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란 누구를 말하나? 어느 한 가지 문제를 줄곧 파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한다. 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소설)을 전공하여 소설가가 되고 나니, 재료인 우리말이 어설퍼 보여 내 손으로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말이 조선총독부가 번역한 일본어사전으로 뒤범벅됐다는 걸 알고 오늘까지 대략 15가지 주제의 진짜 우리말 사전을 만들어 일부는 출간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만드는 중이라 나 혼자만 보고 있다.
그러고도 역사소설을 주로 쓰다 보니 인물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래서 선조 이균이란 자는 왜 저만 생각하고 남의 어려움은 몰라보는지 궁금하고, 이순신은 왜 저를 잡아다 죽이려 한 조정을 위해 명량과 한산도로 나가 죽음으로써 적을 쳤을까 궁금했다. 이렇게 사람이 의심스러워 만든 게 바이오코드다.
사전은 26년째, 바이오코드는 30년째 전문(專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무색케 하는 친구가 있으니 바로 김호석 화가이다. 어려서부터 붓을 잡고, 대학에서도 한국화를 전공하여 수묵화가가 되었다. 화가가 되어 보니 종이가 의심스럽고, 붓이 의심스럽고, 물감이 의심스럽고, 먹이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옛 붓을 살펴가며 자기 붓을 만들어 쓰고, 물감이 의심스러워 천년 고찰에 가서 묵은 안료를 긁어다 보사해보았다. 직접 송진을 태워 먹을 만들고, 토종 닥나무를 구해다 심어 놓고 한지를 떠보았다.
![]() ▲최근 출간한 필자의 소설 <하늘북> 표지에 쓰인 김호석 화백의 수묵화. ©브레이크뉴스 |
고비사막에서 얼굴색을 표현하는 데 쓰이는 일본제 '고비데저트' 안료를 우리 둘이 채취한 적도 있고, 동 몽골에서는 남의 집 바람벽에 칠해진 붉은 안료를 긁어 그것이 우리나라 신라, 고려 시대 전통사찰벽화에 칠해진 것과 같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런 그가 요즘 조선시대 왕실에서 공신녹권, 임명장, 호적단자, 문서, 과지, 외교문서 등에 쓰던 공식 한지를 복원 재현하는 일에 흠뻑 빠져 이 결과물이 나오고, 지난 박근혜 정권의 행안부에서 훈포장 용지로 공식 사용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아닌 행안부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서 좀 갸웃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무라도 관심을 가져주니 다행이다. 독립표창장을 일제 한지로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김호석 화가가 말하기를, 우리 한지는 종이 최초 발명국 중국에서 즐겨 수입해갈만큼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금속활자 발명국 고려에서 서적을 인쇄할 때 쓴 최고품질의 종이인만큼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가치가 있으니 함께 추진해보자고 한다. 우리한테서 한지를 사다가 그림 그리고, 책 만든 중국과 일본은 이미 인류문화유산으로 자신들의 종이를 등재시켰는데, 막상 종주국이랄 수 있는 우리는 먼 산만 쳐다보고 있어 답답하단다. 그러자, 대답했다.
나는 본디 용인에서 신라 말-고려 초에 용인 서리에서 구운 고려백자를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단체까지 만들어 복원재현을 내 돈으로 시험하고,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지만, 멍 때리는 시장과 멍 때리는 공무원들에 밀려 그만둬버린 경험이 있다. 반도체 1위 국가 한국에서, 세계 1등, 세계 2등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회사를 갖고 있는 용인에서, 1000년 전의 '반도체급' 최고급 소재인 도자로 동아시를 제패한 조상들의 역사를 무시하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내가 문화 불모지인 용인시에서 시장이며 공무원 들을 거의 버러지 보듯하는 것처럼 김호석 화백도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문화관광부는 관심도 없고, 행안부는 훈포장용으로 쓰면서도 말이 많은가 보다.
내가 김 화가에게 말하기를, 세상에 다 제 정신 가진 이만 있으면 무슨 재민가, 이런 종도 있고, 저런 간신도 있고, 이런 사기꾼도 있고, 저런 도둑놈도 있는 가운데 빛나는 사람이 진짜지, 이러면서 달랜다.
유전적으로 질 좋은 닥나무를 재배하는 기술, 한지 재료 추출, 뜨는 기술, 얇은 한지를 여러 장 합쳐 두텁게 만드는 기술, 천년 이상 가도록 PH를 맞추는 기술, 인쇄가 되도록 코팅하는 기술 등 자잘한 경험과 실력이 필요하다.
김호석 화가를 도와 대한민국 전통 한지를 세계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작은 힘을 써볼까 한다.
조선 벼루에 조선 먹을 갈아, 조선 붓으로, 조선 한지에 조선의 산하와 인물을 그리던 옛 선인들의 전통회화를 복원하는 김호석 화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그러면 옛날처럼 중국과 일본에서 다투어 사가려고 할지도 모르잖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