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갈등과 대립 등 반목을 거듭해 온 정치권에 모처럼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평창!’ 구호아래 정치권이 여야구분마저 걷어버린 채 한마음으로 결집하는 형국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인 만큼 성공적 올림픽 개최를 위한 기반조성에 서로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 딜레마에 함몰된 여권은 ‘당·정·청 동상이몽’ 속에 난제풀이에 쫓기고 있다.
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남북단일팀구성-공동훈련추진 등 각종 지원방안에 상호 합의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특별법’을 마련 후 이르면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한나라당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동계올림픽관련 예산이 내년도부터 반영돼야 하기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엔 민간투자촉진을 위한 강원도 내 특별구역설정,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각종 혜택부여 등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여야는 또 각종 인프라 구축과 예산배정 등 지원방안 전반을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빠른 시일 내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민주당이 제안한 남북국회 회담부분 경우 한나라당이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또 여권도 모처럼 맞은 국민결집계기 속에 그간 반값등록금 등 친 서민정책을 둘러싼 당·정·청 간 동상이몽을 풀 ‘접점’을 도출해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 구성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잇따른 내외 환경변화가 기존 당·정·청구도에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한 탓이다. 다만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 국민화합과 결집기류 속에 지난 반목을 거듭할 시 ‘국가적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어렵사리 국면전환호재를 맞은 청와대는 오는 11일 이명박 대통령 귀국 후 20일 전후로 이귀남 법무-김준규 검찰총장라인에 대한 ‘원 포인트 개각’ 단행을 계기로 친 서민 기조 재확립 등 국정동력회복에 나선다. 차기 법무장관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력 거론 중이며 류우익 전 주중 대사의 통일장관 입각 설도 동반 중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진수희 보건복지-정병국 문화관광 등 내년 총선출마예정자들에 대한 일부 내각개편은 다소 뒤로 밀린 가운데 다만 이 특임장관 경우 항시 여의도 복귀를 위한 ‘길’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청와대 기류에 발맞춰 정부도 ‘체감 높은 서민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8일 열린 제1차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에서 “체감도 높은 서민정책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생활체감형 서민대책추진을 위해 총리 주재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를 매월 한 번씩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 총리는 “재정 여건상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새 제도를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효율성 높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반값등록금과 추가감세철회,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으로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 등 새 지도부와 당내 중진, 원내대표단 등이 추진을 놓고 상호갈등을 겪고 있다.
내년 총선의 당면과제를 목전에 둔 한나라당도 친 서민 기조 강화엔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다만 ‘방법론’을 놓고 내부갈등을 빚고 있다. 당·정·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7일 “당과 청와대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당 중심이 돼야한다”면서도 “원칙에 어긋나거나 포퓰리즘으로 흐르게 되면 반대의사를 분명히 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건강한 (당청)관계 아니겠느냐”고 ‘포퓰리즘’에 경계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오는 10일 여의도당사에서 새 지도부와 원내대표단, 정책위 의장단이 모두 함께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는 친 서민 정책에 대한 끝장토론을 벌인다. 주제는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감세철회, 무상급식 등이다. 다만 주요 정책에 대한 이견차가 적지 않아 합의도출에 성공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논의과정에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할 시 극심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서민특위위원장 겸직의사를 내비친 홍 대표는 강력한 친 서민 드라이브를 강조하고 있으나 당내 구주류 측 반발이 적지 않다. 또 황 원내대표와의 입장 역시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홍 대표는 “존재가치가 있는 사학만 국가가 지원하는 게 옳다”며 대학구조조정에 무게를 둔 반면 황 원내대표는 선(先)등록금 인하-후(後)대학구조조정 추진으로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감세철회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철회엔 인식을 함께 하나 법인세 경우 홍 대표는 ‘철회 반대’, 황 원내대표 경우 ‘철회 찬성’으로 역시 엇갈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10일 끝장토론에서 두 쟁점에 대한 수뇌부간 합의가 혹여 이뤄져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도 마찬가지다. 홍 대표는 ‘당 차원 지원’을 고수 중이나 황 원내대표는 개입자체를 꺼리고 있다.
아울러 친 서민 정책결정 로드맵도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홍 대표는 ‘최고위회의를 통한 확정’ 입장인 반면 황 원내대표는 ‘의총을 통한 결정’으로 맞서고 있다. 또 원내 지도부는 홍 대표의 서민특위위원장 겸직의사에 당 정책위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불만이다. 현재까지로 봐선 ‘친 서민, 포퓰리즘’을 둘러싼 당·정·청의 ‘동상이몽’은 기존과 같이 여전한 채 난제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해법도출’ 및 ‘교통정리’를 한시바삐 서둘러야 할 분위기다. 안 그래도 침체일로인 경제난 속에 4대강에 이은 엄청난 혈세투입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국민화합·결집분위기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여권이 지속 ‘불협화음’을 낼 시 역풍부메랑이 한껏 증폭된 채 고스란히 자신들에 되돌아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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