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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완충할 ‘중층 금융생태계’ 조성해야”

역주행 하는 이명박 정부 금융정책…묻지마 규제완화?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12/04 [11:01]
 
 
[긴급진단 인터뷰] 금융경제연구소 채지윤 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 금융은 물론 제조업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기업들 상당수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금융분야에서는 은행과 캐피탈, 카드회사 등 제 1·2 금융권에 이어 사채 및 대부업 시장에서도 대출이 마비상태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연일 금융권에 '돈줄을 풀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있지만,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하고 있는 현업에서의 분위기는 일단 현금을 쥐고 버텨보자는 것이 강한 상황이어서 경제 전체의 혈맥이 막힐 위기에 처해 있다.

<사건의내막>은 최근의 금융마비사태와 관련해 금융경제연구소 채지윤 연구원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채 연구원은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경과와 금융감독의 변화', '자본시장통합법의 이해와 금융규제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6월과 9월 발표한 바 있다. 


다음은 채지윤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 금융경제연구소에서는 그동안 우리 금융의 중층적 생태계 부재에 대해 지적해왔다. 독자들을 위해 '금융의 중층적 생태계'가 어떤 개념이고, 우리 경제에 접목시킬 수 있는 대안 방향과 해법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 먼저 금융의 중층적 생태계에 대한 의미는 서민금융, 지역금융, 중소기업금융과 같이 다양한 층으로 금융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민간상업은행, 국책은행, 지방은행, 저축은행, 협동조합은행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기관이 중층적으로 발전해 있다.

이는 최근 은행 대형화로 금융의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실과 비교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 탈규제 기조의 선두에 서 있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이러한 금융 중층적 생태계를 통해 금융의 공공성을 실현하고, 금융 양극화로 인해 실물경제부분에 올 수 있는 타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양극화로 인해 갈수록 서민경제와 중소기업경제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금융의 중층적 생태계 조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일본의 금융 어세스먼트(assessment : 평가, 사정)법은 건전한 지역 발전에 기여하도록 중소기업과 서민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에 대해 공공성을 평가한다.

이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같이 중요한 평가항목으로서 은행의 각종 영업활동의 인허가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 법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 cra)'법과 유사하다.

또한 독일의 ‘은행 3층 구조’는 상업은행과 공적 소유은행(저축은행 및 주립 은행 등), 협동조합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내 금융의 중층적 환경 조성에 이러한 선진국의 금융 중층적 생태계를 참고할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 국책은행에서 민간상업-지방-저축
-조합은행으로 이어지는 금융의 중층 생태계 발달

 
- 지금 국민들은 자산가치하락과 대출이자 증가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이고, 이러한 사태에 대해 예방이나 예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최근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결핍되고, 신용이 경색되면서 이 같은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이자 증가의 이중고를 겪게 되어 실물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예방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은 금융시장의 통제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시장은 자금의 유입이 일어나 이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의 혈류로 작용하고, 이러한 혈류가 돌아 경제 각 부분으로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통해 다시 경제 전체가 유지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때문에 금융시장의 과도한 불균형이 초래되면, 각종 산업부문 및 경제에 균형이 깨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각종 통화정책 등으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하도록 조절한다.

그렇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규제가 완화되고, 이러한 규제완화는 외국금융기관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자금의 유출입에 대한 감독당국의 시장조절정책이 잘 작동되지 않게 한다.

더군다나 위험 가능성이 높은 '하이 리스크' 영역의 금융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러한 금융위기를 예측하기도 힘들뿐더러, 예측한다 해도 예방이나 조절정책의 제대로 된 작동이 어려워지게 된다.

- 현재 여러 언론에서 미국 등 금융선진국들의 금융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과 달리 금융 자유화라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금융 자유화 기조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 먼저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더욱 면밀한 고려가 들어 있지 않은 점이다. 현재의 금융산업의 위기가 발생한 것은 자본시장의 하이 리스크 영역에서 규제와 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 전체적인 복합적인 연관관계가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의 진단과 대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 금융감독당국들은 규제강화 및 감독 시스템 체계 개편에 나서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 금융위기를 피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국내 각종 금융시장의 거대규모의 피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cds 손실 피해, kiko 사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els 손실, 예전에 imf사태 당시 sk의 jp모건과 trs 거래로 인한 손실 등이 있는데, 이러한 피해들은 모두 자본시장, 특히 하이 리스크 영역인 파생상품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이 리스크의 자본시장 영역은 규제와 감독이 부재함으로 더욱 잠재적인 손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리스크는 금융산업을 넘어 경제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가 있고, 때문에 선진 감독당국에서는 규제 강화적 입장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본시장의 전문적인 노하우나 기술, 탄탄한 금융시장의 유동성, 그 어느 것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와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과도한 규제완화 측면은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투자은행의 ‘시스템 리스크’ 증명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시장 전체 도박판으로 만들 것

 
- 금융경제연구소가 9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자본시장통합법의 이해와 금융규제의 차이'에서 은행업과 투자은행업의 규제상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11월 15일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금융에 대한 규제강화'를 이야기하는 속에서 홀로 규제완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 브레이크뉴스
△ 먼저 은행업과 투자은행업의 규제상의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은행업은 본디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즉 은행의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면, 이러한 위기가 전 금융산업과 경제의 피해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은행의 부실화가 경제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부를 수 있다는 뜻)

때문에 상업은행이 유동성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투자은행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는 것이고, 그래서 규제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규제상의 차이가 문제일까.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더 위험하니까 더 규제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그동안 은행과 투자은행업은 규제상의 차이가 발생해왔고, 각 기관이 가진 업무 및 리스크의 특성상 이러한 차이는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한 가지 중요한 가정이 있어야 한다. 즉 ‘투자은행업은 시스템 리스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에 bis 비율 등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어온 것은 시스템 리스크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자은행업의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을 포함해 미국 5대 투자은행이 파산 혹은 부실 인수되었다.

이들은 모두 cse(consolidated supervised entity : 통합감독대상제도)라는 투자은행그룹 자율규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즉 사실상 감독과 규제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감독과 규제가 없었던 투자은행그룹이 파산하자, 본래 은행감독과 규제를 맡고 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투자은행에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투자은행의 시스템 리스크 인지 및 향후 감독규제의 강화를 반증하고 있는 조치이고 실제로도 투자은행업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즉 투자은행업이 시스템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줄 알고 감독과 규제를 약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투자은행업은 자본시장 그리고 금융산업 전체와 실물경제에 모두 얽혀있어, 투자은행의 부실이 경제 전체에 파급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투자은행업이 ‘시스템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앞서 미국의 사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자은행업의 감독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이 같은 고려가 들어 있지 않다. 상업은행업은 시스템 리스크, 투자은행업은 시장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은 전통적인 틀로, 이제 파기되어야 할 이론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금융산업이 대형화·겸업화를 하게 되면서, 점차 은행·증권·보험의 업무영역은 거의 비슷해지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의 기능, 그리고 동시에 위험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더욱이 투자은행업은 '하이 리스크'의 금융영역이다. 더더욱 큰 위험을 가지고 사업하는 업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상의 차이는, 금융기관이 더욱 투자은행업으로 진출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 혹은 금융지주사를 통한 투자은행업 겸업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할 것이다. 은행업을 통해 영위하는 것보다 더 수월하니까 그렇다.

물론 자본시장통합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한국형 투자은행’ 설립과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발전이 실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것이 투자은행업이라는 영역에서 '하이 리스크'의 자본활동에서 벌어진 부실이 초래한 리스크의 확산이라는 점은 자본시장과 투자은행업, 그리고 이들에 대해 그동안 규제와 감독이 부재했던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를 일으킨 미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 체계의 재편성을 잇따라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즉 자통법의 규제차이는 하이 리스크 영역인 투자은행업으로의 진출을 더욱 쉽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투자은행업이 하이 리스크 사업인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규제  감독의 완화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현 금융위기 상황 역시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고, 시기상으로도 이같이 금융시장이 약화되어있는 상황에서의 규제완화는 리스크를 더욱 크게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더불어 은행업과의 규제 차이는 은행을 통한 투자은행업 영위보다는, 금융지주사를 통한 투자은행업 영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최근 금융지주사법과 관련법의 개정으로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소유한도를 높이고,(4%→10%), 산업자본의 pef 출자지분 한도 역시 확대한 방침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 경우에도 금융지주사를 통해 투자은행업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다시 은행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모펀드 역시 은행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다.

이러한 투자은행업으로의 진입 확대 및 이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확대는 결국, 금융산업을 하이 리스크 영역으로 재편하게 되고, 이와 관련한 규제완화로 금융지주사 및 투자은행업이 금융산업 및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지배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에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테이킹(감수)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자본시장의 핵심이 되어 금융산업 전체에 파급을 미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측면이다.

금융산업과 실물경제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고, 비단 '높은 리스크'하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여 자본을 이동시키는 첨단 금융기법의 방식을 실물경제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다.
 
취재 / 김경탁 기자 

▲ 자본시장통합법은 국내 금융시장의 카지노화를 부를 것인가?     © 금융경제연구소

▲ 금융투자업의 기능별 분류     ©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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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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