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민간보험사가 경구용 표적항암제 비용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암환자가 입원 시 처방받은 약을 퇴원 후 처방받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복용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했던 보험금을 되돌려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3월 ‘메리츠화재’가 폐암 여성환자 김모씨를 대상으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 2000여만원의 반환청구 및 앞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주>
암환자에게 보험금 지급해 놓고 소송 벌이는 보험사
메리츠화재 “약값 지급받으려면 입원해서 복용해라”
환자단체 “말기 폐암환자 대상 민사소송 취하하라”
[주간현대=김유림 기자] 지난 4월14일 한국환자단체엽합회가 메리츠화재가 반인권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3월 메리츠화재가 폐암 환자 김모씨에게 이미 지급된 경구용 표적항암제 ‘잴코리’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최근 메리츠화재뿐 아니라 일부 민간보험사들이 암환자를 상대로 경구용 표적항암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이번 소송 결과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폐암환자와 소송중인 메리츠화재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김씨는 횟수로 7년째 폐암 투병 중이다. 김씨가 폐암 여성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 28.2%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항암제를 8번이나 바꿔가며 투약해 본인에게 효과있는 ‘잴코리’라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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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항암제란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표적으로 골라 공격하는 항암제다. 이전의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파괴해 부작용이 컸는데 표적항암제는 이런 부작용이 줄어든 신약이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개발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제약회사들은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비싸게 팔고 싶어한다. 환자는 먼저 본인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를 찾는 것이 우선이고 만약 찾는다면 그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김씨가 처음 잴코리를 먹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9월이다. 다행히 김씨에겐 폐암 발병 전에 가입해 둔 ‘메리츠화재’ 실손보험이 있어 비싼 잴코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었다. 김씨가 가입했던 실손보험은 입원치료비 한도 3000만원, 통원치료비 한도 하루 30만원이었다. 김씨는 같은 해 12월 잴코리 약값을 메리츠화재에 청구해 1081만원을 1월에는 1186만원을 받았고, 이 중 잴코리 약값은 각각 988만원, 1059만원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3월 메리츠화재는 갑자기 김씨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잴코리 약값 2000여만원을 되돌려달라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및 앞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씨에게 지급한 잴코리 약값은 입원치료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돌려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김씨는 A병원에 이틀 입원하는 동안 30일치 잴코리를 처방받아 퇴원 후 나머지 28일분은 B요양병원에 입원하며 잴코리를 복용했다. 즉 A병원에 입원했을 때 처방받은 약을 A병원에서 먹지 않고 퇴원 후 집에서 복용하거나 다른 병원에 입원해서 복용하면 약값을 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김씨 측의 입장은 메리츠화재와 달랐다. 경구용 표적항암제가 부작용이 이전의 항암제보다 적다고 하지만 구토, 오심, 부종 등 부작용이 있어 김씨는 A병원에 입원해 잴코리를 복용하려 했다. 그러나 A병원은 환자수가 워낙 많아 병상이 부족한 여건 때문에 담당의사가 다른 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했고 김씨는 B요양병원으로 옮겨 입원해 약을 복용했다.
메리츠화재가 김씨를 상대로 낸 소송은 아직도 1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이 승소하든 패소한 쪽에서 항소하고 만약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이미 잴코리를 1년 넘게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곧 내성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성이 생겨 잴코리를 먹지 못하게 될 것이고 소송의 최종 결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언론에 말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들 보험사에서 경구용 표적항암제 보험금 지급을 아예 거절하거나 지급보험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해 보험금 일부만 받고 나머지를 포기하라는 회유나 협박을 하고 있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약관에는 퇴원약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으며 병원 영수증에도 입원 시 처방받은 약에 대해 퇴원약이라고 따로 항목이 나눠 있지 않다”며 “보험사 측에서 앞으로 경구용 표적항암제 신약이 쏟아져 나올 것에 대비해 지급하지 않는 판례를 만들기 위해 소송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사 주장처럼 입원해서 복용하는 약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말기 암환자가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며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횡포”라고 말했다.
지난 4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은 금융감독원 업무보고 당시 진웅섭 원장에게 입원환자 퇴원 시 경구용 표적항암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일부 민간보험사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지적했고, 이에 대해 진 원장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보험금 위해 매일 외출해야 하는 암환자
근육주사나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항암제는 입원을 하거나 외래에서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지난 2001년 이후 출시된 경구용 표적항암제는 집에서 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암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암환자들은 비록 몇 달 또는 몇 년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내 집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메리츠화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원 후 암환자에게 통원치료비를 지급한다고 했다. 통원치료비는 고액을 지급하는 입원치료비와 다르게 하루 3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 지급하지 않아 하루 35만원의 잴코리 약값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보험사에서 통원치료비로 지급할 수 있는 약값은 ‘조제약’ 항목으로 분류돼 30만원 중 일부 소액이라고 한다. 또 암환자가 통원치료비를 받으려면 하루도 안 빠지고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외출을 해야 되는데 면역력이 떨어진 암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는 암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금 중 입원치료비 혜택을 받기 위해 퇴원하지 않고 계속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며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불필요한 입원으로 암환자는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병원은 입원실 부족으로 위중한 다른 환자의 치료기회를 놓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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