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朴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논란이 증폭일로로 치닫고 있는 개헌-과학벨트 불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로 튀는 탓이다.
마치 현 권력에 의해 촉발된 논란불씨가 미래권력에게로 전이된 양태다.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첨예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개헌-과학벨트와 관련해 여권 유력차기주자인 박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요구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mb와의 ‘8·21청와대 비밀회동’후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 및 대응을 일절 자제한 채 ‘차기정책’ 행보만 지속중이다.
그러나 당장 개헌, 특히 과학벨트입지선정을 놓고 여당 내 불협화음이 심해졌다. 또 ‘자중지란’ 조짐마저 일면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속 침묵기조를 유지중이다. 기존부터 4대강을 비롯한 첨예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안티·반대진영의 ‘태클’도 심하나 무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배경엔 자칫 현 권력이 연관된 사안에 맞설 인상을 주기 쉽다는 나름의 딜레마가 깔려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친李직계(친 이재오계) 주도의 ‘개헌’ 경우 차기선호도 지속1위란 초기 ‘랜드 마크’ 방점을 찍고 나가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구란 시각이 불거진다. 이는 친朴계가 품고 있는 의구심 중 하나다. 논란이 거센 과학벨트향배 역시 영남-충청의원·당원들 간 입장이 배치된 채 ‘제2 세종시’ 파동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해법이 쉽지 않은 또 다른 딜레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모든 사안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에 친朴계는 박 전 대표가 첨예 정치현안에 대해 입장표명에 나설 경우 본격 정치행보로 비춰질 수 있단 점을 우려하며 당위성으로 내건다. 현실적으로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mb의 임기가 아직 잔존한 상황에서 차기 대선후보가 섣불리 움직일 경우 곧바로 현 권력의 레임덕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청와대행정관 박근혜 사찰’ 폭로당시에도 일절 언급을 배제한 채 청와대를 겨냥하지 않을 정도였다.
또 차기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현 정권 집권 후 차기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상황에서 mb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실익이 적은 탓이다. 임기 말로 치닫는 대통령이나 mb는 분명 현 권력이다. 차기 판을 좌지우지하진 못할지언정 흔들 수는 있다. 또 여권의 주 지지기반인 보수층 표 분산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에 대한 현재의 30%대 지지율은 분명 고무적이나 결코 당선안정권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2월 세종시 수정안파동 와중에 박 전 대표가 ‘강도론’까지 들먹이며 mb와 정면대립각을 세웠을 당시 기존 30%대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하락한 게 반증한다. 또 여타 여야차기주자들과 더블스코어 이상의 간격을 유지중이나 아직 차기대선까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현재 여권 친李계 및 야권대항마 부재상황도 여기에 일조한다.
특히 돌발변수 하나로 판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는 대선전의 특성상 현 지지율에 고무돼 마냥 손 놓고 들떠 있을 입장도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생애주기별 ‘한국형 맞춤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건 채 차기화두인 ‘복지’를 선점하며 경제 등 첨예사안에 대해 정책행보를 강화해 나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차기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조기발진 시킨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박 전 대표가 침묵기조로 일관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의 기본성향으로 보나 대표아이콘인 ‘한마디 정치’의 파급력으로 봤을 때 섣불리 입을 열리 만무하다. 실제 예측이 그리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다만 그가 정치현안에 대해 ‘입’을 열 경우 본격 차기레이스에 진입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침묵으로 일관하기엔 현실적 상황도 점차 압박강도를 배가해 오는 형국이다.
mb는 지난 1일 신년좌담회에서 박 전 대표의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해 ‘군사독재’라고 평가했다. 또 이에 발맞춰 이 특임장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개헌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현 헌법을 ‘유신헌법 잔재’란 표현을 사용했다. 은근히 박 전 대표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우회 압박구를 던진 셈이다. 때문에 친朴계 일각에선 정치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 및 행보배가 필요성 목소리가 불거진다. 친朴계의 딜레마 속에 박 전 대표가 첨예 정치현안에 대한 ‘침묵파기’ 시점을 언제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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