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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합병과 계열 분리 사이 묘한 기류 흐르는 속사정

최태원 회장 입지 축소 막을 묘책 어디 없소?

취재/김양균(탐사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1:04]

▲ 사진은 SK가 사촌형제들이 2008년 고 최종건 SK 창업회장 3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최재원·최창원·최태원·최신원.     © 사건의내막

 
‘영어’의 최태원 회장 공백 길어질수록 그룹 내 입지축소 불가피
SK와 SK C&C 합병 속내는 최 회장 그룹 안정화 전략이란 분석

 
‘재벌’이란 말은 오직 한국에만 있다. 텔레비전과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재벌의 모습이란 ‘실장님’으로 대변되는 동경의 대상에 가까워 보인다. 재벌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은 두 가지다. 증오와 시샘. 전자와 후자의 내재된 감정이란 부러움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의 다른 말은 초일류 기업이고, 대기업을 말하는가 보다. 삼성이 그렇고 LG가 그러하며, 효성이 그렇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경제 정의를 위한 기업 감시다. 기업의 비리와 착복, 비자금 조성과 기업 사유화는 사회 정의에 위배되므로 언론인들은 기업의 그림자를 쫓는다. 유독 한국의 언론만 예외인 것 같아 보인다. 재벌의 사랑을 갈구하는 낯뜨거운 기사들이 포털을 채운다. 기업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로 엮어내는 것을 경제 기사로 착각하는 걸까? 창업자의 자식으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는 재벌 2세요, 그의 자식은 3세가 되는 이상한 구조. 한국은 이미 재벌 3세 시대로 넘어서고 있다.
 
아직 재벌 2세가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기업이 있다. SK그룹이다. 지난 3월20일 SK(주)와 SK C&C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과 방송은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신문과 포털을 메운 기사의 면면은 ‘지배구조 투명화’, ‘슬림한 기업구조’, ‘소유와 지배 불균형 해소’,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기틀 마련’ 등의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합병 소식은 그 시기가 관건이었지 사실상 예견되어온 일이다. 이번 합병의 의의를 찾아본다면 그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적돼오던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가 이번 합병으로 ‘깨’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일순 투명성이 확보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중앙일보>의 낯뜨거운 칭찬과 환영 일색의 ‘경제’ 기사에서 이해관계가 맞물린 초거대기업의 그림자가 읽힌다. 언론의 과도한 세리머니 한가운데에 최태원 회장이 있다. 현재도 그는 감옥에 있다.
합병의 ‘축하’ 기사가 한바탕 소란을 떨더니 그 여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계열분리 소문이 고개를 든다. 국내 유력 경제지는 재계를 뒤흔든 SK(주) 합병 소식과 함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계열 분리의 진원지는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아들, 최신원 SKC 회장이 지목됐다. 하루 사이 그룹 내 1인자와 2인자가 주목을 받게 된 셈이다. 작금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사실상 경영상의 공백을 사촌지간인 최신원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이른바 ‘사촌경영’으로 메우는 처지다.
‘옥상옥’ 지배구조는 깨졌지만…
최태원 회장은 현재 SK(주)를 비롯해 몸담았던 그룹 계열사의 미등기이사 신분이다. 월급을 받지 않는 임원에 출근도 못하니 서류상으로는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독방을 쓰는 최 회장의 면회가 지나치다며, 이른바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감방이 그리 만만한 곳인가. 설사 법을 어겨 옥중경영을 한다 쳐도 변화무쌍한 사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을 터. 울며 겨자 먹기로 사촌경영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다.  

최 회장 공백 길어지는 사이 계열사 몸집 커져 계열분리 바람 솔솔
효자노릇 SKC와 SK케미칼 계열분리는 최태원 영향력 축소시킬 여지

 
구속되기 전까지 최태원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주) 수석부회장은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과 에너지를,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건설과 화학 분야를 맡고 있었다. 합병 소식 이전에도 계열분리설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지만, 최태원 회장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카드로 알려졌다. 전략적 판단이 아닌 이상에야, 현재의 특수 상황에 있는  최 회장이 계열분리에 찬성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이번 합병의 바탕은 여느 언론들의 기사처럼 그룹 정상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지배구조 투명화는 사실 연매출 10조가 넘는 대기업으로서 응당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시스템에 불과하다. 이는 칭찬 및 환영보다 이제야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이다.
‘합병’ 카드는 최태원 복귀 위한 전략?
SK C&C와의 합병도 석연치 않다. 이 회사가 불과 20년도 걸리지 않아 연매출 10조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K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결과다. 이번 합병의 수혜자는 지분율 1%에서 30%대로 뛴 최태원 회장이다. 그룹 정상화와 투명성 확보는 부수적인 결과이고, 그 같은 분석은 합병 이후 경영 실적과 매출 상관관계를 통해 도출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임원은 ‘합병’이라는 카드가 최 회장의 재계 복귀를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미등기임원 상태이긴 해도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최 회장이 재벌 특별사면을 위해 사전에 수를 쓴 것이란 주장이다. 그룹의 안정화 차원에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주장도 일순 설득력을 가진다. 최 회장의 특별사면도 녹록지 않다. ‘절대 반대’라는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관련 책을 집필하는 등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 ‘사면’뿐이란 결론이다.
최근 SK텔레콤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불편한 관계, SK건설의 검찰조사,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과 엮인 SK C&C까지 악재가 산재해 있는 SK그룹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안정화 전략이며, 이는 전문가들이 이미 내놓은 전망이다. 합병도 안정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경영상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서 거론한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경영 철학의 산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계열분리 하면 어떻게 될까?
사회적 기업 지원과 같은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차원의 일련의 ‘합작’은 특별사면을 위한, 일종의 ‘존재감 이어가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현재까지 약속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최 회장은 당분간 감옥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기업 안정화와 지분 확보를 위한 전략적 합병 결정이 발표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계열 분리설’은 합병의 수혜가 채 영글기도 전에 최 회장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촌경영으로 이어지던 최 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 좁혀질 위험도 있다.
물론 SK그룹 내 계열사별 성장을 고려할 때, 계열 분리는 전략적인 경영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특수 상황을 보면, 매출 신장의 효자노릇을 하던 건설과 화학 분야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회장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여지도 존재한다. 
‘SKC나 SK케미칼 등이 빠져나가면 회장의 구심점인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아시아경제>의 분석은 지극히 ‘친’ 최태원 식의 인식을 드러낸다. 이 매체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사촌인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들 회사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월22일 SKC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7% 늘어난 614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4.9% 증가한 7004억원, 당기순이익은 49.4% 늘어난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화학사업이 SKC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아시아 지역 폴리우레탄 수요의 견고한 성장 속에서 고부가 폴리올 및 프로필렌리콜(PG) 제품의 프로덕트 믹스 고도화와 마케팅 지역 다변화에 힘입어 화학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193억원) 대비 2배가 넘는 큰 폭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C솔믹스, 바이오랜드, SKC에어가스 등 자회사 합산 영업이익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C솔믹스는 전년 동기 대비 26억원 영업이익 개선과 바이오랜드 신규 편입(영업이익 43억 개선)에 따라 자회사 합산 영업이익은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SKC와 자회사들의 견고한 실적은 분리 경영에 힘을 싣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SKC솔믹스를 제외하곤 그룹 간의 거래 규모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KC솔믹스 역시 SK하이닉스보단 삼성전자 반도체와 거래가 더 많은 상황이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도 SK케미칼 지분 13.17%를 보유하면서 사실상 회사를 독립 경영 중이다.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최 부회장의 분리경영 역시 SK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중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SK케미칼은 1분기 334억원의 영업이익과 172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281% 늘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한 수치다. 전년 동기 보다 영업이익은 35.7% 증가하고 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약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SK케미칼의 주요 종속회사인 SK가스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LPG 소비량도 문제다. LNG와 전 기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LPG업계 전체가 고전하고 있다.
이외에 SK가스가 지분 48.2%, 최 부회장이 37.4%를 갖고 있는 SK D&D는 부동산 개발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영위하는데 부동산 개발 매출이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749억원로 전년 대비 34.4% 늘고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156.1%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임원은 최창원 부회장이 SK D&D 상장 이후 보유 지분을 팔아 SK케미칼 지분을 더 늘리며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그룹 내 최 회장의 입지는 계속 줄어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ykkim19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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