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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지명부터 사의표명까지’

끝까지 버티던 이완구 ‘총리자퇴 트라우마’ 재현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3:20]
 
이완구 국무총리가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재임 63일 만에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힌 것. 그간 언론을 통해 숨진 성 전 회장과 2013년 재보선 때 부여 선거사무실 독대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더 버티지 못하고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여야의 퇴진 압박과 더 버텨봤자 이 총리 개인의 상처만 더욱 커지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만 더 어렵게 한다는 판단에서 총리직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재임한 지 63일 만 단명총리 ‘불명예’ 퇴진
성완종 메모 이후 수차례 말바꾸기도 한몫

 
野 해임건의와 성난 민심 우려한 與의 압박
우여곡절 많았던 인준은 사실상 ‘몰락’인 셈



▲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4월20일(현지 시각)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위)이완구 국무총리의 임명장 수여식, (아래)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모습.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사의를 표명해 정치권이 멘붕에 빠졌다. 국무총리실은 4월21일 전날 새벽 0시 40분께 “이 총리가 20일자로 박 대통령에게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귀국 후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단명 총리

이 총리는 지난 2013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직후에도 국정을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며 총리직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숨진 성 전 회장과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고 200통이 넘는 전화 통화 내역이 확인되는 등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더 버티지 못하고 사의를 결심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부재중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 총리의 조기 사의표명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에다 민심이반을 우려한 새누리당의 압박이 이 총리의 사의를 동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출발 직전 단독회동으로 이 총리의 거취결정을 요구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꼴이 됐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4월21일 한 라디오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어제(20일) 저녁 이 국무총리가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4·29 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데 대해 고심을 거듭해 왔고 결국 전날 사퇴요구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다.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의 생각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그 뒤 이 총리의 사의표명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야당의 해임요구안 추진 방침에 반대해 왔다.

이 총리도 4·19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만큼 흔들림없이 국정을 챙길 것이라며 야권의 사퇴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던 김 대표와 새누리당의 입장이 급선회하고 버티겠다던 이 총리의 태도가 급변한 것. 이런 변화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건의안을 23일 본회의에 단독으로라도 보고하기로 하고 발의를 추진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은 해임건의안 보고 이후 표결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20일 만났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밤 늦게 이뤄진 새누리당의 의견전달은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추진과 10일 발견된 성완종 메모 이후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보여준 이 총리의 거듭된 말바꾸기와 증거인멸 의혹 등도 한몫했다.

여기에 언론을 통해 매일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데다 악화일로인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버텨봤자 이 총리 개인의 상처만 더욱 커지고,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만 더 어렵게 한다는 판단에 박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총리직을 던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 총리가 어려운 결단을 한 만큼 이제 정치권은 정쟁에서 벗어나 공무원연금 등 각종 민생입법에 매진하자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막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면서 “이 총리의 사표가 대통령 귀국 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2월17일 공식 취임 후 6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는 역대 총리 중 가장 재임기간이 짧은 것으로 이번 사의가 수용되면 이 총리는 1공화국이 2공화국으로 바뀔 때 65일 동안 재직한 허정 전 총리(1960년 6월15일∼8월18일) 이후 헌정사상 최단명 총리가 된다.

이처럼 재임기간은 짧았지만 국민들에게 남긴 인상은 역대 어느 총리보다 강렬했다. 인준 과정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말 총리 지명 직후부터 자신과 차남의 병역 문제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16일 국회 본회의장 표결에서 찬성률 52.7%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이한동 총리(찬성률 51.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찬성률로 간신히 턱걸이 인준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리는 잦은 말바꾸기로 거짓말 의혹을 키우며 낙마 직전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일부 기자들과 김치찌개를 먹으며 나눈 김영란법 관련 녹취록(“기자들도 한 번 당해봐”)이 공개된 것은 가장 충격적인 민낯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총리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욕먹어 가면서 여러분도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해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 줬는데 이제 안 막아 줘”라고 말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돈을 받거나 가족이 돈을 받아도 처벌받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들이 포함되는데 자신이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것.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이 총리의 언론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속개된 청문회에서 “매일 편하게 만나는 젊은 기자 분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제가 생각할 때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 좀 흥분했던 것 같다. 의도를 가지고 한 얘기는 아니다. 죄송하다.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관련 기자들을 겁박한 이 총리의 발언이 추가 공개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오랜 공직생활과 충남지사 경력, 3선 의원에 여당 원내대표 경력 등으로 충청을 대표한 여권의 차기주자로 꼽히는 만큼 거뜬하게 통과할 줄 알았던 총리 인준은 사실 몰락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 총리는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조급증 때문인지 잇따라 무리수를 뒀다. 그는 2월17일 취임 일성으로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당일 기자들과 함께한 티타임에서는 “이번 개각 때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인준 과정에서 망가진 위신을 추스르고 정치인 출신 실세총리로서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는 것이었다.

1주일 뒤인 2월24일에는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차관에 대해 연 2회 종합평가를 실시해 부진하면 문책하겠다며 군기잡기에 나섰다. 급기야 3월12일에는 예정에 없던 긴급 총리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 ‘성완종 스캔들’로 이어지는 비극의 싹을 틔웠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총리 담화 6일 뒤인 3월18일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자 이 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자신을 표적수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 전 회장은 측근들에게 “사정 대상 1호가 사정을 하겠다고 한다”며 이 총리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사정 드라이브를 계속 했고 3월26일에는 ‘공공기관 개혁추진 상황점검회의’에서 “빚 많은 공공기관은 존립 이유가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4월9일에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다소 뜬금없이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경험과 한일고대사에 대한 지식을 소개하며 일본의 역사 도발에 대한 공격수를 자처했다. 하지만 총리가 직접 대일 비판에 나선 것은 외교적으로 다소 경솔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 역시 존재감을 키우려는 개인 정치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바로 그날은 성 전 회장이 이른 아침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뒤 숨진 채 발견된 날이었다.

이날 이후 이 총리의 운명은 급속히 기울어지며 호된 부메랑을 맞았다. 사흘 뒤인 12일에는 충남 서산의 성 전 회장 장례식장에서 이 총리와 고 인간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 총리는 그 직후 나흘간 이어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성 전 회장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다”며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까지 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인 윤모씨의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이 총리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 성 전 회장과 밀접한 사이였다는 각종 정황증거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기 시작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이 총리는 난타를 당하며 기진맥진하다 결국 심야의 쓸쓸한 사의 표명으로 끝을 맺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이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며 후임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후임 총리 인선에 최대한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출신 후보 등 다양한 카드를 써봤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임 총리는 ‘인사 트라우마’를 깰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고르기 위해 숙고를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명 초기 ‘준비된 총리’로까지 불렸던 이 총리마저 ‘성완종 리스트’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리며 사의를 표명한 만큼 차기 총리 후보는 누구보다 완벽한 도덕성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차기 총리 후보마저 도덕성 시비에 휩싸인다면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현 정국 상황까지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국정과제 추진력과 정치개혁의 상징성을 겸비한 후임 총리 물색 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완종 파문으로 여론 악화와 야당의 공세로 국정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 경제활성화를 차질없이 해내야 하고, 성완종 의혹에 대한 정공법으로 제시한 정치개혁도 완수해야 하는 이중·삼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도덕성이 검증된 고위관료 출신이 차기 총리 후보에 적합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권 내에서 벌써부터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금융감독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정권의 컬러와 상관없이 전문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정국의 반전을 꾀할 만한 신선한 카드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총리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에 총리 직무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총리 기용설도 나온다. 친박 인사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데다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 친정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를 강력히 희망할 수 있고, 이 전 장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 부총리 등의 기용이 현실화될 경우 후임 부총리 인선으로 개각 범위가 커지고 내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위한 성완종 의혹의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한 만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기용할 것이라는 여권 일각의 관측도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인데다 현재의 사정정국을 불러온 지휘선상에 있다는 야당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도덕성 측면을 부각시킨다면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단골 총리 후보로 거론되지만, 본인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인사 트라우마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찬현 감사원장 등 현 정부에서 검증된 무난한 인사를 기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검토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실무적 준비 절차는 진행될 것이고, 박 대통령 귀국후 여러가지 변수를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인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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