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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영원의 길, 바람의 길

-노숙자 위령제, 외로운 영혼을 노래함

김수우 시인 | 기사입력 2008/11/10 [14:02]
 잎새들이 물듭니다.
  아름다운 님들이여
  그대들이 떠나간 길을 따라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
  그대들이 가을햇살로 돌아옵니다
  그대들이 잎새로 물듭니다
 
  그대들은 우리가 못다 지킨 약속입니다
  못다 이룬 자유입니다
  못다 그린 희망이며 못다 나눈 평화이며 못다 지운 슬픔입니다
 
  아름다운 님들이여
 
  여기 따뜻한 제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춤과 노래가 그대들이 돌아오는 길목이 됩니다
  애초 모든 길이 무덤이었고
  애초 모든 탄생이 죽음과 관계했으니
  내가 그대의 영원이고 그대가 내 영원인 것을
 
  제 속에 있는 저마다의 길이 걸어갑니다
  외로운 길이 외로운 길을 만나고 헤어지며 길이 됩니다
  내 길이 자꾸 많아지고 자꾸 길어집니다
  그대들의 길이 자꾸 많아지고 자꾸 길어집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주니
  곧 생명의 영원이고 회귀입니다 
  제 속에 있는 저마다의 길이 영원의 의자에 앉아 살아갑니다
 
 하여, 우리는 결코 그대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은 서러운 길로 우리 가슴 속을 걸어옵니다
  두 번 외롭지 마시고
  두 번 죽지 마시고
  그리움으로 배부르시고 그리움으로 단풍드시길
 
 아름다운 님들이여
 
 저마다의 용서와 저마다의 분노가
  꽃으로 피었다 꽃으로 지고 남은 자리
  저마다의 길이 돌아옵니다
  길은 제 속에 있는 저마다의 절망으로 외로움으로 빛납니다
  모든 길은 저마다의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구불구불 합니다
   
  아름다운 님들이여
 
  그대들이 쓸쓸하게 이 땅을 떠났을지라도
  사랑했던 그 한 사람을 추억해주시길
  매일매일,
  '다시'라는 가난하고 질긴 유혹을 잊지마시길
  내일은 더 넉넉한 영혼으로, 더 푸른 그림자로
  우리 가슴 속을 걸어오시길
  우린 함께 온 우주를 살고 있음이니

 

김수우

(1995년‘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붉은 사하라’외 산문집 ‘씨앗을 지키는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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