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중진의 친이 강경파 안상수(경기 과천·의왕) 의원과 친이 온건파 정의화(부산 중·동구)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결심하면서 양 진영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자의든 타의든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과 친박인 김무성 의원 등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 계파 간 정면 대립이 촉발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5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후임 선출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정의화 vs 안상수
먼저 4선의 안상수 의원이 공개적으로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2월13일 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어려울 때 한번 더 희생하라는 권유가 많다"면서 "다수 의원들이 재출마를 요청해 오면 거절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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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다수 의원들은 지역균형도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당 대표가 영남 출신이므로 원내대표는 수도권 출신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 의원은 당 대표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는 수도권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주변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또 안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명박 정권 2년차의 강력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친이 강경파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역할론을 제기했다.
다만 안 의원이 홍 원내대표 임기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점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한 사람이 2번 이상 원내대표를 지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같은 4선의 정의화 의원도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16일 <cbs노컷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원내대표 경선 출마 여부는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정 의원은 "18대 첫 원내대표 자리는 양보했지만 늘 준비돼 있고, 정치인으로서 이번 시점에 당연히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순리론을 내세웠다.
그런가 하면 자신보다 앞서 출마 의사를 밝힌 안상수 의원에 대해 "18대 국회 초, 안 의원은 국회의장에 출마하려고 했었다"면서 "이제 와서 원내대표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실제 정 의원은 앞선 원내대표 경선 당시 지역안배를 이유로 사임하고 홍준표 의원에게 자리를 양보해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개별적으로 의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최근에는 선거 전략가 등을 영입해 경선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화 의원에 힘 쏠리나…
정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스스로 양보한 만큼 이번에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순리에 맞다는 '순리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합리적인 성격에 대야관계가 원만하고 뛰어난 협상력을 지녔다는 점도 정 의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쟁점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는 점이 정 의원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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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 의원은 민주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한나라당 의원 중 한 명이다. 또 한나라당의 '지역화합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지내며 부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호남 챙기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당내 4선급 중진의원 중 주요당직을 맡아보지 않은 의원은 정 의원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정 의원의 지지 세력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안 의원과 정 의원은 친이계 모임으로 분류되는 '함께 내일로'의 고문을 맡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들의 분위기는 정 의원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했으나 일부가 안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선회하는 등 경쟁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희태 당대표가 영남인데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안경률 사무총장이 부산 출신이어서 원내대표까지 부산 출신이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정 의원에게는 또 다른 난관인 셈.
게다가 같은 지역인 부산에도 친박계 의원이 많아 친이계인 정 의원으로서는 지지를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같은 친이계라도 안 의원은 강경파에 속하고 정 의원은 온건파에 속하기 때문에 친박계에서 정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안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이종구·정병국 의원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정 의원은 친박 쪽의 수도권 의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친이계 영남권이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고 당내 화합을 위해 친박 인사가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변수는 없나?
그렇다면 차기 원내대표 후보는 안 의원과 정 의원 두 사람으로 좁혀지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확실치 않다. 두 의원 외에도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의원이 몇 명 더 있기 때문.
수도권 출신의 4선인 황우여(인천 연수) 의원도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황 의원은 계파적 색채가 엷어 중립성향으로 알려졌지만 경우에 따라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황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원내대표 등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이 필요하다면 움직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의원도 있다. 친박계 좌장격으로 4선인 김무성(부산 남구을) 의원은 당내 화합 차원에서 친박계 인사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됐을 때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출마는 전혀 생각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3선의 임태희(경기 성남분당) 정책위의장과 3선의 원희룡(서울 양천갑)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로 임 의장을 밀고 있고, 차기 대선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 원 의원의 경우 고위 당직 경험을 통해 당내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친이·친박 의원들이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면서 거대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향한 중진 의원들 간 경쟁이 격화될 경우, 친이 내부 분열과 친이·친박 대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대목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친이와 친박 간의 싸움이 격해질 경우 당내 분위기는 물론 추진 동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홍 원내대표가 한 번 더 맡아줘야 한다는 것. 여기에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지난 1년간 원내대표 자리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한몫하고 있다.
한편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원내대표를 임시국회 입법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저울질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권력 다툼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차기 원내대표를 놓고 친이계 의원 두 사람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칫 계파 간 갈등양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고, 경선을 앞두고 경쟁이 과열돼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어찌됐든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늘 2월 말 이후 한나라당의 모습에 귀추가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까지이지만 임시국회 이후 입법전쟁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경우 생각보다 빨리 경선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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