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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진영’에 투영된 국회의원들의 자화상

그 나물 그 밥-그나마 나은 딜레마 지역구민·국민 “있을 때 잘해”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09/12 [22:30]
한 세상 살다보면 때론 고비도 맞고, 이런저런 상처도 받는다. 희비가 늘 교차하는 게 우리 삶이다. 그 중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새겨진 채 잘 지워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사람-신뢰’에 대한 상처다. 죽을 것 같은 깊은 상처도 시간은 기억의 습작을 통해 때론 희석시켜 준다. 하지만 ‘신뢰’를 배신당한 상처는 오래 가슴에 머문 채 잘 아물지조차 않는다.
 
일견 다른 비유일수 있지만 국회의원 역시 해당 지역민들의 ‘신뢰’를 통해 탄생한다. 민의를 대변하는 움직이는 1인 입법기관인 만큼 위상도 높다. 그러나 첨엔 한껏 ‘신뢰-기대’를 견인하나 ‘용두사미’로 잇는 이들이 많다. 선거 때 마다 ‘봉사-심부름꾼’을 단골테마로 내거는 그들 중 ‘초심’을 지키는 이는 얼마나 될까. 정당공천제란 한계 속에서도 ‘소신’을 견지하는 이는 또 과연 얼마일까.
 
작금의 국민적 정치 불신 및 냉소의 팽배에 그들 역시도 분명 일조하고 있다. 최근 거센 국민 비난 및 반발을 야기한 ‘헌정회육성법안’이나 ‘구의회 폐지안 번복’ 등은 분명 지탄받을 사안이다. 그들의 상투적 ‘一口二言行’자체도 문제지만 특히 공통적 손익계산엔 유독 밝은 채 야합하는 이율배반성이 국민신뢰를 거둬들인다. 말을 뱉으면 죽어도 주워 담아야 ‘신뢰’가 형성된다. 또 뱉은 말을 ‘행(行)’으로 직결해야 비로소 신뢰는 완성된다.
 
그러나 정치-정치인은 그 반대다. 늘 ‘책임론’에서 이방인처럼 비켜서려는 게 통상이다. 툭 뱉어놓고 잘못되면 늘 ‘죄송’ 한마디로 대충 넘기려 한다.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려조차 않는다. 국회의원 배지와 소속 계파의 이익을 위해선 그 어떤 변명도 마다 않는다. 한마디로 ‘책임·신뢰정치’가 요원한 게 한국정치판 현실이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재선, 3선 또는 그 이상도 잘한다. 지속 뽑히는 그들도 신기하지만 뽑아주는 유권자들 역시 참 경이로운(?) 이들이다.

여야 두 의원의 대조적 행보가 새삼 여론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백원우(경기 시흥 갑)-한나라당 진영 의원(서울 용산 을.서울시당위원장)이다. 백 의원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1998년)-대통령 후보(2002년) 시절 비서를 거쳤다. 반면 진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을 거친 2선 의원이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이자 친朴계였던 그는 지난 7·28재보선에서 이재오 의원 지원을 언급해 눈길을 끈 가운데 현재 ‘탈朴’으로 분류되고 있다. 

▲     © 브레이크뉴스
12일 백 의원은 ‘486단일화불발’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직을 사퇴했다. 물밑 상황이야 어떻든 사실 상당히 어려운 결단이다. 10·3전대를 앞둔 컷 오프(예비경선)에서의 통과자체도 사건이나 사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회의원의 당 지도부 입성은 위상 배가와 함께 언론스포트라이트도 집중되는 플러스 요인이 크다. 그런데 그는 그 찬스를 스스로 놓았다. 쉬이 놓지 못할 걸 놨음으로 그는 얻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주목된다. 향후 그가 무엇을 얻게 될지. 또 당초 슬로건으로 내건 ‘노무현의 길’을 걸을지 여부도 역시다.
 
반면 진 의원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딸 외교부 특채-21c음서부활’ 파문의 주범인 ‘유명환’을 옹호하는 투의 글을 올려 호된 비판여론에 직면하자 하루 만에 사과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는 “유명환 전 장관의 잘못이 그토록 무거운 것인가?”라며 “죄 많은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세속에 살지만 세속에 살지 않는 듯 사는 삶을 배워야겠다”라고 세간의 ‘유명환 비판’을 비꼬아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곧바로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비난폭풍은 쉬이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그는 이번에 평소 가치관과 인식을 드러내면서 향후 무엇을 잃고 얻을지 주목된다.
 
▲     © 브레이크뉴스

똑같은 국회의원인데 한 사람은 큰 기회가 될 여지를 놓았고, 또 다른 쪽은 물의를 일으켰다. 단순히 한 사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대비된다.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도 아니다. 도토리 키 재기 하자는 것 역시 아니다. 왜냐면 정치-정치인에 대한 대체적 국민인식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압축되는 탓이다. 새삼 불쾌해 할 일도 아니다. 더도 덜도 아닌 스스로들이 뿌린 것에 대한 필연이다. ‘걔 중 그나마 나은’ 부류에 드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진 의원에게 궁금하다. 정치입문 시, 또 지역유권자들 앞에서 약속하거나 스스로 다진 ‘초심’이 무언지 궁금하다. 또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는 ‘가치’도 역시다. 단 정치적, 선거용이 아닌 진정한 속내여야 한다. 최근 모 정치관계자와 소소한 소주자리를 가진 적 있다. 술잔이 몇 순배 돈 후 추구하는 가치가 뭐냐 물으니 ‘부국강병’이라 했다. 표현은 안했지만 내심 든든했다. 왜냐면 작금의 정치인들한테선 결코 들을 수 없는 얘기일뿐더러 그럴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탓이다. 자신들을 현재 반열에 올라서게 해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채 늘 ‘자신들 리그’에만 함몰돼 있는 그들의 ‘이기’ ‘후안무치’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 제반에게 고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어디에도, 아무 것도 없다. 끝은 늘 있다. 현재도 그 과정선상이다. 스치는 시간 속에 잠시 연 닿아 머물다 연 다하면 떠나는 게 순리다. 개인적으론 ‘스펙’을 부질없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대들에겐 어쩜 자랑스러운 ‘훈장’이자 ‘스펙’일지 모르겠다. 것을 안겨준 지역구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라. 건성으로 대하며 이용치 말라. 봉사할 기회를 준 하늘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미소 짓는 존재로 남아라. 현재 등 뒤에서나, 훗날 본인 이름 회자될 때 미간 찌푸려지는 존재로 남으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더욱이 재 평가대인 2012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통상 관계의 끝자락이나 위기에 즈음해 것을 암시하는 얘기가 있다.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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