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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도,청와대發 정치개혁 가능할까?

정치개혁은 측근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4/22 [17:37]
최근 파급력을 더해가는 ‘성완종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얼마나 도덕에 대한 불감증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번 ‘성완종 게이트’에는 요 며칠사이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이완구 총리뿐만 아니라 ‘성완종 메모’에 기재된 7명의 권력실세들이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번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들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온 국민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 권오중     ©브레이크뉴스

70년에 가까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불법정치자금이나 뇌물수수 그리고 부정축재와 부동산투기 등... 은 정치인들에게는 일상적인 행위였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적인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부정부패 정치인을 단죄했던 것은 ‘5.16’ 직후와 ‘12.12’직후 단 두 차례뿐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 단죄를 받았던 정치인들도 이후 다시 ‘재기’하여 정치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단죄된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는 마약보다도 끊기가 어렵다. 한번 국회의원을 경험하면, 다른 어떠한 일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이란 직책이 갖는 파워가 엄청나다. 그래서 이전에 어떤 일을 했어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나면, 누구나 결국에는 국회의원을 한번 해보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우선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역구의 경우, 정당의 공천이 그 지역주민들의 추천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정당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후보자는 지역주민보다는 정당 지도부의 낙점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은 정당 지도부가 원하는 인물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국회의원을 시켜주는데, 정당의 지도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공천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지도부는 저마다 추천 인사들을 공천하고 당선시키며 파벌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매관매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선거를 치르려면 역시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선거는 조직’이라는 말처럼, 지역의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을 가동시키려면 반드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원들에게 하다못해 ‘밥’이라도 사줘야하는데, ‘밥’만 먹고 선거운동해주는 한가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후보자는 정상적인 정치후원금으로 절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 현재의 ‘정치자금법’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유통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래서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여-야 정치인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에, 서로의 범죄에 대해서 관대할 수 밖에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없는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치인 모두에게 탈법을 강요하며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그리고 선거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후보자 자신의 사비로만 충당하는 경우가 과연 있을까?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려면 누구든지 법으로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는 자금의 집행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 그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두 밝혀낸다면,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할 것이다. 차라리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권선거를 허용하는 격이 되니, 막장 ‘돈 선거’를 피할 수 없고, 깨끗한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번에 터진 ‘성완종 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런데 언론이나 검찰은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춰서 성완종 회장과 관계된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완종 회장이 남긴 메모와 기록에 매몰되어, 여기에 연루된 자들만 비리인사처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사건의 핵심은 전혀 다르다. 이 사건은 이완구 총리를 비롯한 몇몇 ‘친박인사들’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정치권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 사건이 터지고 10여일 후 이완구 총리가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남미국가들을 순방중인 대통령은 곧이어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귀국하면 곧바로 후임총리 인선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과연 총리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출마를 원하는 정치인들은 당연히 몇 개월짜리 총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현역 정치인들 중에서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총리직을 수락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개인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평생 쌓아온 자신의 경력과 명예를 한 순간에 잃을 수 도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정말로 깨끗하다고 자신하지 못하면 총리직을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리 후보가 될 만한 인사들 중에 이렇게 깨끗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성완종 메모에 기록된 인사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돈’받은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드러날지 모르지만, 권력의 핵심인물들은 스스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안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인지는 앞으로의 수사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이들이 책임지지 못한다면, 제 2, 제 3의 ‘성완종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지만,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솔론’(Solon, BC.640~560)이 말했던 것처럼, 법이라는 것은 거미줄과 같다. 강한 자는 끊고 나오고, 약한 자만이 걸리게 되어있다. 고 성완종 회장은 바로 그 거미줄에 걸려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고 성완종 회장을 거미줄에 걸리게 한 자들은 지금 자신들에게 씌워진 거미줄을 끊고 나올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료 정치인들도 ‘동업자 정신’으로 그것을 방관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이들 중 몇몇 힘없는 자들이 심판대에 오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개혁’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대상자들에게 ‘정치개혁’을 맡겨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우리에겐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파’의 ‘로베스삐에르’(Robespierre, 1758.5.6.~1794.7.28.)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개혁의 대상에 우리 편도 포함시킬 수 있는, 극단적으로 ‘나 자신’도 심판대에 올라갈 각오를 하지 않고선 ‘정치개혁’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정치개혁의 대상은 정치권 전체이지, 일부 비리인사들 혹은 정적들을 제거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역사에서 대부분의 정치개혁은 정적제거 용도로 이용했기 때문에 용두사미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등을 스스로 청산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 또한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의무인 병역을 기피하고 세금을 속여 온 인사들이 이 나라의 지도층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전과자이다. 국민은 여당이나 야당 정치인들을 모두 ‘동업자’로 보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네 탓이요’ 공방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종교에서 ‘신앙고백’을 하듯이, 정치권에서 ‘부정부패고백’을 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로 ‘불가능한 꿈’일까?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정치개혁’은 측근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은 나의 오른팔과 왼팔도 잘못이 있다면 잘라 낼 수 있어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된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는 ‘정치’와 ‘선거’ 그리고 ‘검은 돈’의 고리를 끊는 것이 정치개혁의 완성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청와대가 정말로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이를 국민 앞에 증명해 보여야 한다. diakonie@naver.com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Philipps- Universitae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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