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중앙탑면 가흥리(첨단산업로 1273)에 소재한 허름한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은 겉모습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우리나라 최대의 해양어구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는 어구의 보고(寶庫)다. 조립식 건물의 허름한 외부 건물과 달리 내부에는 보물이 한 가득이다. 단독주택 한 채와 조립식 건물 2동으로 이뤄진 이 한국해양어구박물관과 한국수산문화연구소의 유철수 소장(55)이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여 년 동안 수집해온 소장품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사람이 사랑을 하든, 어떤 목표에 도전하든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 꿈을 온전히 이룰 수 없다. 유 소장은 이 세상에 온 목적이 오로지 제대로 된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세월을 달려온 삶, 그 자체였다. 브레이크 뉴스는 한국해양어구박물관에 미쳐있는 유 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일 우리나라 最古의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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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은 어느 정도인가?
▲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작살, 통발, 낚싯대를 비롯해 전통 어구 9만5천여 점과 물고기 관련 자료 5천여 점 등 애지중지 모은 자식 같은 소장품이 10만 여점에 육박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어구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어구라고 하면 흔히 바다를 떠올리지만 통발, 작살 등 강에서 오히려 더 발달한 어구도 많습니다. 소장품의 70∼80%가량은 제가 남한강 일대에서 직접 수집한 것들입니다.
-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의 의의는?
▲ 어구에는 문명의 발달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인류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입니다. 바다를 지배해야 세계를 지배합니다. 일본은 해양수산 어구관련 박물관이 14,000여개나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해양박물관이 없습니다. 2012년에야 국립 해양박물관(부산 영도)이 개관했는데 이곳에는 국립해양박물관에도 없는 소장품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 소장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곳을 방문한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들도 "이런 걸 어떻게 구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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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중에는 선사시대의 화살촉, 도자기, 그물 추, 1938년 제작된 국내 최초의 어탁(물고기 탁본),나룻배, 고래 잡는 포경포, 각종 서치 라이트 등 한마디로 없는 것 빼놓고 다 소장하고 있는 꿈의 '보물창고'였다. 뿐만 아니라 3년 여에 걸쳐 만든 어구책, 그리고 물고기, 어류와 관련된 자료들이 많아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寶庫였다.
공간은 협소한데 소장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니 체계적인 정리와 전시가 쉽지 않아 보였다. 소장품은 건물 내부의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야외까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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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구 수집을 하게 된 동기는?
▲ 제가 어구 수집에 나선 것은 경기도 수원에서 고미술업에 종사하던 20년 전쯤이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병원 사무장을 하던 지인의 권유로 1990년대 초반부터 어구를 수집했고 2003년 충주로 이사 온 후에 70~80%를 모았습니다. 자료를 한 점 두 점 모으기 시작하면서 어구의 매력에 깊이 빠져 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낚싯대·낚시도구·바구니·의자 등 낚시 중심의 어구를 모으다 1995년부터는 작살·그물·어선용품 등 전통 어구로 수집 범위를 넓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물고기 관련 생활용품을 본격적으로 수집했고 2007년에는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을 열게 됐습니다.
- 어구들을 수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 바다에서 사는 먹이사슬 중 최상위에 있는 고래를 잡는 포경포 수집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됩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960년대 동해에서 고래 잡을 때 쓰던 '포경포 2문'을 사기위해 1년 이상을 공들여 사가지고 돌아오는데 그 때는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물고기 문화는 선사시대 화살촉, 도자기 등을 총망라했다. 소장품 중에는 1938년에 찍은 국내 최초의 어탁(魚拓)이 눈길을 끈다. 이 어탁에는 '김포군 양서면 개화리 부평수리조합 수로제방 동편 수문 아래, 일제치하 소화(昭和)13년(1938)9월 4일. 5촌 5푼(16.5㎝), 최두원'이란 낚시꾼과 낚시 장소, 낚시한 날이 적혀 있다. 박물관에는 남한강에서 쓰던 쏘가리와 민물장어 작살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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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소장에게 어구들은 어떤 존재인가?
▲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이 10만 여점이 제 자식들입니다. 만약 저에게 자식들이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어구들의 수집이 가능했을까? 물어봅니다. 단연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만큼 이 어구들의 한점 한점이 애착이 가고 제 자식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나만 보고 그칠게 아니라 세상에 나와 햇빛을 보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인류문명의 4대 발생지는 강 유역을 중심으로 태동되었습니다. 강과 바다를 통하여 발달한 전통어구는 인류문명사와 우리조상들의 가장 근본 기초가 되는 문화유산입니다.
- 지자체에 해양박물관 제안을 해보지는 않았나요?
▲ 제가 직접 하기보다는 지자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하여 추진하려고 했으나 의사결정이 더디고 잘 안되었습니다. 충주시는 지난 8월 충북도의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은 데 이어 오는11월 충주시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를 거쳐 매입에 필요한 예산 30억 원을 확보해서 추진 할 계획이었으나 언제할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 외 여러 지자체중 울진군, 부안군, 여수시 등에서 박물관 유치를 위해 직접 이곳까지 와서 추진을 타진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장품 규모에 놀라고 인류문명발달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해양박물관의 소중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은지 아직은 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역사적 안목이 있는 지자체장과 손잡고 제대로 된 해양박물관을 만들고 싶은 게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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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에서 추진한 박물관 성공 사례는 있나요?
▲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 술의 역사와 관련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술 박물관’이 있습니다. 전북 완주군은 구이면 덕천리에 총 204억원을 들여 6만여㎡에 3층 규모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술 박물관에는 소줏고리, 누룩 틀, 술병, 술 항아리 등 전통주와 관련된 유물과 주류업체별 술병, 각종 상표 등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술의 종류, 주도(酒道)에 관한 고서, 옛 주류제조 면허증, 주류경연대회 상장 등의 자료 5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소장자인 박영국 관장이 지역 향토문화 증진을 위해 관리운영을 잘 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술 박물관의 소장 자료에 비교하여 조금의 손색없이 규모는 물론 10배 이상의 가치 있는 어구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 전통 어구와 물고기 문화 관련 유물로 나눠 전통 어구는 낚시 어구류, 육지강천 어구류, 투사물(작살류), 해양선박 어구류, 염전과 소금 유물류로 세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분류에 따른 제대로 된 어구박물관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후대에 역사 자료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해양어구박물관에 소금 전시관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소금은 인류문병발달사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재료입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영양학적으로 우리나라 70%수준인데도 세계적인 소금으로 비싸게 팔려나갑니다. 마케팅과 브랜드화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염전인 신안의 태평염전은 160만평에서 연간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해양박물관과 한데 어울려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학습을 통하여 돌을 굴려 평탄작업도 해보고, 수레차로 간수물을 염전바닥에 채우며 직접 소금을 만들어 보는 체험 등은 산교육입니다. 우리나라 천일염을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 가는 일환으로 전국 각지의 소금들을 생산지별 이력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100g씩 무료로 나눠주어 전 세계의 소금들을 전시하는 산 교육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유 소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교육은 물론 학습 자료로 사용하는 해양박물관을 꾸미는 게 소박한 꿈이기에 제대로 된 해양어구박물관을 세워 관광 자원화하고 후손에게 역사자료로 물려주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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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마치며
사랑을 하면서 상대에 미치는 것, 꿈을 향해 도전해가는 미친 행위는 아름다운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어느 한 분야에 미쳐 그 꿈을 실현해가는 도전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남여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것은 서로가 상대를 인정할 때 가능하다. 유철수 소장의 소박한 꿈을 역사적 혜안이 있는 어느 지자체 장이 인정해주는 날!
좁은 공간에서 켜켜이 먼지에 쌓여 햇빛을 못보고 있는 소장품들이 세상에 나와 훌륭한 교육적 가치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국해양어구박물관의 탄생은 우리 조상들의 문명발달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만나는 곳이고, 배우는 학습의 장이고, 교육의 장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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