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생명 매각’ 막후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 매각 검토를 결정했다. 유동성 확보 방안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방안을 내왔었다. 지난 6일까지만 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괜찮다. 곧 진정될 것이다”라며 위기 돌파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금호생명 전량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동성 확보의 일환인지 아니면 풋백옵션에 만기부담이 가중된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한편 이날 금호생명 매각검토로 금호그룹 주식은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로 인수합병 ‘저주의 잔’을 마신 금호그룹이 금호생명 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7월31일 ir(기업설명회)에서 밝힌 금호생명 지분 부분매각에서 전량매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증권관계자들은 이번 매각의 배경과 추후에 끼칠 영향에 대해 고심 중이다.
금호생명 매각에 시장과 언론이 들썩이는 이유는 금호룹의 유동성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대어급 매물의 인수합병 시에 들어간 차입금 환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유동성 위기의 근원이었던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컨소시엄으로 구성됐던 금호산업·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은 2005년과 비교해 약 3조원 가까이 차입금이 늘어났다. 과다한 차입금을 바라보는 눈길이 따가웠던 그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다시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다. 또 다시 컨소시엄으로 구성됐던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3조원이 넘는 인수금을 부담하게 됐다. 연이은 대형 m&a이은 엄청난 금액의 차입금과 이자비용으로 시장은 금호 그룹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이어 풋백옵션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총 6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대우건설의 지분 72.1%를 금호그룹이 갖게 된 것이다. 총 투입중 2조9000억원은 4개의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충당했고, 나머지 3조5000억원에 대해서는 재무적투자자의 투자를 통해서 감당했다.
그러면서 금호산업에서 재무적투자자에게 제시한 것이 ‘풋백옵션’이다. 일정기간 이후 대우건설 주식를 팔 경우 일정가격 이상의 값으로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런데 건설경기의 악화로 대우건설의 주가는 아래로 내리닫았다. 그러자 튀어나온 것이 재무적투자자들의 풋백옵션 행사 가능성이었다. 풋백옵션 행사했을 시 대금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도화선이 된 것은 금호타이어 2대주주로 있던 쿠퍼타이어 풋백옵션 행사가 알려지면서였다.
일련의 과정으로 금호그룹에는 유동성 위기설이 찾아들었다. 위기설로 인해 금호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세에 있자 금호그룹은 부랴부랴 지난 7월31일에 ir을 개최하게 된다. ir에서 금호그룹은 자산감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동성 확보 금액은 총 4조 5740억으로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이 자산감축에 참여하기로 하고 그 중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금호생명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후 금호생명의 상장을 통해 3000~5000억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금호그룹 측에서도 “지난 ir에서 분명히 금호생명 지분을 매각한다고 했고 새롭게 계획한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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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생명 일부 지분매각과 상장을 통해 자금마련을 계획했던 금호그룹이 계획을 재수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 그룹 관계자는 “4조원을 넘는 유동성 확보가 계획대로 다 진행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변동은 있을 수 있고 그것은 결국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계획이었음을 잊으면 안된다”며 섣부른 추측을 염려했다.
그러나 어쩔 수없이 거론되는 것은 자산매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다. 특히 이런 반응은 지난 8월25일에 실시된 ir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를 요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ir에서는 금호생명에 대해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지분 매수를 요구했고 강남터미널부지 매각하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어서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이러한 요구는 지난 7월31일 금호그룹이 제시한 유동성 확보 계획에 현실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것이라 풀이된다. 애널리스트들의 현실적 유동성 확보 요청에 화답하듯 금호그룹은 금호생명 매각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일견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신뢰회복과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낙관할 수만 없는 것은 애초에 제시했던 4조5000여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다른 알짜 부동산과 패키지로 파는 방식으로 수요자와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던 부동산 자산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냐는 추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월6일 잠실에서 “곧 진정될 것이다”라며 위기설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그 자신감이 1주일도 가지 못한 채 유동성자산 확보 방안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게된 것이다. 그만큼 급박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재무적투자자의 풋백옵션 만기연장이 어려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다. 지난 8월25일 ir에서 금호그룹은 재무적투자자 가운데 3분의1 정도는 연장해줄 의사가 있고, 3분의1 정도는 연장의사가 불투명하고, 3분의1 정도는 연장하지 않고 내년 말 풋백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9월부터 재무적투자자들과 연장여부에 대해 개별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금호생명 매각에 대해 한 증권관계자는 “ir에서 금호측이 밝힌 풋백옵션을 행사하는 재무투자자의 비율이 종전보다 커졌을 수도 있고 가시적인 유동성 확보를 요구하며 응답하지 않는 비율이 늘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대우건설 인수시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 모두가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금호그룹은 총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게 되지만 절반 정도의 재무적투자자와 만기 연장에 성공한다면 2조원의 자금만 소용되고 이 정도의 자금은 금호그룹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금호생명의 매각은 재무적투자자의 풋백옵션 행사 가능성 비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금호그룹의 재무부담이 더욱 커졌을 거라는 얘기다. 이러한 일각의 추측에 대해 금호그룹은 “풋백옵션행사까지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았다. 미리 충분한 유동성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다”라며 의혹을 차단했다.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하는 이번 금호생명 매각으로 금호그룹의 주식은 반등했다. 금호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시장이 반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생명 매각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보면 ‘좋은 소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단계이다. 금호그룹에서 ‘내년 상반기내에는 유동성 확보를 마치겠다’고 했듯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금호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취재/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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