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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리 척결’ 강조한 속사정

빠져든 ‘사정의 유혹’ 이명박 털어내고 新정국 주도권 잡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03/30 [10:04]

▲ 박근혜 대통령 ‘비리척결’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사정정국’에 돌입했다.     © 주간현대

박근혜 정권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결국 ‘사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유난히 ‘비리 척결’과 ‘적폐 해소’를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과 발맞춰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임기 초만 해도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자부했던 40%가 무너지자 ‘정국 주도권’ 회복을 위해 이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사정정국에 돌입한 것이다. 결국 자원외교, 방산비리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사여서 박근혜 정권의 ‘MB 털어내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주>


모든 기관 총동원해 ‘비리수사’ 시작한 박근혜 정부
지지율 떨어지자 국면전환용으로 ‘사정칼날’ 들이대


반발하는 이명박 측근들…‘새머리 기획’ 비판하기도
역풍 위험 큰 사정수사…비리제거 수사는 가능할까

 
[주간대현=김범준 기자] 박근혜 정부 3년차 사정정국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에 이어 국세청과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 당국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청와대의 미션을 받은 국무총리실은 3월20일 법무부 차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세청·관세청·경찰청 차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부패척결추진단장 등 동원 가능한 사정기관들을 참석시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범정부적 부패 척결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사정정국 돌입

이 회의에서 각 사정기관들은 부기관장을 책임관으로 하고 과제별 전담관을 지정해 사정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기관별로 구체적 사정대상까지 할당했다. 여기서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에게는 기업 불법 비자금 비리, 방위사업·해외자원개발 비리, 지자체·지방공기업 등 지역토착 비리, 국가재정 손실 및 공공부문 비리 등을 맡겼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유출, 편법 상속·증여 등 변칙적 탈세행위, 불법 대부업자·상습 체납자 등의 탈세 및 재산은닉 행위 근절을, 관세청은 무역금융 관련 편취, 국외 재산도피 등 외환 비리, 수출입 가격 조작 등을 통한 무역 비리 등을 캐기로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자금융 관련 정보유출 및 해킹, 국부유출, 정책지원금 및 탈세 관련, 자금세탁 비리, 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 등을 집중 조사한다.

또 공정위는 유통·하도급·프랜차이즈 분야 등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권익침해 행위, 생필품 등 국민생활 밀접분야의 가격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며 경찰청은 3대 대포물건(차량, 휴대전화, 통장) 등 사회적 신뢰 훼손 행위, 3대 악성사기(보이스피싱, 노인·중소상공인 상대 사기) 등 민생침해 비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3월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담화문에서 ▲방산비리 ▲해외자원개발 관련 배임과 국부유출 ▲대기업 비자금 조성 ▲청와대 문건 유출에서 드러난 공직자의 일탈행위 등 4개 분야를 제시한 데서 보다 세분화해 해당 사정기관들에게 사정대상을 할당하고 구체적 활동범위를 찍어주면서 사정의 범위는 ‘전방위’로 확산됐다.

총리실 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감사원도 ‘부패와의 전쟁’에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방산비리 척결 차원에서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는 사정기관들이 자신들의 일상 활동까지 보류한 채 청와대에서 ‘기획한 사정계획’에 따라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구체적으로 범죄 혐의가 드러난 곳에 대한 조사활동보다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감춰진 범죄’를 캐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잠재적인 ‘비리혐의자’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사정 대상과 폭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사정의 범위를 재단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명박 정부 방산비리, 자원개발 등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혐의자 뿐아니라 대기업 등 재계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비리의 환부만을 정확히 찾아 제거함으로써 기업 활동 등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국무조정실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방위 사정은 이완구 총리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청와대의 기획에 따라 총리실은 채찍을 휘두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7일 국무회의에서 이 총리의 담화와 관련해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면서 이번 ‘부패와의 전쟁’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추진하는 것임을 밝혔다. 이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번 ‘전방위 사정’ 중심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정범위도 청와대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국면전환용 카드

이에 이번 사정정국은 지난해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과 맞물려 청와대가 국면전환을 위해 집권 3권차 국정운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준비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그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와 2부가 총동원 됐다. 수사 대상 기업도 첫 출발점이었던 포스코에 이어 신세계그룹과 동부그룹, 롯데그룹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새누리당 친이명박계 성완종 전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는 등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MB 정권과 밀접했던 대기업과 MB 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수사라면 검찰이 그동안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국면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한 건 지난 연말부터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이어 올 초 연말정산 사태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20%대까지 떨어졌다. 국정운영은 되는 것 하나 없는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집권 3년차 경기 침체 극복과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며 연일 공직 사회를 다그쳤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에 대한 반발로 추진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대기업들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근엔 정부가 공개적으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난색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면전환용으로 쓸 수 있는 카드로 두 개 정도가 거론됐다. ‘남북정상회담’ 같은 대형 남북관계 이슈 활용이나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이다. 하지만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카드는 애초에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권력기관을 동원하면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가 큰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리 척결을 명분으로 전 정권을 희생양 삼아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물론 재계까지 압박해 집권 후반 국정동력을 짜내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히 읽힌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표명했던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비리의 환부만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비리 척결 수사를 전방위 사정으로 확대함에 따라 ‘타깃’만 분산시켜 ‘환부’만 도려내는 것을 방해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타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사정 성과’가 도출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완구 총리의 ‘부패 척결 담화문’ 발표 이후 이어지는 ‘사정 정국’에 대해 ‘언론홍보용 사정’이 아니냐는 혹평까지 나온다. ‘타깃’을 모아 집중하기보다는 사정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박 대통령 지지율을 고려한 ‘대국민 이미지 효과’를 노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정 정국’이 집권 3년차 ‘대기업과 공직자 다 잡기’용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이번 ‘사정’이 청와대의 주도 하에 박 대통령 집권 3년차 국면전환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새머리 기획’이라는 비아냥 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으로선 이번 사정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 정권인사를 겨냥한 ‘기획’이라는 데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사정 정국과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하면 되는데 담화를 발표하며 ‘이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경우가 없지 않았느냐”며 “기획수사를 하느냐는 식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지적과는 반대 의미로서 ‘새머리 기획’이라는 우려의 평가도 나온다. 사정 타깃을 정밀하게 조준하기 위한 사전 내사와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채 요란한 ‘정치적 이벤트’로서 ‘부패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냔 의구심이다. 내사를 통한 자료 축적을 통해 ‘비리 혐의’를 사전에 포착한 상태에서 사정기관을 동원한 ‘도려내기’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전쟁’부터 선포하고 ‘혐의’를 찾는 것이 아니냔 것이다.

20일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보면 ‘표적’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전방적인 사정활동을 벌인다는 인상이다. 그러다 보니 온갖 사정항목들을 다 제시하며 사정기관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부패와의 전쟁’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마저 든다.

문제는 포스코, 경남기업 등 온데를 뒤집어놓고도 ‘비리의 몸통’은 건들지도 못한 채 ‘정치보복 논란’만 자초할 가능성이다. 포스코 비리 의혹의 핵으로 지목되는 정준양 전 회장, 그리고 MB 측근 그룹인 영포라인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전 차관을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까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연일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 부문, 민생 부문, 경제·금융 분야를 우선 척결 분야로 지정한 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 적폐를 바로잡아야 국가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 부문에 신경을 썼으니 올해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과 경제·금융까지 확대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근혜계 당직자도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공공 분야 적폐뿐만 아니라 민생과 경제, 금융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만큼 부패를 척결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또 다른 당직자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인상하라고 해놓고 갑자기 뜬금없이 사정 정국을 만들었다”며 “여당 의원들조차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달콤한 사정의 유혹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척결 선언 이후 검찰을 필두로 하는 정부 기관들의 사정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외교비리 수사는 속도를 내면서 사정의 칼끝은 전 정권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다.

‘사정(司正)’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이번처럼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정을 히든카드로 꺼내든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은 물론 재벌기업 총수들까지도 예외 없이 타깃이 되곤 했다. 대규모 검찰 권력을 동원한 사정 수사는 집권 세력에겐 늘 ‘달콤한 유혹’이다.

이명박 정부만 해도 집권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이어 집권 3년차에도 사정정국을 이어갔다. 2010년 10월21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의 날 치사를 통해 “만연해 있는 권력비리, 토착비리, 교육비리를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라고 예고한 후 대검 중앙수사부가 씨앤그룹 수사에 돌입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집권 3년차는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할 ‘사정의 유혹’이 가장 강력한 시기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과도한 사정 드라이브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검찰의 사정 수사는 ‘양날의 칼’,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수사가 시작될 때마다 검찰은 “증거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절제된 수사”를 공언한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가 체감하는 사정의 강도는 여전히 융단폭격에 가깝다. 전직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환부만 도려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전면적인 수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수사는 역풍을 맞고 결국은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사정 수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권 등 외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을 가장 잘 활용하고 부릴 줄 아는 정권 만이 사정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검찰과 정권 사이 ‘보이지 않는’ 암투도 사정정국의 성패에 영향을 줬다. 참여정부 첫 해 대선자금’ 수사로 당시 여권은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검찰로 인해 집권 여당이 성공의 파이를 모두 차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MB 시절 검찰은 비교적 정권과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비리 인사들을 혼내주고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데 싫어할 국민들이 있겠느냐”라며 “5년 임기의 중간쯤인 집권 3년차가 정권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칼을 휘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힘이 빠져, 대규모 사정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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