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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온 그 배에…깃발 꽂을 일만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한화그룹 '입 벌어진' 사연~

김영수 기자 | 기사입력 2008/10/21 [10:31]

▲가장 강력한 대우조선 인수후보로 한화가 떠오르고 있다. 하늘의 ‘운’을 받고 있는 한화이기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진은 한화그룹 사옥)    ©브레이크뉴스
 
치열하고 드라마틱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1부가 막을 내렸다. 포스코와 gs의 만남에서 결별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인수전에서 결국 한화가 미소를 짓게 됐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두 기업이 동반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한화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우선협상자 선정에 한화가 한발 더 나간 것만은 틀림없다. 이르면 10월24일경 우선협상자 발표가 있을 것이다. 올해의 m&a 대어 대우조선을 누가 차지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우조선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 포스코 단독 입찰 배제 결정
유력후보 사라지고 자금력 생기고…한화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


 
한편의 드라마 같던 대우조선 인수전의 입찰 기업이 선정됐다. 한화와 현대중공업, 이 두 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우선협상 대상 기업이다.

이 같은 결과만 놓고 보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대우조선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매물로 내놓았을 때만 해도, 아니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유력후보는 포스코와 gs였다. 두 기업은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였고 대우조선 인수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특히 포스코는 같은 유력후보였던 gs가 gs칼텍스 정보유출 사건으로 이미지를 구기는 동안 그 전과 다름없이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차근차근 인수준비에 총력을 다해왔었다.

포스코의 입장에서 본다면 포스코 단독입찰 배제 사단의 시작은 든든한 돈줄이었던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인수전 불참선언이다. 국민연금은 그 동안 대우조선에 투자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져왔다. 다만 어느 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 그래서 인수전에 참여한 모든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꼼수’가 언급되기도 했었다.

어찌됐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인수에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국민연금의 입장이 점차 달라졌고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0월10일에는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컨소시엄 참여는 안한다. 하지만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면 그때 가서 투자를 재검토할 것이다”고 밝혔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인수전

결국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금이 공중에서 증발해 버린 격이었다. 이는 곧 포스코와 gs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깜짝 소식’으로 돌아왔다. 미국발(發) 경제위기로 금융시장이 계속 패닉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동성 확보와 재무 안정성 담보를 위해 유력후보인 포스코와 gs는 전격적인 짝짓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와 언론은 사실상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금융권도 2조원 이상 ‘자금 세이브’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렸다.

그런데 본입찰 당일인 지난 13일 gs는 돌연 컨소시엄을 탈퇴했다. m&a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길 없는 gs의 돌출 행동이었다. gs의 컨소시엄 탈퇴를 두고 이런저런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gs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gs측은 “포스코측이 비합리적으로 높은 입찰가를 고수해, 이번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2개월 간 준비했다고 양 사는 밝혀왔지만 결국 입찰가에 대한 충분한 조율이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gs가 컨소시엄을 떠났음에도 포스코는 컨소시엄의 이름으로 입찰가를 냈고 결국 산업은행은 3일 간의 장고 끝에 포스코 입찰 탈락을 결정지었다.

산업은행은 “gs의 컨소시엄 탈퇴는 중대한 변경사항에 해당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의 입찰제안서를 무효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포스코·gs 컨소시엄 허용에 이어 포스코 단독입찰까지 인정한다면 공정성 의혹에 휘말릴 염려를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뒤이을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매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배제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16일 산업은행이 포스코 입찰 불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gs와 포스코 모두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낙마했다. 사진은 대우조선이 만든 초대형 원유 운반선.

진정한 승자는 한화?

한편의 반전 드라마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큰 웃음을 짓고 있다. 그야말로 한화의 뜻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그 동안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약체로 평가됐다. 자금력도 인수전 참여 기업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도 쟁쟁한 유력후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확고했음에도 유력후보군에서 제외돼왔다. 한화의 장alt빛 미래를 꿈꾸게 한 발단은 대한생명 인수를 두고 했던 소송 승소였다. 대한생명 인수 자격 논란을 두고 예금보험공사와 소송까지 벌여왔던 한화는 승소를 거두며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 16%를 인수하게 됐다.

대한생명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던 한화의 '총알'이 넉넉해지면서 타 후보에 비해 자금력이 열세라던 평가를 돌려세우게 됐다. 한화는 지난 10일 대한생명 지분 21% 가량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열세였던 자금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어 결정된 국민연금의 인수전 불참은 한화에게 오히려 약이 됐다. 원래부터 국민연금과 한화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은 적었다. 유력후보군은 포스코와 gs였기 때문에 이들 두 기업 중 선택을 해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이라는 돈줄의 불참은 한화에게는 원래 없었던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는 사안이었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불참으로 인해 속도를 냈던 포스코와 gs 컨소시엄은 한화에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줄 제물이 됐다. 한화 입장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유력후보군의 결합에 튼튼한 자금력 그리고 명분까지 더해진 무시무시한 상대였다. 좀 더 말하자면 오히려 한화가 많이 밀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컨소시엄은 해체됐다.

gs가 불참을 선언하는 한편 gs의 발목 잡기로 포스코도 같이 낙마하게 된 것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두 기업이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으니 김 회장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틱한 결말이다.

무엇보다 남은 상대가 현대중공업인 것이 한화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왔다. 그래서 대우조선 실사를 통해 경쟁상대의 허와 실을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마저 있었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알 수는 없지만 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모션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지난 13일 제출된 입찰가에 한화가 6조원, 현대중공업이 5조원을 써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한화에게는 대우조선 인수 9부능선을 돌파한 셈이다.

워낙 긴박하게 돌아간 대우조선 인수전이기에 속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일은 사람이 하되 결정은 하늘이 한다’는 말처럼 한화는 지금 하늘의 ‘운’을 받고 있다. 이것이 한화가 대우조선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른 이유이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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