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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의 노숙인 위령제가 끝났다. 이 땅에 태어나 외롭고 고단했을 그들의 삶을 잊지 않는 것,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먼저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의 영성을 지닌 존재임을 망각할 때 우리는 실지 생명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무수한 존재의 소외와 방치가 일어나는 것도 바로 진정한 생명성의 상실에서 온다.
노숙인들은 타인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한 모습인 것이다. 나의 아픔이고 외로운 모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 위에서 삶을 누린다. 오늘날 문명의 물질적인 풍요가 제3세계의 억압과 탈취 위에 세워진 것처럼, 노숙자들도 우리 자신의 물질적 욕망에서 떠밀린 영혼들이다.
곧 나는 타인의 가난과 소외를 딛고 살아가는 중인 것이다. 인간보다 시장이 중심이 되어버린 이 사회의 제국주의적인 현실을 비판하기에 앞서 한 개인 개인의 내 면속에 있는 제국주의를 반성해야 하리라. 이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우리 자신에 의해 소외된 그 영혼들에게 무관심하다면 곧 내 영혼 자체가 병들어 있음이리라.
어떤 고통보다도 그들 속에 있는 억울함, 외로움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리라. 그들도 분명 기쁜 존재로 이 땅에 태어났을 텐데 어떤 환경이 그들을 황폐하게 했을까. 그들의 황폐는 곧 우리의 황폐인 것을. 그들은 더 악착스럽지 못해서, 아마도 순수하고 착해서, 타인을 함부로 밀어내지 못해서, 결국은 길 위의 존재로 오래 서러웠으리라.
거리합동위령제를 통해서나마 그들의 영혼을 이해해주는 것, 공감해주는 것. 이것이 그나마 그 억울한 영혼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그들은 곧 우리 자신의 한 모습이기에. 아니, 어쩌면 그 영혼들이 위령제를 통하여 함부로 살아있는 우리들을 더 위로하며 격려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을 햇살이 유난히 환한 하루, 부산역 광장에서 치르는 노숙자 위령제는 아마도 이 시대에 가장 소중한 제의, 곧 생명의 풍경이 아닐까.
김수우
(1995년‘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붉은 사하라’외 산문집 ‘씨앗을 지키는새’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