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열 11위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재계서열 8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의 '기회'라는 측면만큼이나 '위험'을 안게 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 2월 그룹의 새로운 ci 선포 당시 박삼구 회장이 그룹의 m&a 정책에 대해 했던 발언중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이 근본적으로 깨어졌다는 점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매각과정 특혜의혹과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 박삼구 회장의 인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등은 금호아시아나의 앞길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대우건설 인수시 재계8위·건설업계 1위 도약
4조원대 차입 따른 동반부실·조직 동요 우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 6월 22일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프라임컨소시엄을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의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경제 관심의 초점중 하나였던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일단락 됐다.
캠코는 6월 29일 컨소시엄 대표인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양해각서에 따라 7월초부터 4~5주간 정밀실사, 8월중 최종인수가 조정 및 본 계약 체결을 거쳐 9월중에는 매각절차를 종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 7월 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대우건설 정밀실사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대우건설 노조의 저지로 인해 아직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고, 7월 말이 되도록 양자간 입장차이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 실사단 20명은 정밀실사를 위해 지난 7월 4일 오전 9시경 대우건설 본사를 방문했으나, 대우건설 노조원 1백50여명이 "부실매각, 졸속매각 반대"를 외치며 실사단 진입을 강력히 저지하자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이날 노조 관계자와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노조 사무실에서 30분여 매각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으나, 별 성과 없이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으며, 실사 재개를 위한 협상은 7월 하순에 접어들도록 진전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과도한 고가매각에 따른 차입인수로 재부실화가 우려됨에도,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건설이야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오로지 비싸게만 팔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매각은 해외투기자본의 먹튀 매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아시아나 측과 매각주간사인 캠코 모두 구체적인 인수대금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는 금호측이 제출한 인수 의향가격이 6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격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5조~5조5천억원보다 무려 1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주당 평균가로 환산하면 대우건설 현재 주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이자, 역대 기업인수합병 거래 중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7조원)에 이어 높은 가격이다.
인수가격이 이렇게까지 올라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매각 참여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금호, 두산 등 재벌기업과 유진, 프라임 등 중견기업이 참여해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은 올 1월 예비입찰이후 서로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여기에, 3월 "정부기관이 3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구조조정 기업 매각시 출자총액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대기업의 자금동원 여력이 풍부해졌고, '기업 도덕성에 따른 감점'이 도입된 것도 입찰가 인상을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승자의 재앙' 따른 동반부실 우려 제기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새로운 ci를 선포했던 지난 2월, 박삼구 회장은 "그룹내 유휴자금만 모아도 1조5천억원이 넘는다"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매물들에 대한 인수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자금부담 우려에 대해 "단독인수가 아닌 재무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면서 "금호아시아나가 자금의 절반에서 2/3수준까지 부담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대우건설 인수예상가격은 3조원대였다.
자산 규모 5조9천억원에 11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우건설은 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순위에서 21위를 차지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자본금 12조9천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가 성공하면 자산 규모 19조9천억원에 계열사 34개로 늘어나면서 현 재계 서열 11위에서 3단계 점프,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을 제치고 재계 8위로 도약하게 된다.
물론 재계순위는 하반기 m&a 시장의 흐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현대건설과 대한통운 등 대형매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우건설 시공능력평가액은 5조4천6백억원으로 삼성물산건설부문의 5조9천3백60억원에 이어 2위지만 1조6천3백억원의 금호건설을 합치면 7조9백원에 달하면서 압도적인 1위가 되며, 자산·매출·수주액 등 모든 부문에서 삼성물산을 따라잡게 된다.
금호아시아나로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는 추측을 하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팅액이 커짐에 따른 위험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고, 증권가에서는 4조원대 차입에 따른 동반부실 문제와 인수에 따른 조직 내 동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이자비용≒대우건설 연간 순익?
금호아시아나는 자체조달 자금 2조원을 제외한 4조5천억원을 자문사인 jp모건을 비롯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 미래에셋, ktb네트워크, 메릴린치, 국민은행, 대우증권, 헤지펀드인 아마란스 등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당기순이익(연 4천67억원)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연리 10%일 때 4천억원)와 맞먹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돈 벌어 이자 갚기도 빠듯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대우건설의 기존 부채가 3조원 이상이라는 점도 감안을 해야한다.
만일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그에 따라 대우건설 주가가 곤두박질칠 경우 그룹전체로 부실이 퍼지면서 전형적인 승자의 재앙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노조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대우건설이 다시 쓰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대우건설의 재부실화는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우려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가 경영권 확보선인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에 배분하고, 9천억원에 달하는 대우건설 내부 보유금으로 유상감자를 단행해 주가를 띄운 후 배당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인수후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은 캠코와 약속한 비밀유지 조항에 포함되어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정보유출로 불거졌던 구설이 다시 제기되는 것을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대우건설 인수제안서 내용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않았지만 당장 그룹의 현금 흐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노조 "재부실화 우려"
컨소시엄 선정 과정 '특혜' 의혹 제기
정밀실사 등 매각절차 추가진행 저지
높은 인수가격과 관련해 대우건설 노조는 "국민의 혈세로 살린 회사를 두 번 죽게 할 수 없다"며, 우선협상대상자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7월말 현재까지 정밀실사 등 매각절차 진행을 저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가 캠코와 금호아시아나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매각 후 중장기 발전 가능 입증자료 제시 △각종 특혜의혹과 입찰가 유출 의혹 진상조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 평가결과 공개 등 3가지.
노조는 "대우건설 매각은 중장기 발전을 가능하도록 하는 매각이 아니라 오히려 대우건설을 재부실화시키는 매각"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입각한 국제공개경쟁입찰이 아니라 불투명, 불공정으로 점철된 밀실매각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성 감점배점, 5백억원 이상 m&a 경험, 건설업체 보유 여부 등을 평가기준으로 추가하는 등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와 직결되는 중대한 평가기준을 임의로 정해 특정업체에 결정적인 유·불리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상황들이 금호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돌아가게 조정되어갔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금호컨소시엄이 혈연, 학연, 인맥, 직연을 총동원해 정관계의 밀어주기 시나리오가 진행되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노조 정창두 위원장은 "6월 2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검토시간 부족을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연기한지 이틀만인 22일 금호가 선정된 것은 사전에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모양새 갖추기였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특혜의혹을 불식시키고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과 평가내용을 즉시 공개하고, 자산관리공사는 과도한 고가 매각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재부실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증자료를 제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공정, 불투명, 각종 특혜에 의한 매각으로 대우건설이 재부실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호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정밀실사 저지는 물론 법적 대응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 캠코와 대우건설노조간 정밀실사 재개 협상이 양자간 이견만 확인하고 향후 협상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결렬된 이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노조 관계자는 7월이 가기 전에 한차례 협상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