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양측 설전이 격화되면서 위험수위를 넘나든 무차별 폭로전으로 연계된 채 진실공방전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각기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느 한쪽이든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치명상을 입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번 저축은행사태는 '반 서민-친 권력' 함의를 띠면서 정치권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함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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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그간의 수세 틀에서 적극공세로 스탠스를 변경했다. 민주당 모 의원실이 청와대에 로비를 시도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목포를 근거지로 한 보해저축은행에 자기자본비율 적용완화 청탁과 함께 관련서류역시 청와대로 보내왔다고 반격에 나섰다. 사실상 해당지역구 박 전 원내대표를 정 조준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는 "청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 청와대에 문건으로 제출했다 하는데 전화 한통 안했다"고 부인한 채 반박했다.
청와대의 반격공세가 거세지자 민주당은 추가로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였던 정진석 정무수석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을 이었다. 정 수석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절친한 사이라며 두 사람이 같이 갔던 식당과 골프장 이름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 수석은 "사외이사 신분으로 신 회장을 알긴 했으나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신 회장이 단 한 번도 청탁해온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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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청와대-민주당 간 진실게임은 6월 임시국회로 고스란히 옮겨가 여야 간 '2라운드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온전히 청와대 편에 서 공조대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난 4·27참패를 기점으로 반여기류가 증폭되면서 청와대와 지속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탓이다. 신주류로 부상한 친朴계-친李 소장그룹을 주축으로 한 당내 '범 박근혜계' 결집과정에서 물밑 '반mb·청' 기류가 가속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칫 들끓는 저축은행비리 파편에 튀었다간 가뜩이나 팽배한 '4·11참패론'에 기름이 부어지면서 아예 '전멸론'으로 비화될 공산이 커 속내가 사뭇 복잡하다. 그렇다고 십자포화 중심에 선 청와대를 두고 마냥 남 일처럼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입장이어서 이래저래 딜레마다. 청와대를 거들려 해도,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려해도 후폭풍 영향권 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청와대라고 마냥 민주당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청와대가 공세스탠스 변경과 함께 역공 전환에 나선 배경엔 민주당의 잇단 의혹 제기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단 의지가 짙게 깔려있다. 수세스탠스로만 대응할 시 가뜩이나 팽배해진 반여기류를 자극하면서 자칫 극도의 민심이반과 함께 향후 정국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방패막이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여권실정 덕에 정국 선기선 끈을 잡은 상황에서 혹여 저축은행비리 파편이 하나라도 튈 경우 도루아미타불 될 공산이 큰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손학규 대표도 31일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저축은행사태에서 보듯 이 땅을 뒤덮고 있는 반칙과 특권을 물리쳐 내야한다"며 국정조사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이런 복잡한 여야속내 속에 저축은행 국정조사를 위한 국회특위구성은 양측이 합의된 상태며 6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이뤄진 신속한 여야합의도출은 양측 딜레마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한배를 탔다는 인식공감대가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연루 정치인들이 거론될 경우 여야를 떠나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셈이다.
하지만 서로 원하는 산물은 다르다. 민주당은 현 정권과의 유착비리, 한나라당 경우 전 정권과의 유착 고리를 밝혀내겠다는 심산이다. 핵심쟁점은 삼화, 부산 등 8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과정을 비롯해 불법대출, 대주주들 개인비리, 정관계 로비의혹 등이다. 그 중 여야의 방점은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은 전 정권 인사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 등 현 정권핵심이 타깃이다.
이번 저축은행비리 의혹사태는 과거 정부의 집권 4년차 모습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향후 청와대-민주당, 여야 간 이전투구 속에 의혹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와 민주당 양측 모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인 가운데 진실향배에 국민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