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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전 권력 간의 파워게임
조현오 현 경찰청장은 지난 3월 경찰 내부 강연에서 "작년 노통, 노무현 전 대통령 5월 23일날 부엉이 바위 사건 때, 막 또 그 뒤로 (시위대가) 뛰쳐나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러분들,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라고 발언, 정치권에 파문을 안겼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아직까지도 석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계속 법적 다툼과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무현 가족에 의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피소된 상태. 이 사건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조청장을 고소·고발(사자의 명예훼손죄로 고소함과 동시에 허위사실 명예훼손죄 및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한 문재인 변호사와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 법적 대리인인 문재인 변호사자 직접 밝히거나 고소장에 나타난 고소 논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와 관련한 얘기는 모두 정치적인 목적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조청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기록을 검토할 필요 없이 조 청장이 제시하는 차명 계좌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만 따져도 명예 훼손에 해당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연되는 것 같다,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 변호사는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직위에 있는 고위 공직자가 사석도 아닌 수백 명의 간부 경찰관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 강연에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으로 전직 대통령을 공공연히 능멸하고, 나아가 그 죽음까지 욕되게 했다”며, 조 청장의 죄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의 유족들은 그동안 악의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말들을 들어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그냥 견디고 삭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간의 심경을 전했다. “조현오 청장의 망언은 도를 넘어서는 것이며, 그의 신분과 발언의 성격까지 감안하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조현오 청장의 범행으로 인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입은 명예훼손의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므로 조 청장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명계좌는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인데, 이상한 자금의 흐름 운운하며 고약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표적 수사, 강압 수사를 자행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해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과까지 하게 만든 인물이 또 옛날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이 중앙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여부에 대해 발언했는데, 그의 발언은 조청장의 발언에 이어 정치적 파물을 불러 일으켰다. 이인규 변호사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발언을 옹호 사격했다. 그는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 정치인이 박연차씨로부터 최소 만 달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문 변호사는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발언에 대해 “논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이인규 변호사의 얘기에 일일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때도 검찰은 박연차 진술 외에 차명계좌나 수상한 자금에 대해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지금 이 변호사가 언급하는 것도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 변호사는 “조현오 청장에 대한 고소·고발인 수사가 지난 9월 9일 시작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검찰의 조속한 수사로 이 변호사 말과 같은 엉뚱한 얘기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특위는 지난 9월 13일 조현오 경찰청장을 상대로 질의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정권에 잘 보여서 경찰청장 하는 것은 좋지만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두고 (경찰들) 사기를 올리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모욕하는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조 청장은 “내부 경찰들에게 한 강연은 전파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개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고. 서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라고 질문하자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에 했던 답변을 반복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질의했던 의원이 이 법무부 장관에게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에게 검찰이 알려준 적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이귀남 장관은 “그런 사실은 확인해보지 않았다. 차명계좌 유무에 대해서는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경남시민대회가 지난 9월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 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정치적 목적으로 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날조해서 퍼뜨린 소문에 기초한 것”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후 현 정권과 한나라당이 당황한 나머지 일반 사람들 사이에 그런 못된 허위소문을 조직적으로 퍼뜨렸고 이들이 퍼뜨린 헛소문이 돌고돌아 경찰첩보에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장관은 이날 “검찰이 조 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빨리 기소하고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도록 해 경찰총수로서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보수단체 차명계좌 규명촉구
라이트코리아, 비젼21국민희망연대, 실향민중앙협의회는 보수성향의 단체이다. 노무현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노무현의 비자금을 공격하는 것은 진보-보수의 대결측면도 엿보인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9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들은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는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 등 4대 특혜의혹사업과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 시절 발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실체를 특검으로 밝혀라”고 주장했다.
비젼21국민희망연대 최태영 대표가 낭독한 성명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3월 경찰 대상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사망했습니까…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이 됐는데"라며 “특검 이야기가 나와서 특검하려고 하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그거 해봐야 그게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발언한 것이 8월 청문회 직전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이후 민주당과 노무현 측근들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욕보인 패륜적 망언'이라고 몰아세우며 조 청장의 사퇴를 촉구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조현오 청장의 위치로 볼 때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조 청장은 청문회를 통과하여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이후 ‘노무현 차명계좌’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경찰청장이 되었다고 이미 발언한 ‘차명계좌’의 의혹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7일 취임직후 '조사까지 안 가도록 유족 측에 최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라고 한 조 청장의 발언은 15만 경찰의 수장답지 않은 발언이다. ‘노무현 차명계좌’는 조 청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직 대통령 비리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하는 국민적 의혹 사건이다. 조사를 피하기 위해 고소인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역사 앞에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조 청장은 자신이 발언한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도리이다. '차명계좌는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여야 정치권과 검찰도 ‘노무현 차명계좌’에 대한 의혹을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이 조현오 경찰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한 이상, 조 청장이 피고발인으로서 근거를 대지 못하더라도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를 통해 조현오 청장이 발언한 ‘노무현 차명계좌’의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조 청장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그 측근들 모두를 수사 대상에 놓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직전 검찰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태광실업의 30억불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과정에서의 사업편의 제공 등 특혜 지원한 의혹, 노 전 대통령 조카에게 500만불을 전달한 대가성 여부를 검찰은 수사기록 공개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보수 단체들은 이 성명의 결론에서 “‘차명계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중단된 ‘박연차 4대 특혜의혹 사업’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 검찰이 수사 재개의 의지가 없다면 국회는 즉각 특검을 구성하여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함으로써 공소권이 없어졌지만 친인척과 주변인물이 불법자금 수수에 개입했다면 덮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법 적용에는 성역과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법치와 정의를 위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노무현 차명계좌 특검 채택”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8월 23일에 발표한 ““노무현 차명계좌의 실체를 특검으로 밝혀라” 제하의 성명에서도 조현오 경찰청장을 압박(?)했다. 이 단체들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제공한 600만 달러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차명계좌의 의혹을 푸는 열쇠이다. 박연차의 베트남화력발전소 건설수주에 특혜 지원한 의혹도 밝혀야 하며 관련 금융회사도 수사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박연차 특혜 의혹’ 뿐 아니라 노무현 정권 때 적당히 덮고 넘어간 ‘바다이야기’ ‘썬앤문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사건’ 등의 총체적 부패 비리 사건도 재수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함으로써 공소권이 없어졌지만 친인척과 주변인물이 불법자금 수수에 개입했다면 덮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법 적용에는 성역과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법 정의 실현을 위해 정치권과 검찰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문객 500만명 정치활화산
노무현이 살아 있는 권력으로 인해 정치외압을 받다가 자살한 사건 이후 조문객은 500만명에 달했다. 이 조문객은 언제든 정치세력화 할 수 있는 활화산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차명계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현 권력 파워게임의 연장게임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 권력의 추종세력들은 차기의 수권을 노릴 것이다. 퇴임 이후의 이명박 심장을 노릴 것이다. 그래서 차기구도와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을 밝히라는 주장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에서 나왔건 진보성향 시민단체에서 나왔건 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실을 비진실로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미래를 위해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 설령, 노무현이 죽음으로 사죄했다 해도 그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의 경찰총수인 조현오 경찰청장이 거짓말로 온 나라를 시끌시끌하게 했다면 그 또한 처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 전임 권력과 현 권력 간의 보이지 않은 세력게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일만 남았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