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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봄은 오는가? 한나라당의 딜레마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귀국 초읽기... 친이·친박 세력간 미묘한 파장

손창섭(정치전문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09/03/10 [15:34]
한나라당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3대 딜레마에 빠져 있다. 4·29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렇다 할 일정과 계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국회와 폭력으로 얼룩진 입법전쟁이 마무리된 3월5일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3월9일부터 사흘 동안 공천 후보자 모집과 심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게 전부다.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4·29 재보선이 올 한 해 가장 중요한 정치일정으로 꼽히고 있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박희태 대표의 지역구 출마 결정 이후에야 당도 움직일 것”이라고 귀띔하고 있는 실정. 이렇듯 박희태 대표의 재보선 출마 여부, 쟁점법안 표결처리 문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따른 친이·친박 세력 갈등조정 등이 풀어나가야 할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봄철 정국을 맞는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 박희태 출마 딜레마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4월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문제를 놓고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당내에서 그의 인천 부평을 재선거 출마가 거론돼 왔다.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은 “수도권에서 당선돼 원외대표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수도권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당 대표 출마라는 상징성만큼 결과에 따른 파급 효과도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재보선에 출마해 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과 패할 경우 여권 전체가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대표실측 한 인사는 이와 관련 “박 대표의 출마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부평 출마 권유가 있지만 당선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김상문 기자

당 일각에선 ‘10월 재보선 출마론’도 나온다. 현재 선거법 재판 진행상황으로 볼 때 한나라당 지지세가 높은 울산과 경남 양산에서 10월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남 지역의 한 인사는 “박 대표는 반드시 당선될 곳에 나가 당의 위험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위원장·사장 출신인 민주당 최문순(비례대표) 의원은 박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어디든 갈 테니 4월 재선거에서 한판 붙어보자”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성헌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은 “박 대표가 경남 양산(재보선 실시 미확정)과 인천 부평을 중 어느 지역에 출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박 대표의 출마 필요성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인이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어서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당 대표인 만큼 당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필요하고 본인의 결단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차 입법전쟁 과정에서 리더십을 어느 정도 구축하기 시작한 박 대표로서는 4월 재보선에서 당선돼 명실상부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생각이다. 그러나 양산의 허범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4월 말이나 5월 초로 늦어지면서 양산은 4월 재보선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에 따라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4월 재보선이 확정된 인천 부평을 출마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인천지역 의원들이나 부평을 지역구 구민들로부터 출마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박 대표의 수도권 출마 자체가 한나라당 재보궐 선거의 핵심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 대표 주변에서는 여전히 “낙선은 곧 정계은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10월까지 기다려 승률이 높은 경남 양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3. 이재오 귀국 딜레마
‘왕의 남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당초 3월 초순에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귀국 시점이 3월 말 또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 지난해 이재오 한나라당 은평을 후보가 불광동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유장훈 기자

어쨌거나 여권의 최대 화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시점과 향후 행보다. 이 전 최고의 귀국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친이계 내부의 역학관계와 ‘이명박·박근혜’ 세력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또 친이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전 최고의 당내 역할증대는 곧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역할축소와 박근혜계와의 당권다툼이라는 공식으로 연결된다. 결국 이 전 최고의 귀국을 친이계 내부문제로 좁혀보면 이 전 부의장과의 관계가 핵심 포인트.

정치권 일각에서는 mb가 이 전 최고에게 “5월 이후 귀국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얘기도 흘러다닌다. 또한 5월 귀국은 mb의 뜻이자 이 전 부의장의 뜻이기도 하다는 게 여권 안팎의 해석. 따라서 이 전 최고의 3월 귀국이 실현될 경우 mb의 뜻을 거부하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파장이 예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최고가 mb나 이 전 부의장의 뜻을 거스르고 귀국한다는 것은 곧 향후 일정기간 ‘이 전 최고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친이재오계 인사들은 mb가 이 전 최고에게 5월 이후에 귀국할 것을 권유한 것은 ‘4월 재보궐 선거’와 ‘당협위원장 결정’이 끝난 이후 들어오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거나 이 전 최고의 3월 귀국이 실현되고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친이·친박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재보선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친이 진영에선 근래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이란 3각축 복원 조짐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재오 전 의원과 관련해선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오해다. 오히려 환영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 최근 친이계 결집 양상과 관련해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이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무성 의원이 “2월 국회가 끝난 뒤 건전한 비주류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협위원장 선정 같은 문제에서 친이계가 상식 밖의 주장을 밀고 나온다면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계 일각에서 거론하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와 같은 빅 카드가 성사된다면 분위기는 또 한번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은 이달 말 귀국하는 이재오 전 최고의 역할이 논의되고 있다. 이 전 최고가 스스로 '조용한 행보'를 천명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움직여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의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전 최고의 최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현역이 아닌 양반이 어떻게 한나라당 문제에 관여하겠느냐. 이 전 최고위원이 원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아무리 한나라당이 그렇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가 현재 구성되어 있고, 이 전 최고위원 본인도 스스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계제가 없다. 본인도 책을 쓴다고 하지 않았는가. 본인 뜻이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최고는 원외인데 가정이지만, 보궐선거가 있게 되면 선거에 집중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단은 '원외'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해진 의원은 “(한나라당이 잘 못하기 때문에) 답답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원외 인사가 원내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친이계 인사들은 이 전 최고가 원외인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 전 최고의 귀국 후 조용한 행보가 전망된다.

친박계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의 향후 당내 역할과 관련, “당분간은 당내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전 의원의 귀국이 당의 화합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원외라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이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분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 기준이 이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느냐, 자기가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며 “우리들은 그렇게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허 최고위원은 최근 친이(친이명박)계가 결집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그 강도나 방향성이 똑같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지켜볼 뿐”이라면서 “우리 친박은 현재 결속하거나 무슨 서클을 만들어 목소리를 단합해 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무성·서병수·유기준 의원 등 ‘부산 그룹’, 허태열·최경환 의원 등 ‘당직 그룹, 유정복·구상찬·이정현 의원 등 ‘비서 그룹’, 박종근·이해봉·서상기·진영 의원으로 구성된 친박 진영은 친이계 결집을 주시하면서도 공개 모임은 자제하고 있다.
 
3. 쟁점법안 딜레마
한나라당은 국회 절대 다수의석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도 미디어법이라는 자기 의제(議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여론에 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언론노조, 시민단체와 일부 방송 등이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국가의 언로가 쓰러질 것처럼 국민에게 겁을 주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 기세에 눌려 미디어법에 관한 언급 자체를 꺼렸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당은 부담스러운 논전을 사회적 논의기구에 맡기고 자신들은 그 뒤에 숨어 지켜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여당이 자신들이 치러야 할 전쟁을 학자·전문가들을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려 시도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그 반대 입장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의석수에서 밀리는 싸움에 버거워해 왔는데,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전투 주체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사회적 논의기구를 표결처리에 대비한 카드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공감대를 이룬 국민의 구체적인 뜻을 미디어법에 담지 않겠다고 한나라당이 주장한다면 (미디어법을 6월 표결처리한다는) 합의문은 원천무효가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미디어법 처리에 앞서 학계·전문가·언론인·정치인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 여론 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처음 "국회의 입법권 포기"라며 반대했지만 쟁점법안 타결과정에서 '문방위 산하 자문기구'라는 조건을 달아 수용했다. 합의문에는 '문방위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100일간의 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고 돼 있다. 여야 3당의 원내대표들이 모여 '국회 기능 포기 각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미디어법과 관련 여야가 입장 차를 도저히 좁힐 수 없는 가운데 '시간 벌기용 타협'의 산물로 나온 것이 사회적 논의기구인 만큼, 실질적으론 100일간 논의의 주체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될 전망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와 관련 “처음 사회적 논의기구 얘기가 나올 때부터 국회 일을 밖에 맡기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입법절차를 국회 외의 어떤 기구에 맡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스스로 내던져 버린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일부 핵심 인사들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부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의도적인 의사진행 방해 등도 있었지만 통과되지 않은 개법을 보면 거대여당도 자성해야 한다. (본회의 개의 예정시간에) 원내대표에게 출석 의원수를 물으니 104명이 왔다고 하더라. 원내대표가 한번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 악랄한 야당을 이기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인 조해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본회의 법안처리 실패 사건은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무능·무책을 웅변한 표본이다. 여당 최초의 국회 의사당 농성으로 시작한 사흘간의 법안전쟁은 막판 어처구니없는 패배로 끝났고, 이는 경기종료 5분 전 자살골로 마감하는 축구시합을 보는 듯했다”고 지도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상정했던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상임위에서 만들어도 야당이 떼를 쓰고 의장이 버티면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심재철 의원은 “앞으로는 지각 의원들에 대해 엄격히 대응, 분명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여유를 부린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고, 다른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단이 치밀한 전략을 세웠어야 하는데 막판 집중력이 저하된 것 같다"고 원내 지도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한나라당은 3월 국회 휴회기간 동안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쟁점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홍보전에 나서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대규모 추경 편성이 절박하고, 경제여건에 따라 필요하다면 하반기에도 별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수출감소와 실적악화가 고용부진을 유발하고 가계부실로 이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규모에 얽매이지 말고 획기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2∼3% 수준인 20조∼30조원이 편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40조원 이상 `슈퍼 추경'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은 경기 부양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를 비롯한 건설투자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면서 대국민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각 대학 신문방송학과 등 미디어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이벤트도 마련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미디어 토론 준비팀 구성안도 검토 중이다.

본회의 처리 안건에 올랐으나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은 76건의 법안 가운데 저작권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법(일명 반값아파트법), 은행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디지털tv법 등 총 14건이다.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한 한국산업은행법,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을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굵직한 경제법안을 다룰 방침이다.
손창섭 doppazett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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