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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에 드러난 공권력 실태

헌법 무시하는 경찰…“불법주동자 엄중 처벌?”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0:50]
최근 세월호 1주기를 기념해 서울시청,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각종 위법 행위로 추모에 참여한 시민들을 통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각종 불법 행위를 했으며 주동자들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 그러나 경찰이 최상위 법률인 헌법을 어기면서 차벽을 설치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 자신의 뜻을 대중에게 표현하려는 기본권을 억압했다는 비난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급기야 현 정권의 국민에 대한 ‘통제’가 과거 군사독재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4월16일 6단계로 시민 헌화 행렬 ‘원천 차단’한 경찰
광화문일대 시민 통행 다 막아…‘청와대행 저지 목적’

“불법집회 해산”불응에…시민에 물대포·최루액 살포
법 근거 미약한 ‘국민 억압’…“차벽은 위헌” 지적돼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최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대규모 추모 행사는 공권력을 앞세운 1만여 명의 경찰과 시민 수만 명이 대립하는 장이 됐다. 경찰은 시위의 불법·과격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추모 시민 ‘완벽 통제’


▲     © 주간현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추모제 공식행사가 끝나고 행사 주최 측은 유가족들이 광화문 분향소로 걸어가 헌화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다. 이에 1만 명가량의 시민들이 흰 국화꽃을 들고 유가족을 따라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걸어갔다. 헌화까지는 함께 하려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에 퍼져 이미 준비 중이던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200m가량 앞두고 동에서 서로 1.5km 이상 길다랗게 북쪽으로 가는 길목을 100% 차단한 상태였다. 경찰은 경찰버스, 트럭, 경찰관 등을 총동원해 6단계의 차단선을 만들어 광화문 광장으로 사람이 아예 진입할 수 없도록 봉쇄했다.

넓은 세종로는 높다란 폴리스라인 벽을 설치해 완벽히 막아섰고 인도 또한 시민 한 명도 통과할 수 없도록 정말 물샐 틈 없이 모든 곳을 차단했다. 심지어 광화문 광장이 있는 청계천에서 북쪽 지상 건너편으로 올라가는 모든 계단까지 경찰관들이 대거 막고 있었다.

세종로에서 경찰은 헌화하려는 1만 명의 시민을 향해 “이것은 불법 집회니 당장 해산해주십시오”라는 경고성 안내를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이 가까운 도보거리의 헌화 행렬까지 막아선 것을 ‘과잉 통제’로 여긴 시민들은 분노했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편 헌화를 포기하지 않은 시민 일부는 세종로의 폴리스 라인을 피해 다른 통로를 찾아 헤맸고, 귀가하기 위해 북쪽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경찰관과 차벽은 일대를 전부 막고 있어 방법이 없었다. 일부 경찰들은 긴 막대에 달린 카메라로 앞에 시민들을 무단 촬영하고 있었다. 현 정권 들어 급증했다는 시위참여자나 시민들에 대한 ‘불법 채증’이었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다. 

자신들을 촬영하는 경찰관들의 카메라들이 대거 보이자 몇몇 시민들은 큰 소리로 이들을 향해 “무슨 권리로 불법 채증하느냐”고 반발하며 이들을 자신의 휴대전화 등으로 찍기도 했다. 하지만 채증을 하는 경찰관들은 소속과 이름이 경찰복에 붙이지 않았으며 얼굴을 검은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 신원을 알 수 없었다. 행진의 선두에 선 유가족들도 “우리는 집회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분향소로 걸어가려는데 왜 막아서느냐”며 반발했지만 경찰들은 미동하지 않았다.

지난 4월18일에는 더욱 고조 광화문 일대의 대치와 갈등이 극심해졌다. 8000여 명의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이날 광화문 부근에 있던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며 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항의하는 유가족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가자는 이에 반발해 차벽으로 막아 세운 경찰 버스와 보호 장구를 파손하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불법행위자 엄중 처벌” 

경찰은 강경 진압에 나서 94명을 연행했고, 이 중 5명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집회 도중 태극기를 불태운 한 집회 참가자의 신원 파악에 나서는 한편, 국기 모욕죄 적용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태극기를 태운 참가자는 모 언론을 통해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4월19일 경찰은 이번 사태를 불법 과격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경찰청은 “6월18일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장시간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경찰 장비를 파손하는 등 불법 폭력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여타 15개 지방경찰청에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이번 불법폭력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파손된 경찰 차량이나 장비, 경찰관과 의무경찰 부상 등에 대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00명의 연행자 중 유가족 21명과 고등학생 6명은 바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행진 시작 전부터 경찰이 차벽을 치고 물대포까지 동원한 것은 도를 넘어선 과잉 진압이라고 비판했으며, 연행 과정에서 저항하지 않는 유가족이 경찰에 폭행을 당한 일도 있다고 호소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해산불응은 처벌이 벌금 정도로 미미하고 현행범 체포 대상인지도 의문인데 100명을 체포했다”면서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 이어 “공무집행은 중요하나 더 앞서야 할 것은 경찰의 공무집행이 합리적·합법적·인권친화적이어야 한다”면서 “그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경찰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남용에 대응한 것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오 사무국장은 “경찰이 차벽이 손상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지만 그 손상이라는 게 낙서 정도”라며 “사람이 차에 대항한 걸로 차량이 전파된 것처럼 과장하는 건 경찰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남용을 가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차벽 설치, 위헌 맞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경찰이 이번 세월호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차벽을 사용한 것은 경찰이 최상위 법인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헤럴드경제>에서 국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3명을 인터뷰한 결과 답변을 거부한 3명을 제외한 10명 중 8명이 ‘경찰 차벽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그 외 1명은 답변을 보류했고, 또 다른 1명은 차벽이 합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A대학 A교수는 차벽이 집회 참가자와 일반청중을 시각적으로 과잉 격리 한다는 점 등에서 차벽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A교수는 “집회는 일반 청중이 그 집회를 바라볼 수 있어야 비로소 집회의 성격을 띨 수 있는데 경찰 차벽 탓에 집회를 보는 청중의 시각적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며 “집회 참가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B대학 B교수는 경찰 차벽의 법적 근거는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6조가 유일한데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은 이 법을 적용할 수 없어 차벽을 설치하는 법적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직법 6조는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이고 생명, 신체, 재산에 중대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 상황에 경찰이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이다.


B교수는 “경직법 6조를 적용하려면 집회 참가자들이 각목을 드는 등 집회를 당장 해산해야 할 만큼 급박한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행진은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었기에 경직법 6조를 적용할 수 없어 법적 근거가 없게 되므로 차벽 설치는 위법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행진이 미신고 된 경우 집시법(집회 및 시위와 관한 법률) 위반을 적용할 수 있지만 집시법 위반이 곧 차벽 설치의 정당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틀린 것이다. 언제까지나 차벽 설치는 경직법 6조에만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C대학 C교수는 경찰 차벽은 대한민국 최상위법인 헌법을 위배하는 불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C교수는 “차벽은 집회 참가자와 일반 대중을 원천 차단하는 까닭에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중에게 알릴 기회를 막게 된다”며 “이는 헌법 21조 집회의 자유(모든 국민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C교수는 “또 차벽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집회 참가자를 겁박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헌법 10조 행복추구권(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D대학 D교수는 지난 2011년 헌재 판례를 인용하면서 경찰 차벽은 일어난 일에 비해 그 대응수단의 정도가 법 테두리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D교수는 “형식적으로 해당 집회는 추모 목적이어서 시작 전부터 집회가 폭력적으로 나갈 것이라 단정하기 힘들었고, 내용적으로도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세월호 유가족과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돼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에 비해 차벽은 법이 허용하는 직무집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E대학 E교수는 “집회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차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원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의 법 해석 잘못”

그러나 경찰은 집시법을 인용해 “차벽은 질서유지선의 일종”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월20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차벽은 질서유지선의 일종”이라고 말했고, 서울청 측은 이날 “집시법상 ‘표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표시나 특징이다. 따라서 차벽은 질서유지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학자들은 경찰이 터무니없이 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을 통해 한 교수는 “질서유지선의 목적은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집회 참가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지난 주말 차벽은 세종대로를 막아 오히려 교통 혼잡을 유발했고, 정서적으로 집회 참가자를 위협한 측면도 있다. 이는 법이 정한 질서유지선의 역할과는 정반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법을 해석하는데 국어사전을 동원하는 경찰의 모습이 놀랍다. 집시법에 나오는 ‘표지’라는 것은 그냥 구별하라는 것이다. 표지는 사람이 통과하지 못하는 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질서유지선으로 어떤 표지를 사용한다 해도 사람들이 그 표지 안팎을 오갈 수 있는 유동성은 전제돼야 한다”며 “표지가 집회 시위자나 일반인의 통행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은 법조문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수는 “경찰은 현행법을 따라야 한다. 현행 경직법 10조는 경찰 장비를 정해진 용도 외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어떤 행동,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법의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청장이 마음대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자질 부족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4월20일 경기 성남 중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 추도식을 외면한 데 이어 사랑하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분들과 아픔을 함께한 시민들의 추모행진까지 막다니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다. 상식을 짓밟는 정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의 강경대응 뒤에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빨리 끝내려는 청와대와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캡사이신(최루액)과 물대포를 등을 사용해 집회 참가자를 진압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캡사이신, 물대포 살포는 집회에서 불법 폭력행위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해야 할 대응이며, 최근에 마찰을 빚은 집회가 없었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뿐”이라며 “집회 주최 측에서 주장한 경찰로 인한 부상자는 2명이었으며 전부 경상이었다”라고 밝혔다.

‘대중에 알릴 수 있어야’

그러나 집회를 주관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은 경찰이 캡사이신을 뿌리고 물대포를 뿌리는 등 과잉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이 서울 종로 조계사 앞에서 경찰 진압과정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폭력을 당해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4월18일 “최루액 등이 특정 폭력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평화적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살포됐고 이는 국제기준 위반”이라며 “평화적 집회·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벽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이 청와대에 진출해 인간띠를 하려는 것이었고, 청와대 쪽으로 집단 진출하려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은 긴 외국 순방에 나가 청와대는 비어 있었다. 이에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을 지키는 것보다 대통령 심기 경호에 치중했음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는 박근혜 정권의 강력함이 아니라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역대 정권이 공권력에 의존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지난 4월22일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16, 18일 추모집회에서 경찰의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차벽 설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이동권을 제한당하고 부상당한 시민을 모아 국가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검토 중”이라며 “검경이 자신들의 권한은 국민이 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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