방전문가는 “사실 방산비리는 전 군에 만연하고 있는 상태로, 특히 운용하는 돈이 가장 큰 육군의 경우에는 수사가 심화된다면 대형 비리 게이트가 나올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육군을 타깃으로 잡기에는 후폭풍이 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국 합수단도 해군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군 수난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겨냥?
일부에서는 해군 비리 집중현상을 정치적으로 바로보는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주로 해군의 함정도입 비리에 집중되고 있는 검찰의 방위산업 비리수사가 사실상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해군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참여정부 시절에 결정된 것인데다 지금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사업들 대부분이 2005년~2008년에 도입됐거나 도입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은 “해군의 무기도입 사업 대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수사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넘겨받아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때, 검찰수사 역시 결과적으로 해군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 예비역과 민간 군사전문가들은 ‘수사가 해군에 집중됐다는 것 자체가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 해군관계자는 “해군 역사상 참여정부 때 가장 많은 전력증강이 이뤄졌다”면서 “대형수송함인 독도함을 비롯해 이지스함, 윤영하급 미사일고속정, 214급 잠수함 등 지금 해군이 자랑하는 주요 무기의 대부분이 참여정부 때 도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해군의 무기도입에 대해 수사를 한다면 결국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재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는 2005~2008년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214급 잠수함은 2003년 도입이 결정돼 2006년 첫 함정인 손원일함이 진수됐다. 윤영하급 미사일고속정(KMX)는 2002년 도입이 결정돼 2006년 첫 함정인 윤영하함이 진수됐고, 통영함 역시 2006년에 도입사업이 시작됐다. 수사대상 가운데 유일한 공군관련 사업인 전자전 훈련장비도입사업(EWTS)도 2008년 3월 장비 인수식을 가진 것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참여정부 시절 진행됐다.
특히 해군 예비역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말도 안 되는 것까지 수사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사일고속함(윤영하급 고속함)의 워터제트 문제는 이미 2007~2009년 사이에 문제가 드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과 문제 해결이 모두 끝난 사업이고, 윤영하급 고속함의 76mm 함포가 불량이었던 것은 퇴역 초계함에서 쓰던 함포를 떼내어 재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방산비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목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니 무리한 부분까지 들춰내고 있다는 반발인 셈이다. 문제가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림팩훈련(환태평양 해군합동훈련) 등에 참가한 국내 잠수함들이 별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것이 근거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지금으로서는 표적 수사라거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정말 방산비리 수사가 참여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 MB정부를 겨냥한 해외자원개발사업 관련 수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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