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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이 19세기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널리 읽히자,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에 비유해 어떤 유명인이 죽은 다음 동조 자살하는 현상을 일컬어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 말이 생겼다.
대중 스타들의 자살은 그 자신의 문제도 문제지만, 잇따른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더 큰 심각성이 있다. 특히 모방자살은 젊은이들과 사회의 소회계층 사이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이런 현상과 관련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와 이혼, 독거로 가족의 연대감이 급격히 상실된 데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감성적이고 충격적인 자살 내용을 자꾸 전하고, 자살자를 미화하거나 자살을 방조하는 듯한 내용의 극을 내보내는 것이 큰 문제다. 보통사람들마저도 자살을 별로 어렵지 않은 하나의 선택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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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스타 자살은 잇따른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더 심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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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안재환의 자살이 충격을 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일어난 톱탤런트 최진실의 자살은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다. 안재환은 명문대 출신의 새 신랑이었고, 최진실은 젊을 때는 깜찍한 이미지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며, 이혼 후 시련을 극복하고 강인한 엄마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故 최진실의 비보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발생한 모델 김지후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은 전 국민을 연이은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어쨌든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자살은 다른 사람에게 모방자살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의 가능성이 높아 더욱 큰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안재환의 자살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심증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8일 안재환이 연탄가스로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자세히 보도된 뒤 유사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9월13일 부산 온천동 한 호텔 객실에서 고교생 이아무개(18)군이 고 안재환씨를 모방해 자살 사망한 뒤 지금까지 모두 5건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어쨌든 대중 스타들의 잇따른 자살은 다른 보통사람들의 동조와 함께 자살동기의 합리화를 낳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저렇게 유명한 사람도 자살하는데, 내가 죽는 것이 무슨 죄인가’ 하는 논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유명인들의 자살을 보면서 결국 죽음밖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을 점점 굳힌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통계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유명인사가 자살하면 그 파장이 너무 크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아지지만 특히 모방자살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정화 간호사는 ‘한국에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사회 저명인사가 자살한 뒤 뒤따라 모방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통계적으로 확인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2년 간 국내 유명인의 자살 후 국민자살의 증가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유명인이 사망하면 월 평균 137명이나 더 자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모방자살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살 모델과 비슷한 사람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연령별로 이은주 자살 사건 후에는 대졸자로 사무직에 종사하는 20대의 자살이 늘었으며,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남상국 전 대우건설 대표이사, 박태영 전 전남지사의 자살 후에는 대도시 거주자로 배우자가 있는 40~50대 남성의 자살이 증가했다. 또 유명인 자살 사건의 여파는 평균 1개월 간 지속됐으며, 2개월부터 감소해 3개월 뒤에는 평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회 유명인사의 자살은 결국 일반인들의 자살 의지를 더욱 자극해 그들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또한 매스컴이나 신문이 필요 이상으로 그들의 자살을 과장해서 떠들어대는 것도 모방자살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문제로 보인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쏟아내는 보도는 일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이나 우울증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더욱 강렬하게 유혹에 빠지게 한다. 자살을 자꾸 기사화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무덤덤해지는 것이다. 생각은 전파되는 힘이 큰 까닭에 부정적인 현상을 부각시키고 과장할수록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도 부정적으로 전염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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