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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원전 |
홍보비 보전 약속도 관련 법령 핑계 '공수표'
지난 2005년 전북 부안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와 여러 지자체들의 유치경쟁 등 우여곡절 끝에 경주로 결정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만 2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자체 간 유치경쟁에 사용된 홍보활동비를 보전하는 과정에 정산되지 못한 자금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초 일부 언론에 보도됐던 이 문제는 지자체 선거와 맞물려 논점이 흐려졌다가 최근 1심 판결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유치신청 지역 중에서 가장 많은 홍보비를 쓴 영덕군의 경우 지난해 8월 시민단체가 제기한 유치 홍보활동비 관련 의혹에 제대로 된 답변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활동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 썼던 사람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태.
소송은 김병목 영덕군수로부터 '확약서'를 받고 방폐장 유치단체에 홍보활동비를 빌려준 김아무개씨가 영덕군을 상대로 제기한 것인데, 이번 재판과 관련해 5월31일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민사제1부는 재판시작 1년여 만에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내막>은 지난 호에서 김씨가 보내온 항소 준비서면의 법리를 요약해 보도했으며, 이번 호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했다.
방폐장 유치 경주시에도 '파격적 지원'은 없어
탈락 지역에서 신청한 사업은 대부분 거부당해
10월4일 자정 무렵 영덕군 동쪽 16km 해역에서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가 작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기상청은 밝혔지만, 9월24일 새벽 영덕 북동쪽 7㎞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2의 지진을 비롯해 영덕 인근에서 일어난 소규모 지진이 올 들어 네 번째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규모 지진이 잦아지는 것은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상케 하는 주요 전조 현상으로 알려져 있어 만일 영덕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이 유치·건립되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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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에서 만든 방폐장 부지 선정 홍보물을 보면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브레이크뉴스 |
경주 방폐장 내년 1월 착공
경주시가 방폐장 유치 지역으로 선정된 지 어느덧 만 2년이 되어가고 있다. 2005년 11월2일 경북 경주, 영덕, 포항, 전북 군산 등 4개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70.8%에 찬성률 89.5%로 찬성률 1위를 기록한 경주가 최종 부지로 선정된 것이다.
경주에 들어서게 되는 방폐장은 1단계 10만 드럼을 포함해 총 80만 드럼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어 지난 5월 주설비 공사 업체 선정 입찰을 실시했고, 오는 11월 부지 정지 공사에 착수, 내년 1월에는 시설공사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2005년도 '올해의 10대 정책뉴스' 1위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확정'을 선정했고, 이듬해 1월에는 관련 공무원 86명에게 훈장 및 표창을 수여하는 등 방폐장 부지 확정 사실을 자랑스러운 정책 성과 중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당시 정부가 공언했던 방폐장 유치 및 탈락지역 지원사업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쏟아냈던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의 경우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종적을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한수원 관계자도 이 전 사장의 근황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경주시의 경우, 산업자원부에 신청한 방폐장 지원 요청사업 118건(8조8526억원) 중에서 올해 초 '수용 불가' 판정을 받거나 '장기 검토 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최초 신청액의 64%인 5조6648억원이 제외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야기했다.
경주시의회 및 지역 시민단체의 갖은 반발 끝에 7월경 확정된 특별지원사업 시행계획에서는 48건 3조2000억원의 특별지원 계획이 반영되었지만, 지원사업의 시행계획 연도가 불분명한데다 내년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해 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가 산자부에 요청한 지원 사업 가운데 제외된 주요 사업은 300억원 규모의 특목고 설립과 650억원 규모의 영어마을 조성, 1604억원 규모의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및 기반시설사업, 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박물관 건립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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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확약서. © 브레이크뉴스 |
유치·탈락 지역 지원 흐지부지
포항시와 영덕군, 군산시 등 방폐장 유치에 나섰다가 탈락한 지역의 경우 더 심각해서,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방폐장 유치 탈락지역에 대해서도 지원한다'는 방침의 진실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1조5377억원이 소요되는 9개 국가시행사업을 선정해 산자부에 통보했으나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모두 거절당했고, 영덕군도 오십천 관광지구 개발과 풍력발전 홍보관 건립 등에 약 1850억원을 신청했으나 중앙부처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특산물판매장 등 32억원이 고작이다.
이중재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퇴임후 행방 묘연
홍보비 보전, 탈락지역 파격 지원 등 장밋빛 약속
이렇게 당초 약속했던 '파격적 지원'이 무산된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뿐이지만, 2005년 유치 홍보 과정에서 산자부와 한수원이 남발했던 유치 자금 보전 약속이 물거품이 된 사안의 경우 실질적인 피해자가 남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본지가 지난 호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추후에 보전해줄 것이라는 약속만 믿고 사비를 털어 홍보활동을 벌였던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처음부터 보전 기준을 알렸어야 하는 산자부와 한수원은 여전히 나몰라라 하면서 팔짱만 끼고 있는 상태다.
실제 부지로 선정된 경주시의 경우 방폐장 홍보비로 18억원을 썼지만 정부로부터 보전받은 것은 12억원에 불과했다. 2006년 9월에 있었던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경주시는 "방폐장 홍보비로 18억원을 쓰고도 왜 12억원만 신청했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정부 예산이 부족해 일부만 지원받은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산자부가 한수원을 통해 방폐장 유치 홍보 예산을 보전해 주겠다는 당초 방침에 따라 경주시 12억원, 포항시는 9억원, 영덕군 5억원, 군산시 8억원을 각각 돌려줬지만 각 지자체가 실제 보전 신청한 금액은 영덕군 23억원, 군산시 24억원 등으로 대부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영덕군수가 써준 10억원짜리 확약서가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문제가 되자 영덕군은 공식 해명서를 통해 자신들도 한수원과 산자부에 속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방폐장 유치와 관련해 기업대표에게 확약서를 써 준 것은 당시 한수원과 산자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들로부터 유치활동을 위해 소요된 경비는 전액 보전해 준다는 확약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덕군의 해명.
영덕군을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제기한 김아무개씨 또한 처음 국책사업영덕추진위원회(이하 영덕추위)에 활동비를 빌려준 것은 한수원 이중재 사장을 만나 유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덕군은 "당시 유치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홍보활동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10억원을 홍보비용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받게 돼 확약서에 약속하게 됐다"며, "홍보활동비는 자치단체건 유치단체건 불문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산자부와 한수원 등 관계기관에 강력히 주장해 관철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허언으로 드러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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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소. © 브레이크뉴스 |
또 하나의 확약서…15억원 지급?
지방선거 공천 받기 위해 불가능한 약속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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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10일. 김병목 군수는 영덕군 국책사업추진위원회에 새 확약서를 써주었다. 확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확약서/영덕군 방폐장 유치관련 홍보비용 신청건과 관련하여 우리 군에서 한수원 보전 신청한 건 중 영덕군 국책사업추진위원회가 보전을 요청한 15억원에 대해서는 향후 한수원이 인정하고 보전해 주는 금액에 대해서는 영덕군국책사업추진위원장에게 지급해 줄 것임을 확약합니다./2006.3.10/영덕군수 김병목"
자필로 휘갈겨 쓰고, 도장도 희미하게 찍혀 있던 첫 번째 확약서와 달리 컴퓨터 출력물에 선명한 도장이 찍혀 있는 이 확약서는 애석하게도 요청금액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다음에 작성된 것이다.
이 두 번째 확약서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영덕군 측은 "기준이 바뀐다든지 하는 상황변동이 있을 시 협조해 준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민투표법 조항과 선관위 유권해석 등에 따르면 산자부나 한수원은 금액 보전을 해주는 것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확약서 작성경위와 관련해 보다 설득력 있는 분석은 그해 있었던 지방선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으로, 공천을 앞두고 있던 김병목 군수가 자신에 대한 형사 고소를 취하하기 위해 허무맹랑한 확약서를 다시 한 번 써줬다는 해석이다.
실제 영덕군과 약정금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씨는 민사소송에 앞서 2006년 2월17일 김병목 영덕군수와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남아무개 국책사업 영덕군추진위원장 등 3명을 사기혐의로 대구지검 영덕지청에 고소했다가 채 한 달여도 지나지 않은 3월10일 형사고소를 취하했다.
당시 지역 언론에서는 "5·31 지방선거에 군수로 재출마하는 김 군수가 당선돼야 10억 원을 돌려 받기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소를 취하해준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만약 김 군수에 대한 고소가 사법처리로까지 확대될 경우 선거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 김 사장이 한 발 양보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김 군수가 '죽겠다'고 매달려 할 수 없이 고소를 취하해줬다"고 말해, 당시 지역언론의 보도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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