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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촛불정국에서 쌀 직불금까지 ‘노무현 탓!’…여론은 냉소적 |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한 ‘노무현 때리기’도 약발이 다했나 보다. 지난 10월21일 홍위병을 자처하던 조선일보까지 한나라당의 ‘노무현 때리기’를 “초등학생이 우유병을 빠는 것과 같은 퇴행”이라며 제지하고 나섰다. “전직 대통령 손보기가 집권 여당이 챙기는 국정 리스트 맨 꼭대기에 와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제 그만하라”는 충고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8개월, ‘촛불정국’에 이어 이번 ‘쌀 직불금’ 국정조사까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참여정부 탓만 하는 한나라당의 작태에 냉소적인 국민여론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여권의 ‘노무현 때리기’는 참여정부 5년과 지난 대선에서 성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끝냈어야 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자행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 트집잡기식 ‘노무현 때리기’가 허위였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노변담화를 통해 밝혀졌다. 국정감사에서 과거의 재미를 잊지 못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노방궁(노무현 아방궁)’도 마찬가지다.
이런 때에 한나라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쌀 직불금 불법수령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국면 전환용으로 또 참여정부의 실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증인채택 문제를 국정조사의 뇌관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쌀 직불금’ 사태는 정부 고위관료와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성난 농심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분노에 차 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옅은 꼼수가 되레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당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과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까지 노 전 대통령 증인 채택을 반대하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의원들은 ‘노무현 때리기’를 그만해야 할 시기가 지났음을 깨달은 것일까? 그 이면에는 자승자박에 대한 우려가 한몫 했다는 해석이다.
‘쌀 직불금’도 노무현 탓
정쟁으로 얼룩진 국정감사로 인해 여야 3당은 지난 10월22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는 11월10일부터 26일간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증인채택 문제는 “국조 특위를 구성한 뒤에 정하자”고 합의했다. 증인채택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긴 샅바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대립각을 세우지 말자는 신중론에 여야 모두 공감한 결과다.
그러나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에 대해 ‘선(先) 조사 후(後) 국조’ 방침을 꺾고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한 한나라당은 연일 참여정부 책임론과 노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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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월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쌀 직불금 사건은 참여정부 때 저질러진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이고 적폐 중 적폐“라고 강조하며 참여정부의 실정을 집중 규명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이번 국조의 조사대상은 감사원의 감사경위 및 결과에 대한 은폐 의혹과, 그 은폐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관련돼 있는지 등”이라며 “당시 집권세력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대선과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 묵인·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한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에서 명확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쌀 직불금 제도 도입과 운영, 감사원 감사가 모두 참여정부 시절 이뤄진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토 사안 중의 하나”라고 밝혀 다시 ‘노무현 때리기’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이호철 전 국정상황실장, 전해철 전 민정수석 등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세워 쌀 직불금 불법수령 사태가 전 정권의 책임임을 부각시킬 전략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를 봤을 때 불법수령자 파악에서 제도개선까지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명쾌하고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의 열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감 초반 증인채택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정쟁으로 얼룩진 국감을 재탕할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나라당이 이를 고수할 경우 여야는 실랑이를 벌일 것이 분명해 국정조사 파행은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파행을 유도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태도를 봤을 때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열람 거부 문제가 불거져 수세 몰렸지만 당초 ‘선(先) 조사 후(後) 국조’ 방침을 고수하는 듯 보였다. 명단을 공개할 경우 마녀사냥과 포퓰리즘으로 갈 수 있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사료 삭제가 노 전 대통령과 청와대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했다. 이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다시 ‘노무현 때리기’로 국정조사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내린 결정이란 설명이다.
“노무현 때리기 그만하자”
국정조사가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까지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 여부에 대해 “(전직)대통령에 대한 증인채택은 가급적 자제를 하는 게 맞다”며 당론과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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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마저 “한나라당 퇴행중…노무현 때리기 그만하라” 충고 |
원 의원은 지난 10월23일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관계했던 다른 사람들의 증인과 조사를 통해서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으면 충분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서면조사, 방문조사, 출석조사를 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해줘야 한다”며 “이것이 (전직)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의무”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을 비방하기에 급급한 당내 의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직불금 불법수령 문제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서로의 상처를 내기 위한 정치적인 공방 선상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먼저 주장하고 나선 한나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원 의원이 노 전 대통령과 현 이 대통령에 대한 증인채택을 정치공세로 해석하고 있는 점이다. 원 의원은 “만약에 정치적인, 법적인 책임을 질 것이 있으면 전직 대통령이든 현재의 정권이든 성역 없이 가야 하겠지만, 무책임한 정치공방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쌍방이 상식과 국민 눈높이를 가지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 날 공성진 최고위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증언대에 설 충분한 행위 당사자들이 있지 않느냐”며 “전직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는 경우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에 대해 아직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며 “쌀 직불금 파문이 전직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울 만큼 급박하고 중차대한 문제인지는 특위가 판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 의원과 공 최고위원의 발언은 연일 참여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며 노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장과 상반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공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이 인수위에서 정권인수를 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 때 밝혀내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 최초로 현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원 의원 또한 쌀 직불금 불법수령자들의 사후 조치에 대해 “실제 경작자들에게 가야 할 소득보존금을 빼앗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밝혀진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 인사상의 책임, 세금책임 등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하고, 거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당 지도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한나라당은 의원 3명이 직불금 수령자로 밝혀져 난감한 상황인 반면 민주당은 원혜영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불법수령자가 국회의원이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결의했다”며 “만일 우리 당 의원이 관련 됐다면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강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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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노무현 때리기인가?
한편 한나라당이 국정조사에서 규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경위 및 결과 은폐’와 ‘대선·총선을 고려한 묵인·방치’ 의혹이 결국 ‘노방궁(노무현 아방궁)’ 같은 ‘노무현 때리기’라는 반론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지난 10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일정부분 해소되기도 했다.
당일 ‘쌀소득 등 보전 직접지불제도 운용실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이상욱 감사원 감사관이 증언을 통해 직접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의 질문에 이 감사관은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20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김조원 감사원 사무총장으로부터 쌀 직불금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을 질책하면서 빨리 재도개선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박 장관은 “감사원 보고에 대해 ‘농지업무는 농림부가 아니라 시군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대책수립이) 어렵다. 이미 언론보도에 다 나온 이야기라고 해명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수준의 추정치와 통계치를 분석한 보고가 어디에 실려 있느냐’고 진노를 많이 하면서, 쌀 직불금이 농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부재지주에게 가는 상황을 빨리 시정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의 “당시 관계장관 회의 자리에서 공개와 비공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이 감사관은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당시 이 감사관은 보고서 작성자로서 김 사무총장의 보고를 보좌하기 위해 회의에 배석해 이 내용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쌀 직불금 지급을 제대로 하려면 농지 중심에서 농민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농지원부가 제대로 작성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질책하면서 중장기 대책 함께 감사원의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라고 농림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선·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은폐했다’는 등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지난 10월21일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섰다.
문 전 비서실장은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참여정부 청와대는 직불금 운용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감사원에 먼저 감사를 요청했고, 농림부를 통해 제도 개선안까지 만들어 입법예고를 했다. 우리가 도대체 뭐가 꿀릴 게 있다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덮겠느냐”면서 여권의 ‘참여정부 은폐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가 감사원 결과 확정 이전인 지난해 6월 사전보고를 받은 것은 감사원 감사에 대한 개입증거 아니냐’는 질문에 “농림부가 6월께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한 보완대책을 마련했는데, 기존 직불금 제도를 논뿐만 아니라 피해가 염려되는 다른 작물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은 직불금 확대는 문제라는 판단 때문에 중간보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6월20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감사원 보고도 포함시켰다”고 답했다.
이어 ‘감사원 보고에서 부당 수령 공무원 명단도 있었냐’는 물음에 “당시 명단은 전혀 없었다. 감사원 보고 내용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조회하니 직불금 수령자 중 상당수가 수령자 본인 또는 가족이 다른 직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들이 실경작자가 아닐 가능성 있다는 정도였다. 실질 조사를 해야 하는데 감사원은 거기까지 나가지 못했다. 당시 수첩까지 살폈는데, 공무원 숫자를 보고 받은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우리는 농림부 쪽 제도개선에 주력했다. 그 결과 10월에 제도적 보완책과 입법계획이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12월 실제 입법예고했다. 왜 비공개를 지시하겠나. 이명박 정부가 명단을 다시 만든다는데, 그 결과를 보면 드러나겠지만 우리에게 불리할 게 없다”고 떳떳함을 밝혔다.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22일 봉하마을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쌀 직불금 감사 은폐 및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한마디로 생트집”이라면서 “국정조사도 있고 하니 적절한 과정을 통해 자료를 갖고 증명해 드리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한다. 이어 지난 10월23일에는 ‘민주주의 2.0’을 통해 지난해 감사원에 쌀 직불금 감사를 요청한 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감사원에 쌀 직불금 감사를 요청한 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감사원은 독립기관이지만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지는 기관”이라며 “정책과 집행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는 그 자체가 대통령의 국정통제 업무에 연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맞대응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번 국정조사의 돌발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현 정황처럼 이번 쌀 직불금 부당 수령 국정조사까지 ‘노무현 때리기’로 일관할 경우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취재 / 설원민 기자 sinclair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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