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한국병인 '학벌병'을 타파해야 한국은 진정한 선진 민주국가가 되어, 국민들이 떠나고 싶은 '헬조선'이 아니라 사랑으로 나누고 베풀면서 행복이 넘치는 살고 싶은 나라가 된다. 우리 사회는 학벌주의라는 무서운 고질병이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이 학벌병을 퇴치하기는 커녕 예방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아무리 일 잘 하고 부단히 노력해도 일류대 졸업장이 없으면 이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잘 알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 서울대를 중심으로 극소수 일류대 졸업생들이 강력한 세력을 구축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같은 사회 조류를 무시할 수 없어 어떻게든 내 자식만은 엘리트 집단에 끼워넣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바램 또한 얼마나 간절한가? 오로지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벌이라는 신분 보장 보증서를 얻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찿아볼 수없는, 그 말조차 황당한 '입시전쟁'이라는 몸살을 해마다 온 나라가 치러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병폐는 계속 되물림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기를 다 바쳐 죽기살기로 들어간 대학이 과연 반듯한 학문의 전당으로, 사회가 필요로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정부는 지식 기반 사회에 발맞추어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언급하며 개혁을 외쳐왔지만, 대학의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2세기를 준비해야 할 대학의 커리큘럼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교수들의 수업도 14세기에 머물러 있고, 학생들은 대학 교육을 받을 만한 기초 학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 불과하고, 서울대 교수들 중 단 한 명도 노벨상 수상자가 없고, 서울대 학생들 중 일부는 기초 수학, 기초 영어, 기초 한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공동체인 서울대, 서울대 교수, 서울대 학생들의 우물안 개구리식 초라한 자화상이다.
교육의 위기는 곧 망국의 조짐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교육의 총체적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너무나 심각한 문제이다. 학문 연구의 선봉에 있는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이 자정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서야 어찌 유능한 인재나 일꾼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학생은 공부를 하는 것이 본분이다.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유급을 시키고 졸업을 늦추며, 대학별 특화를 추진해 사회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방책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 공부가 부족하여 자격이 미달되어도 버젓이 학사모를 쓸 수 있는 부실한 학사 관리부터 확 뜯어고쳐야 한다. 아무리 일류대학을 졸업했어도 젊은이들이 속 빈 쑥정이가 되어 사회로 나와 긍정적 가치라고는 무엇 하나 생산하지 않는 학벌병의 가치관에 묻혀간다면 우리에게는 정말 희망이 없다.
오래 전에 취업 이력서에 학력 기재란을 없애자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 많은 문제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학벌의 결과만 보여주는 졸업장으로 한 사람의 미래를 판단해버리는 관행이 팽배하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가 망국적 사회로 옮겨가는 과정임을 통렬하게 비판한 어느 학자는 '대학은 우리 사회를 학벌 중심의 신분사회로 재편성하는 이데올르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전진기지이다'라고 했다. 그는 학벌 중심으로 똘똘 뭉친 편협한 가치관이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패배의식과 열등감이 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계속 확대 재생산될 헉벌주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더 망쳐놓을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아무튼 견고한 학벌주의의 틀을 깨지 않고서는, 아무리 선진 사회를 외친다 해도 학벌주의라는 관성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의 행보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학벌병을 고치기 위해 모든 사회 주체, 특히 다수가 서울대 출신으로 이루어지고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끼리끼리' 리그를 만들어서 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아온 주범인 언론계를 중심으로 종범인 법조계 그리고 기타 정계, 관계, 재계, 학계 등이 대오각성하여 그동안 누려왔던 '후진적인' 갑질 특권을 내려놓고, 침몰하기 직전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 ▲ 김정기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
그럼 누가 선봉장이 될 것인가? 당연히 언론이다. 한국병과 같은 고질병은 앓아본 사람이 치유의 방법도 안다. 언론 기자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학벌병에다가 '얄팍한' 지식 교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식 교육과 시험 체계가 만들어낸 열등감 콤플렉스의 산물이 아닐까?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서울대 출신들이 많은데,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요구받는 게 이전의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 중에서도 상위 10%만이 고시 합격의 영광을 누린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게 언론사 기자다. 누구보다도 정신적 건강성을 유지하고 용기있는 행동을 보이면서 호민관의 역할을 해야할 기자들이 시작부터 '고시 낭인적 정서'가 지배하면서 법조인 앞에서 상대적 열등감의 화신이 된다.
여기에다가 스스로 지식인을 자처하지만 대학교수와 비교할 때 박사 학위도 없는 상태에서 경력기자가 되면서 다양한 주제, 즉 잡학에만 능하게 되는데, 이것도 학문이랍시고 대표 지식인(?)으로서 자부심만 대단하다.
상대적 강자인 법조인과 교수 앞에만 가면 작아지고, 상대적 약자인 국민들 앞에서는 온갖 언론 권력의 칼을 휘두른다. 나는 이것을 언론 기자들의 열등감에서 나온 분노의 표출이라고 본다.
시험의 결과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수직적 구조의 모순이 만들어낸 '괴물'인 기자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한국사회의 전근대적인 시스템이 만들어낸 언론 기자들이 스스로를 치유함과 동시에 건강한 정신력으로 한국사회 개혁을 위한 전국민운동을 전개하여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답이다.
*필자/김정기.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