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왕성한 성욕으로 과도한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과 갱년기로 인한 성기능 장애로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받아주지 못한 아내 사이에 불화가 생겨 가정이 파탄났다면 누구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또한 치료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남편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아 아내가 부업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 생활한 점을 들어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대한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주지법에 따르면 1993년 3월 당시 56세인 a씨와 46세인 b(여)씨는 재혼했다. 그런데 b씨는 재혼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여성으로서 갱년기를 맞아 성욕이 감퇴하고 성기능이 약화됐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성욕이 왕성한 a씨가 성행위를 요구할 때마다 b씨는 모두 받아들이기에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a씨는 60대에 들어선 후에도 b씨에게 하루 저녁에 2회 이상 반복된 성행위를 요구할 정도로 성욕이 왕성해, 한 사례 성행위 후 통증을 호소하는 b씨와 다툼이 벌어지곤 했다.
a씨는 최근까지 b씨와 성행위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왕성한 성욕이 해소되지 못하자 주변사람들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토로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b씨 역시 과도한 성행위를 요구하는 a씨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한편 a씨는 b씨에게 성기능 장애를 회복하도록 요구할 뿐, 혹시 자신이 과도하게 성행위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성적 갈등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도록 b씨의 성행위 거부만을 탓했다.
b씨도 성적 갈등 해소를 위해 신체적인 성기능 장애나 정신적인 문제점에 대해 의학적 진단을 받아보거나 a씨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해 보는 등 부부로서의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연령에 비해 성욕이 왕성한 점만을 탓했다.
부부의 갈등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혼인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을 자신이 관리하면서 집안살림을 전담하는 b씨에게는 부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줬다. 이 정도로는 집안살림을 꾸려가기 어려웠던 b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수입을 생활비에 보탰다.
b씨는 a씨에게 생활비라도 요구할 때면 의례 다툼이 일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활비를 요구하지 않았고, a씨가 주는 생활비가 부족하면 부업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생활했다.
또한 a씨는 b씨에게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대해 필수적인 생활비인 공과금조차도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다투기가 일쑤였다.
급기야 a씨는 지난해 5월 b씨가 성행위를 거부해 다투게 되자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b씨도 맞소송을 냈다. 현재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각자의 의식주만을 해결하면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
a씨의 이혼청구는 이렇다. “b씨와 혼인한 해부터 15년이 넘도록 b씨가 일방적으로 성행위를 거부해 일체 성행위를 하지 못했고, b씨가 성기능 회복을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지나치게 성행위에 집착하고 과도한 성행위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탓하면서 이웃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녔고,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아 각종 부업을 통해 번 돈으로 생활해 오는 등 a씨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전주지법 가사1단독 박지연 판사는 최근 “두 사람은 이혼하고 a(73)씨는 b씨(67)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며, 재산은 3대 1로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인정사실에 의하면, 둘은 부부로서 원활한 성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지 수년 째 이르고, 이를 이유로 원고가 피고에게 강력히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며, 피고도 이혼을 원하고 있는 데다가, 현재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따로 생활하고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밝혔다.
혼인파탄 책임과 관련, “원고와 피고가 부부로서 원활한 성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된 계기는 피고가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욕이 감퇴하고 성기능이 약화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왕성한 성욕을 보이는 원고의 반복되는 성행위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신체적·정신적 한계가 있었던 데에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피고에게만 원고의 성행위 요구를 거부한 잘못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는 아내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성행위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호소하므로 거부하는 것만을 탓할 것이 아니고, 또 피고는 남편이 성욕이 해소되지 못해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므로 왕성한 남편의 성욕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설득해 의학적인 진단과 상담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부부로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중 어느 일방에게만 성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성욕이 왕성한 남편과 성기능 장애가 있는 아내간의 성적 갈등은 치료 등을 통해 적절히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부부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원고는 혼자서 재산을 관리해 오면서 집안살림을 전담하는 피고에게 부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생활비조차 부족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대해 피고가 부업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 사용해 온 점 등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 부부간 성적 갈등과 그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의 부재에 보태져 혼인관계의 파탄을 초래했다”며 “그렇다면 원고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원고의 주된 책임으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됨으로써 피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자료 액수는 혼인 경위 및 혼인생활의 과정, 혼인관계 계속기간 및 파탄경위 등을 참작할 때 1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진호 기자 first9215@lawissu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