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빨갱이'라는 용어가 친일잔재로 청산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학정, 해방정국의 혼란,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너무 쉽게 그것도 성스러운 3.1운동 기념식장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빨치산'이란 말은 어원은 오래됐지만, 근래로 보면 러시아어 파르티잔(partizan)에서 유래한 것으로 노동자나 농민으로 구성된 유격대를 말한다. 1918년 러시아 공산혁명 직후 벌어진 내전에서 백군파를 상대로 한 적군파의 게릴라전이나, 1927-37년 중국 국공내전 시기에 국민당군을 상대로 한 공산당군의 게릴라전을 수행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물론 공산군이 '비적' 수준의 비정규군으로 정부군에 비해 전력이 압도적인 열세라 게릴라전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일제 하에 임시정부를 중심으로는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저항운동을 전개했던 데 비해, 만주 인근 지역에서는 초기에는 우익 독립투사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좌익 독립투사들이 소규모 게릴라전으로 항일 무장 투쟁을 벌였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제가 파르티잔-->빨치산에서 빨갱이라는 비속어를 만들어 독립투사 전체를 통칭하기보다는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만주 인근의 무장 독립 투쟁 세력에 국한해서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일제가 1932년 일본 관동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는 괴뢰정권 만주국을 건국한 후 이들의 게릴라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 하에 동북항일연군으로 개편하여 낮은 단계의 항일투쟁을 계속했고,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 전후로는 소련 공산당 지도 하에 동북항일연군에 편입되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것이 일제 하의 빨치산 역사다.
![]() ▲ 김정기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
현대적 의미로서 빨갱이에 대한 개념은 1945년 해방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1945-48년까지 남북에서 실시됐던 미군정과 소군정 시기에 치열한 좌우 이념 투쟁 과정이 있었다. 1948년에 국방경비대 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여순사건이 발생했다.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1953년에 휴전이 되었음에도 1955년까지 지리산을 중심으로 빨치산이 남부군의 이름으로 게릴라전을 수행했다.
이후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이승만과 반공을 국시로 했던 박정희를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좌익 계통을 통틀어 비하하고 적대감을 조성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제국의 해체를 겪고, 이후 공산주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이데올르기로 판명된 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책동을 일삼으며 각계각층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종북좌파들에 대해서 빨갱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원래의 뜻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