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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후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떠올리는 이유

“남북 자유로이 왕래시대 오게 된다면, 춘향가가 노래하는 업움질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9/26 [15:16]

판소리 춘향가의 제작연대는 “1867~1873년”으로 추정된다. 지금부터 152년 전에 이 가사가 만들어졌다. 춘향가 가사를 보면, 상징성-은유성이 풍부하다. 과거급제한 이도령과 남원출신 춘향이의 애절한 사랑이 그려져 있다. 특히 춘향이가 변사또로부터 수난을 당하다가 이도령의 암행어사로 출두한 이후의 만남은 춘향가 중의 절정(絶頂) 부분이다. 사랑하는 두 남여가 만나 등에 서로를 교대로 업어주면서 노래하는 '사랑가' 부분의 가사는 정말 아름답다.

 

춘향가는 판소리의 한 원전이며 일개 가사이지만, 그 가사 속에는 뛰어난 예언성(豫言性)도 담겨 있다. 특히 1950-1953년 민족 내전 이후 분단 속에 살게 된 한민족이 재회할 때의 형용할 수 없는 기쁨 같은 것을 담고 있어서 그러하다.


필자가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살면서 춘향가 가사를 떠올려는 것은, 민족 간 전쟁을 끝내고 민족 재통합에의 길로 가는 의지를 읽게 된 데 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9.24 유엔총회/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사진은 유엔총회장.  ©9.24 유엔총회/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한반도-동아시아  일대를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의 대전제는 남-북민의 ‘자유왕래’라고 할 수 있다. 자유왕래는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런 미래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오늘 유엔의 가치와 전적으로 부합하는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50킬로미터, 남북으로 4킬로미터의 거대한 녹색지대입니다.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고, JSA, GP,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 되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입니다. 나는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입니다”고 설명하면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여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이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 작업에 착수하여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으며,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기반을 다지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과정입니다.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입니다.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면서 “의장, 사무총장, 각국 대표단 여러분, 동아시아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웃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합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동아시아 일대가 ‘상생 번영의 공동체’로 바뀌는 때가 온다면, 그런 시대는 자유왕래의 시대라할 수 있다. 그런 시대가 오게 되면 이산(離散)의 고통은 끝난다. 그런 시대가 오면 춘향가 중의 사랑가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헤어져 살던 남여는 만남처럼 환희, 기쁨의 시대가 오는 도래(到來)하는 것이다.

 

춘향가 가사 중 ‘사랑가’ 부분을 길게 인용한다.

 

<춘향가 인용시작> "오냐, 춘향아. 우리 둘의 업움질이나 좀 하여보자."
"애고, 잡성스러워라! 업움질을 어떻게 하잔 말이요."
"너와 나와 활씬 벗고 등도 대고 배도 대면 맛이 한껏 나지야."
"나는 부끄러워 못하겠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나는 부끄러워 못벗겠오."
"에라 이 계집아! 안 될 말이로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 물어다 놓고 이는 빠져 먹던 못하고 흐르렁 흐르렁 어루는듯, 북해상의 황용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 간에 넘노는 듯, 도련님 급한 마음 와락 달려들어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안고 저고리 풀며 바지 버선 다 벗겨 놓았더니, 춘향이 못 이기여 이마 전에도 구슬땀이 송실송실,
"애고, 잡성스러워라."
"네가 뉘 간장을 녹이려고 이리 곱게 생겼느냐? 여봐라 춘향아. 이리 와 업히여라."
옷을 벗은 계집아이라 어쩔 줄을 몰라 붓그러워 못 견디는 아희를 업고 못 할 소리가 없다.
"애고 춘향아, 네가 내 등에 업혔으니 네 마음이 어떠하냐?"
"한정 없이 좋소."
"여봐라, 내가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할 터이니 네가 대답을 하려느냐?"
"좋은 말씀 하량이면 대답 못할 것 없소."
"사랑이로구나. 사랑이야. 어화 둥둥 내 사랑이야. 네가 금인냐?"
"금이라니 당치 않소. 옛날 초한적에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을 흩었으니 금이 어이 있으릿가?"
"그러면 네가 무엇인냐? 내 사랑 네가 내 사랑이지. 그러면 네가 옥인야?"
"옥이라니 당치 않소. 만고 영웅 진시황이 영산의 옥을 얻어 이사의 명필로 수명우천기수영창이라 옥새를 만들어서 만세유전을 하였으니 옥이 어이 되오릿가?"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네가 해당화냐?"
"해당화라니 당치 않소. 명사십리 아니여든 해당화가 되오릿가?"
"에라, 이 계집아이. 안 될 말이다. 내 사랑 내 사랑이제.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네가 반달이냐?"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금야 초상이 아니여든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네가 무엇이냐? 내 사랑 내 간간아. 네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생률 숙률을 먹으랴느냐?"
"그것도 내 아니 먹을나요."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를 뚝 떼고 강릉 백청을 가득 부어 붉은 점을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돝 잡아 주랴? 개 잡아 주랴? 내 몸 통채로 먹으랴느냐?"
"도련님 내가 사람 잡아 먹는 것 보았오."
"에이 계집아야. 안 될 말이다. 어화 둥둥 내 사랑이제. 이애 무겁다 그만 내리렴. 여봐라 춘향아 백사만사가 다 품아시가 있나니라.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여보 도련님은 기운 세어서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 없어 못 업겠소."
"나도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하였으니, 너도 나를 업고 좋은 말 하여라."
"그러면 업히시요. 좋은 말 하오리다."
하올 적에 "둥둥 좋을시고, 진사급제를 업은듯, 동부승지를 업은듯, 팔도감사를 업은듯, 삼정승을 업은듯, 여상이를 업은듯, 부열이를 업은듯, 보국관서를 업은듯, 외삼천내 팔백주석 OOO 내 서방이제. 내 서방. 이리 보와도 내 서방. 저리 보와도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이제."
"사랑 노래 다 버리고 탈 승짜 노래 들어보소. 타고 놀자, 타고 놀자. 헌원씨 시용간과하야 능작태 무찌르고 탁녹야사로 잡어 지남거 빗겨 타고 남원천 구경할 제 이적선 고래 타고, 안기생 나귀 타고 일모장강 어옹들은 일엽선 돋워 타고 만경창파 어기야 어기양 하며 떠나간다. 나는 탈 것 바이 없어 춘향배 잡아 타고 탈 승짜로만 둥둥둥 놀아보자.“<춘향가 인용 끝>


남북이 자유로이 왕래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면, 춘향가가 노래하는 업움질(서로 업어주기)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기쁨에 겨워 둥둥둥 놀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판소리 춘향가를 들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이산가족의 만남-재회의 기쁨을 연상해서이다. 민족의 미래를 기쁨-환희로 예언한듯한 춘향가의 축제 같은 게 열렸으면 한다. 춘향가, 판소리 명창들이 부르는, 이 판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에 흥건한 희망이 고였으면 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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