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책사업 등 첨예현안이 ‘미로’에 빠지면서 국론분열 및 갈등이 한껏 증폭중이나 청와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 국정현안에 비켜 선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제 목소리 내기를 꺼려하는 마치 ‘꿀 먹은 벙어리’ 형국이다. 국정의 교통정리 및 ‘컨트롤타워’ 등 본연 기능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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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와대의 침묵으로 당장 여권 내에서조차 거센 역풍이 일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을 놓고 한나라당은 현재 수도권-tpk-부산의원들 간 대립 및 갈등으로 ‘세나라당’ 형국이다. 수도권출신인 안상수 대표-정두언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잇따라 ‘원점재검토-백지화’ 뉘앙스를 풍기자 영남권 의원들이 발끈하면서 계파를 초월한 ‘내홍’이 증폭일로를 보인다. 여기다 같은 수도권인 안형환 대변인마저 가세해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만약 ‘백지화’로 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07대선공약을 재차 뒤집는 게 돼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는 실정이다.
이달 말 예고된 정부의 입지선정평가 발표를 앞두고 여권 핵심부의 원점 재검토·백지화론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백지화로 방향을 잡고 정부와 조율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밀양-부산 가덕도간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제적 타당성을 근거로 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양태다. 현재 대구·경북·경남·울산은 밀양을 주장하고 부산이 가덕도를 밀고 있으나 백지화될 경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구지역 의원들이 잇따라 사뭇 의미심장한 경고메시지를 던지며 청와대-당 지도부를 정조준한 채 날을 세우고 있다. 3일 유승민 대구시당위원장("백지화한다면 그에 따른 심판은 무서울 것")에 이어 4일 친李계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백지화될 경우 정부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대선 후로 미룰 땐 야권에 정략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크다”며 “지금 일부지역에선 민란수준의 반발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 이상 더 얘기하고 싶진 않다”고 우려하면서 청와대-당 지도부를 우회 겨냥했다.
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기류는 현재 세 갈래다. 수도권 의원들(안상수-정두언-안형환)은 ‘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연기론에 힘을 싣는 형국이다. 그러나 ‘밀양유치’를 미는 tpk의원들(박종근-유승민-조해진-이해봉-서상기-조원진 등)은 ‘수도권 중심론’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의원들(허태열-서병수-김정훈-이진복-현기환)은 ‘경제·안전성 우위’를 내걸며 압박하고 있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 패가 갈려 한 치 양보도 없는 유치신경전을 벌이면서 삼분된 양상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가세해 반발하면서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3일 한나라당 소속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박맹우 울산시장은 물론 김두관 경남지사 등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4개 시·도지사가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의 '수도권 중심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김정훈, 현기환 의원 등 부산지역 의원들은 4일 여의도 모 호텔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나 ‘3월내 가덕도 입지결정’을 압박할 예정이다. 또 정 장관이 최근 대구·경북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월말 후보지를 선정한다고 밝힌 부분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수도권출신 당 지도부로선 신공항입지의 직접 이해 당사자가 아닌데다 입지결정 후 영남권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으면 내년 총대선 판세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걸 우려하는 분위기이나 영남권을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원점재검토론’은 ‘김해공항 확장론’과 일견 맥을 같이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안팎의 갈등 및 분열이 증폭일로로 치닫는 중이나 정작 교통정리를 해야 할 청와대가 뒤로 빠지면서 상황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있다. 마치 제반 현안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모종의 ‘함구령’이 내려진 양태다. ‘조정’역할은 하되 나서진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수수방관’으로 동남권신공항 등 국책사업은 오히려 선정이후 더 큰 반발에 부닥칠 개연성에 처했다. 지지율을 의식한 ‘몸 사리기’와 ‘무기력증’ ‘무책임·무능’ 지적 등이 팽배하나 뒤따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현안 해결에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다. 쟁점 이슈에 휘말렸다간 모든 비판이 청와대로 쏠릴 것을 우려하는 양태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정 반대다. 청와대의 무책임·무능이 국정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동남권신공항-과학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향배에 따라선 자칫 위약 논란을 증폭시킬 개연성에 처했다. 또 이 대통령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레임덕 가속화와 함께 내년 총·대선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투명 청와대’의 근거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연계 짓는다. 모든 문제를 경제-정책으로만 풀려는 태도가 문제란 지적이다. 동남권신공항과 같은 주요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나 이 대통령이 여전히 정책적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정책적 방식이 필요한 사안들은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행보와 동반된 영남권 분열을 바라보는 여권은 현재 안절부절이다.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좌불안석’ 형국이다. 내년 총선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데다 차기대선에서 만약 야권후보단일화-영남후보출연이 이뤄질 경우 대선마저 쉬이 낙관할 수 없는 탓이다. 여권이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싼 영남권 갈등 및 분열을 심각한 정치 사안으로 보는 핵심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