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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해외주재보고서 싱가포르 해외생활

깨끗한 거리, 깨끗한 정부, 깨끗한사회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9/29 [21:39]
▲싱가포르 - 시내전경 진짜 깨끗하다. 그동안 출장차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싱가포르만큼 깨끗한 곳은 없는 것 같다.  © 브레이크뉴스   

현대상선에서 전세계 각지에 파견된 주재원들의 몇 년 씩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한 현지 업무환경, 해외문화에 대한 경험담을 모아 '해외주재보고서'가 발간됐다. 이 보고서는 미주, 구주, 아주 지역의 주요 도시는 물론 두바이, 뭄바이 등 총 14개국 20개 지역에 관한 총 33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번 순서는 싱가포르편으로, 2001년 2월부터 2005년 7월까지 현대상선 동서남아본부에서 근무했던 손영일 상무보가 쓴 글이다. 손 상무보는 현재 구주영업본부 부서장으루 근무하고 있다.

 1. 대만, 중국 그리고 싱가포르
타이페이에서 4년6개월('87~91) 중국에서 5년6개월('93~99)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4년('01~05) 누구 말대로 중화권에서만 14년을 보낸 셈이다. 1979년부터 시작한 직장생활 총 26년 중 반 이상을 해외, 그것도 중화권에서... 작은 섬나라이지만 중국인의 긍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대만, 대국의 수도답게 그 거대한 스케일이 아직도 눈에 선한 북경, 그리고 말레이 반도의 귀퉁이에 더 이상 갈 곳 없이 붙어있는 싱가포르, 확실히 싱가포르는 중화권이라 말할 수 없는, 동서양이 교차되고 있는 글로벌리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 싱가포르에서 3년 남짓 지나면서 느꼈던 바를 두서 없이 쓰고자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혼잡지역에 전자 감응장치를 설치하여 시간대 별로 통행료를 징수하여 꼭 필요하고 긴급한 차량만 추가요금을 내고 시내 혼잡 지역을 통과하고 그렇지 않은 차량은 우회하게끔 유도하는 러시아워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내외국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싱가포르 - 주차장   © 브레이크뉴스

2. 세계화의 대명사 - 싱가포르
싱가포르에 대한 지칭은 너무나 많다. 도시국가, 경찰국가, 가공무역국가, 깨끗한 나라, 엄격한 나라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세계화된 도시라고 제일로 지칭하고 싶다. 현대 싱가포르의 역사는 1819년 동인도회사의 부지사였던 영국인 스탬포드 레이플스(stamford raffles)경의 싱가포르 개척으로 시작되어 이후 그 과정에서 말레이인(원주민), 인도인(주로, 남인도의 타밀족 이민), 중국인(청나라 말기 주로 복건성 지역주민 이민) 등 다민족 국가를 이루어 싱가포르 영웅 이광요 전 수상에 의거 글로벌리즘만이 싱가포르의 활로라고 판단,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등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싱가포르의 세계화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아래의 몇 가지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데 따른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가. 영어가 공용어
다국적 기업들의 직원들은 싱가포르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관공서나 비즈니스에서는 두말 할 것도 없고 택시를 타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데도, 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중졸, 고졸직원 도 영어회화는 물론 영작문 등 커뮤니케이션에 노프라블럼이다.(물론 싱글리쉬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대졸직원도 영어구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곳에는 유독 서양 남자/싱가포르 여자 커플이 많다. 서양 남자들은 살면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싱가포르 여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한번 상상해 보라. 서양 남자와 영어가 안 되는 한국 여자간의 결혼 생활에 어떤 해프닝이 벌어질지)
▲싱가포르 - 저녁무렵 싱가포르에 대한 지칭은 너무나 많다. 도시국가, 경찰국가, 가공무역국가, 깨끗한 나라, 엄격한 나라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세계화된 도시라고 제일로 지칭하고 싶다.  © 브레이크뉴스

나. 살기 편한 실용주의 나라
 
싱가포르도 지속적인 도시개발, 내수경기 진작 등의 이유로 공사현장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우리와 다른 것은 공사를 하더라도 그 곳의 도로망은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공사장 주변 도로가 아예 봉쇄되는 것과 달리 공사 전에 4차선 도로가 있었으면 공사 중에도 그 4차선도로가 유지된다.(물론 평행사변형 등의 형태로 도로가 변형되지만) 이는 도로를 처음 만들 때 이러한 경우를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하나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혼잡지역에 전자 감응장치를 설치하여 시간대 별로 통행료를 징수하여 꼭 필요하고 긴급한 차량만 추가요금을 내고 시내 혼잡 지역을 통과하고 그렇지 않은 차량은 우회하게끔 유도하는 러시아워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내외국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싱가포르도 좋은 차가 많고 도로사정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속도를 내는 차들이 많다. 그래서 모든 고속도로에는 과속단속장치(speed gun)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느닷없이 스피드건이 나타나거나 숨어서 경찰이 단속하는 것 이 아니라 사고 다발 예상지역이나 속도 증가 예상지역에 스피드건을 설치하고 최소 1~2km이전부터 감속을 유도해 사고를 줄인다. 부정적(negative)단속이 아닌 긍정적(positive)유도인 셈이다.
다. 깨끗한 나라
'01년 2월10일 부임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올 때 내 소감은 한 마디로 ‘이렇게 깨끗한 곳에서 4년을 보내게 되었구나’였다. 진짜 깨끗하다. 그동안 출장차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싱가포르만큼 깨끗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나중에 안 얘기지만 이곳도 주말에 유원지(east coast등)에 가면 저녁 때 쓰레기로 뒤덮인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값싼 노동력들이 깨끗하게 둔갑시켜 논다고 한다.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나라 싱가포르. 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겉으로 보이는 깨끗한 환경보다도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 깨끗한 사회인 것이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도 싱가포르는 부정부패 없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라고 들어 왔지만 실제 4년 가량 몸소 부딪혀 보니 정말 부정부패 없이 페어플레이가 성립되는 나라라고 느꼈다.
싱가포르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당사 주요 협력업체중의 하나인 psa(port of singapore authority 싱가포르항만청) 회장을 예방한 적이 있었다.
그 회사 41층 접견실에서 상견례 와 상호 관심사 얘기를 마친 후 회장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싱가포르 역사를 화보로 소개한 책자를 받으며 주재하는 동안 싱가포르에 대해 잘 이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보통 값비싼 선물이나 양주 등을 선물하는 다른 지역과는 사뭇 차별화 된 느낌이었다.
또 한번은 psa터미널이 인근 말레이시아 ptp 등 터미널 등의 확장으로 인해 비즈니스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점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다시 한번 놀란 것은 점심메뉴는 간단한 일식 도시락에 장관이 직접 현안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자기의견을 피력하고 또한 미진한 것은 추후 회신해주는 그런 분위기였다.
얼마나 깨끗하고 참신한 분위기였는지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권위주의와 상당한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얘기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에서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다는데 착안하여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사람이 삼계탕을 한국의 유명 치킨메이커로부터 수입하려는 과정에서 식품에 관한 한 엄격하게 통제하는 싱가포르 식품관리청 공무원이 해당 치킨메이커로 출장을 가게 된 적이 있었다.
꼭 통과시키려는 마음에서 한국의 유명메이커와 근사한 저녁접대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공무원은 본인은 이미 출장비 명목에 저녁식사 비용까지 다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접대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예의상 그 다음날 점심만 그 회사 구내 식당에서 먹고 돌아가 공정하게 심사하여 수입승인을 해 줬다는 일화도 있다.
▲싱가포르 - 보타닉공원 상하(常夏). 언제나 여름인 나라 지만, 하지만 이 나라 국민들은 싱가포르에도 한국처럼 4계절은 아니라도 3계절이 있다고 강변한다. 이름하여 더운, 더 더운, 가장 더운(hot, hotter, hottest).  © 브레이크뉴스

3. 3계절의 싱가포르
상하(常夏) 나라 싱가포르는 연중 최저기온이 25도, 최고기온이36도로 정말 덥다. 하지만 이 나라 국민들은 싱가포르에도 한국처럼 4계절은 아니라도 3계절이 있다고 강변한다. 이름하여 더운, 더 더운, 가장 더운(hot, hotter, hottest).
중학교 영어시간에 배운 원급, 비교급, 최상급이다. 11월~2월 우기가 hot , 3월~6월이 hotter, 7월~10월이 hottest 에 해당된다.
2001년 2월 부임첫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을 때 첫마디가 "아, 덥다!"였는데 한 2년 지나고 나니 그 사이에 적응이 되었는지 덥다라는 말이 별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통계적으로 온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며 운동도 잘한다고 하는 것은 괜한 얘기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 잇는 한국인들은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은 쓰고 있다. 나 또한 이곳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한 조깅이 어느새 이제는 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까지 되었다.
이곳 싱가포르에도 매년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데 덥지 않은 아침저녁 시간에만 뛸 수 있는 관계로 보통 7km, 10km, 21km로 구분되고 풀코스는 소요시간상 배제된다. 부임 첫해에 7km, 다음해에 10km, 작년에 21km, 올해에도 21km 뛸 예정이다. 더운 나라이지만 아침저녁으로 깨끗한 바닷가나 우레탄이 깔린 학교운동장 트랙을 뛰는 그 상큼한 맛은 다른 어느 지역에서의 조깅에 뒤지지 않는다.
더운 나라이기에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또 있다. 이곳에 있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은 힘이 없어 신문지로 한번 내려치면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열대지방 사람들이 힘이 없고 기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 도마뱀도 같이 동거하고 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이상한 새 울음소리 비슷한 게 들려 창가마다 확인해 보았는데 알고 보니 도마뱀 소리였다. 보통 작고 아주 귀여운데 에어컨 등 시원한 곳에서 지낸다.
4. 싱가포르에서의 한국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 놀란 것은 이곳 사람들의 친절함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 길을 잃어 다른 운전자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면서 자기가 가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면서까지 친절하게 안내를 해줘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올 때 하도 번잡해서 두고 나온 가족의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 전해준 이야기 등은 싱가포르 사람들의 친절함을 여실히 나타낸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싱가포르 사람들의 친절은 어려서부터 교육에서 나온 것이지 어떤 인간적인 정에 의한 것은 아니고 인정에 있어서는 한국인과 다른 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2001년 부임 초 당시만 해도 한국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고 일본인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던 싱가포르인들이 최근 1, 2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슈퍼마켓이나 식당의 종업원들로부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말을 접하게 되고 택시기사로부터 "한국사람 입니까?"라는 말을 듣게 된 것도 모두 한국문화, 특히 영화, tv(한류스타)의 힘이라고 하겠다.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가 싱가포르 tv에서 재방, 삼방되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싱가포르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면서 한국으로 스키관광을 다녀오고 싶다는 싱가포르인들이 늘어나고… 한국은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나라냐는 말을 들을 때 정부외교보다 문화매체를 통한 민간 외교가 더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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