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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은 처절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살아남아

여자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도 가야할 목적지가 있어서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10/24 [17:51]
▲ 몸길이 약 40 cm의 가창오리들 ©김상문 기자

최근에 쓴 시 입니다.
 
가창오리

사람들로 붐비는 5호선 출근길 전철 속에서
가을 철새인 가창오리를 생각한다.

가창오리들은 10월이면
서산간척지 공중에 수만-수십만 마리가 날며
서로와 서로가 날개를 부딪치지 않고
군무를 벌이며, 장관을 이룬다.

새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어김없이 더 따뜻한 남쪽나라도 이동한다.
철새들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처절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살아남는다.

줄지어, 질서 있게 하늘을 나는 장면이
짜릿하도록 아름다운 것은
그들에게 가야할 목적지가 있어서이다.

전철 속에 있는 여자와 남자들이
제각각 개성 있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도
모두에게 가야할 목적지가 있어서이다.

손금
 
이따금,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손금을 빤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손바닥을 쳐다보며
큰 사람이 될 손금을 타고 났다며
꼬옥 잡아주던, 그 손에서 전해져온 훈기를
지금도, 때때로 느낄 수 있다.

남보다 빠른 이해력이 있다는 두뇌선
건강함을 뜻한다는 생명선을 찬찬이 뜯어보고

봄날 새벽의 신작로 길 같은
가운데 손가락을 향해 주욱 올라간
신기하게 생긴 운명선을 읽어 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는
애정선이 연시색깔처럼
윤기 나게 나근나근 익어 가면 좋겠다.

얼키설키 가득한
손바닥의 여러 선들을 유심히 바라다보며
잠자리에 든다.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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