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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목말라하며 개처럼 사는 게 어때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10/16 [15:32]
최근에 쓴 시 3편입니다.
▲ 수석동    느티나무

밤송이
 
무얼 위해
온몸
가시로 뒤덮었을까.
 
한 톨 알밤 보호하려
그토록 중무장 했겠지.
 
밤송이 보며, 가시 돋치게
내가 지킬 그 무엇,
 
알맹이 없음을 한탄하네요.
 
개처럼
 
우리 집 애완견은 말티즈, 이름은 코코.
식구가 아무도 없을 땐 혼자 외롭게 집을 지킨다.
 
코코와 놀아주어 제일 좋아하는 막내가 외출할 때면 옹알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막내 침대를 오락가락한다.
출입문을 응시하며 시간을 죽이는 게 일상이다.
 
개는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을 기다릴 줄 안다.
집에 들어오면 환영할 줄도 안다.
만져달라고 손을 핥으며 끙끙대기도 한다.
 
내 귀엔 들리지 않은 발자국 소리를 먼저 듣고
작은 체구로 우주가 무너진 듯 컹컹거리며 짖어대고
온몸을 요동치고, 꼬리를 흔들고
만남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날뛰듯 집안을 왔다갔다 하며
기뻐서 어찌할 줄 모르며 오줌을 질질 싸기도 한다.
 
그대가 사람이라면, 그 개를 개새끼라고 욕하지 말라.

그리움을 잊어버리고 목석처럼 사느니
차라리 개처럼 사는 게 낫지.
 
하루 종일 주인 기다림에 목을 빼는
개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개가 아닌 사람이 그리움에 목말라하며 개처럼 사는 게 어때
 
누군가를 향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개가 아닌 사람으로.
 
느티나무
 
수석동 석실마을 2백년 된 느티나무
 
사람들은
나무 아래 쉬어간다.
 
더운 날엔 시원함을 주고
피곤할 땐 편함을 준다.
 
나무는 나이를 먹으면서
긴 가지를 덕스럽게 늘어뜨려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도
그저그저 쉬어가게 한다.
 
큰 나무에
넉넉한 큰마음 있어 좋다.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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