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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삼성생명법'이 다시 발의돼 삼성그룹 등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15조원에 가까운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이 법안이 삼성생명은 물론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22일 보험사의 계열사 보유지분 한도를 강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 재벌개혁에 공감대를 가진 3개 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며, 당시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법안은 당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으나 통과되지 못했고,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현행 보험업법이 자산운용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일부 기업의 편법적인 기업지배에 악용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 “20대 총선 민심이 경제민주화를 추인한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되, 3%가 넘는 자산은 5년 안에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총자산은 시가가 반영되지만 ‘총자산의 3%’에는 취득 당시 원가가 반영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총자산의 3% 평가도 시가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다만 보유 지분의 한도초과 처분 기간은 당초 19대 국회에서는 5년 이내로 했지만 이번에는 7년으로 늘렸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부 보험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취득 원가는 약 3조5949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2013년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자산총계에서 미상각신계약비, 영업권 등을 제외한 수치)의 3%인 4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현재 시가로 계산하면 약 20조2003억원에 달한다.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가 기준으로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를 계산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약 15조원에 가까운 계열사 지분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가장 관건은 삼성전자 지분 보유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현행법상 총자산의 3%를 넘지 않고 있지만 개정안에 따라 시가로 평가할 경우 3%를 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식(지분율 7.21%)을 대규모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이 흔들리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의 7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오너가 3남매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27.34%를 보유하게 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2.9%의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각각 19.3%와 4.1% 소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7.3%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을 내다팔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에도 힘이 빠지게 된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 전량을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한 삼성화재 14.98%, 삼성증권 11.14%, 삼성카드 71.86%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고 삼성자산운용은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지분 7.32%, 삼성중공업 지분 3.38%, 에스원 지분 5.34%, 호텔신라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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