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연말연시 민생침해범죄 예방을 위해 특별 방범 활동에 나선다. 경찰청은 연말연시 민생침해범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2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특별 방범·형사활동에 나선다고 지난 12월11일 밝혔다. 중점 방범 대상은 도시 기준으로 쪽방과 다세대 주택 등 서민밀집지역이며, 금융기관 등 취급업소, 금은방·편의점, 미용실과 약국, 병원 등이다. 경찰은 이 기간 범죄 취약지 위주로 가능한 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연말 추위를 피하기 위해 범죄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비롯해, 연말연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이용한 금융범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연말연시에 범죄에 이용당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이른바 취약층에 대해 취재해 보았으며, 그 대상은 가출청소년의 성매매, 연말연시 급전이 필요해 작업대출을 한 이들과 브로커, 통장을 사고팔며 돈을 챙기는 이른바 통장대여 그리고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자를 파는 대학생 등으로 정했다. 취재는 12월13일 신림역에서 가출 청소년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14일과 15일에는 작업대출과 대포통장 피해자 및 브로커를 만났다. 그리고 15일에는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리부 활동을 하는 대학생과 대리부를 통해 아이를 낳으려는 부부를 만나보았다.
지난 12월13일 찾아간 서울 신림동. 그곳은 술집 등이 있는 번화가였지만,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아직 아기 같은 얼굴에 어설프게 화장을 한 여자 청소년들이었다. 이곳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밤 12시가 넘으면 중·고등학생들이 넘쳐나는데, 대부분 가출 청소년들이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신림역에 근방에 위치한 24시간 패스트푸드점 2층에 가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추위 피하기 위해 몸파는 중고생
찾아간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는 그 상인의 말대로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은 16세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가출한 지 4개월 정도 됐다”고 말했다. 4개월 동안 학교도 가지 않고 거리에서 생활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 학생의 모습은 약 120일간 거리생활을 한 모습은 아니었다. 옷도 얼굴도 깨끗했으며, 얼굴에는 화장기까지 있었다.
16세 학생은 그 이유에 대해 가볍게 ‘성매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일주일에 세 번꼴로 남성들을 만난다고 했다. 성매매를 하고 받은 돈으로 근처 찜질방이나 DVD방에서 잠을 자고, 옷도 사 입는다는 것이다.
실제 신림역 앞에는 ‘어린 성’을 파는 학생들이 많다. 역사 앞 골목에는 여학생들이 종종 모여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성인남성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놀라운 것은 잠자리만 제공받고 ‘성’을 파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하나같이 “추워지면서 오갈 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신림역 순대타운에서 일을 했었다는 한 여학생은 “가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을 했었다”면서 “차라리 그럴 바에는 돈 많은 사람과 사귀어 주고 용돈을 받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신림역 근처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28)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신림역에 있으면 어린 학생들이 다가와 성매매를 권한다”면서 “심할 때는 ‘2:1로도 가능하다’는 말을 들어보았다”고 밝혔다.
최근 신림에서는 청소년의 성을 사려다가 되레 이들에게 돈을 빼앗긴 사례들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여학생이 성매수 남성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가진 후 남학생이 성매수 남성에게 연락해 ‘청소년성매매법’으로 신고하겠다며, 협박 등을 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소년들은 성매매를 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반면, 성매수 남성은 처벌 수위도 높고 또 가정이 있는 경우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빼앗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출 청소년 일부는 성매매 업소로 빠져 드는 경우도 많다.
충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지난 12월2일 10대 여자청소년을 고용해 유흥주점 등에 도우미로 보낸 여성알선업소 업주 김(24)씨와 김씨로부터 여자청소년을 받아 업소를 운영한 유흥주점 업주 박(53)씨 등 6명을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달 3일부터 3일 동안 생활정보지를 보고 찾아온 가출 청소년들을 고용해 박씨의 유흥주점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여학생들이 성매매의 늪에 빠진다면 남학생들의 경우는 절도나 폭행 등의 범죄에 빠진다.
지난 11월22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모중학교 인근, 아침 7시께. A(18)군과 B(17)양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등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다.
이들은 등교하는 C(15)군에게 접근 “전화기 좀 빌려 쓸 수 있을 까요”라며 전화기를 빌렸다. A군은 전화기를 쓰는 척하며 인근 건물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A군의 후배 E(15)군 등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B양은 화장실 밖에서 망을 보고 A군 등 3명은 C군을 둘러쌌다. A군은 C군에게 화장실에 놓여 있는 벽돌을 가리키며 “저 벽돌로 머리통을 까부수기 전에 가지고 있는 돈 다 내놔”라고 말했다. C군은 그날 스마트폰과 현금 3만1000원을 빼앗겼다. A군 등 4명은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달부터 99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11대와 현금을 챙겼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집을 나와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서 스마트폰 등을 뺏은 혐의(특수강도)로 A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 선후배들인 이들은 집을 나와 여관과 PC방 등을 전전하며 지난달 22일부터 3일까지 도봉·노원·강북구 일대에서 11차례에 걸쳐 스마트폰과 현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렇게 빼앗은 돈을 인터넷 ‘중고나라’에 올린 ‘스마트폰 삽니다’라는 게시물을 보고 15만~35만원씩 팔아 치운 걸로 알려졌다.
지난 12월7일. 전북 인산경찰서에는 수퍼마켓 강도와 날치기 등을 상습적으로 벌인 혐의(특수강도)로 김모(17)군 등 10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출을 한 김 군 등은 전북 익산시 영등도 최(55)씨의 수퍼마켓에 복면과 장갑을 하고 들어가 흉기로 최씨를 위협하고 현금 10만원과 담배를 훔치는 등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수퍼마켓 강도 2차례, 오토바이 절도 3차례, 오토바이 날치기 2차례 등을 저질러 260만원 상당을 빼앗고 훔친 혐의다.
학생들이 범죄의 늪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는 시설의 부족이 있다. 신림에서 만난 한 가출 청소년은 “집이 싫어서 나오긴 했지만, 쉼터 같은 곳은 이용해 볼만 하다. 하지만 이용기간이 짧고 좋은 것도 없다. 단지 겨울에 추위를 피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추산된 가출 청소년은 20여만 명에 이르며, 경찰에 접수되는 가출 청소년 신고 건수는 지난 2009년 2만2287건에서 지난해 2만8124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쉼터는 전국 89곳으로 쉼터 한 곳당 평균 수용인원이 15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작 1500여 명의 청소년만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에는 12개 시·군(22곳)에만 쉼터가 있어, 가출 청소년이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 원정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대다수 쉼터가 3개월 이후에는 강제 퇴소시키고 있어 가출 청소년들을 떠돌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전국 곳곳 쉼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소위 메뚜기식 생활을 하고 있다. 가출을 한 한 남학생은 “여러 쉼터를 돌며 전국투어를 하는 친구도 봤다”고 말했다.
시설 관계자는 “대부분의 쉼터가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며 차후 실적에 따라 도비 혹은 국비를 지원받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쉼터가 많이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작업대출…돈 없는 서민 두 번 울린다
“직장인 작업대출입니다. 조건에 맞춰 서류랑 정산작업해 드리고 대출 성사 시 수수료 4% 받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연락주세요”
연말연시 각종 회식, 행사가 많은 이 기간에 불법적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작업대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작업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신용등급이 좋지 않거나 이미 빚이 많은 서민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불법 작업대출은 이들을 두 번 울리는 범죄 중 하나다.
최근 대출 자격이 없는 사람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위 서류를 만들어주는 ‘작업대출’ 업체 89곳이 무더기로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금융감독원은 인터넷상에서 작업대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불법 대출을 조장하는 광고를 올린 사업자를 대거 적발했다. 작업대출은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 같은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작업’을 통해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작업대출 업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무직자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광고를 올린 뒤 의뢰인이 전화를 하면 가짜로 만든 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업자는 가짜 직장번호를 금융회사에 낸 뒤 은행 등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재직 사실을 허위로 확인해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업자들은 대출금의 20∼50%를 작업 수수료 명목으로 갈취했다.
금융감독원은 작업대출의 두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대구에 사는 김(43)씨는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된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900만원을 대출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김 씨는 자신도 모르게 3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무직자이자 저신용등급(8등급)인 김씨는 작업대출 광고업자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 일반대출은 어렵고 대신 캐피탈을 통한 자동차 할부금융 방식으로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돈이 급한 김씨가 이를 허락하자 작업대출자는 김씨 명의로 30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그 자동차를 김씨로부터 재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대출자는 김씨에게 현금 900만원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수수료 및 작업비로 챙겼다. 결국 김씨는 현금 900만원 때문에 자동차 할부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무직자인 박(32)씨는 금융권 대출이 어렵자 작업대출업자를 찾았다. 박씨는 작업대출업자를 통해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꾸며 재직증명서와 월급 입금내역이 담긴 거래명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 작업대출업자는 사전에 협의를 했거나 대출심사가 느슨한 금융회사에 박씨 명의로 대출을 신청해 대출을 받아냈다.
실제 이와 관련해 본지는 작업대출을 하려다 피해를 봤다는 이(33)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작업대출에 대해 “사실 작업대출이 올해 들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작업대출로 피해를 본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신용등급이 낮고, 빚이 있었던 이씨는 연말연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휴대폰 광고 문자를 보고 대출을 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이씨는 그곳에서 “은행권에서 싼 이자로 대출을 해줄 테니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조건은 있었다. 이씨의 조건이 좋지 않으니 전문가들의 작업이 필요하고 수수료는 40%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를 허락했다. 작업대출업자는 이씨에게 “작업에 필요하니 통장과 카드를 퀵 서비스로 보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작업대출업자가 시키는대로 자신의 통장과 카드를 보냈고, 이틀 뒤 작업대출업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그 뒤로 연락이 온 것은 경찰서였다. 이씨의 통장에 누군가가 500만원을 입금했으며, 아무래도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여러 사정이 인정돼 이씨는 기소유예처분으로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이씨는 “돈이 급해 나쁜 일을 한 것은 맞지만 나 같은 사람을 이용하는 그 사람들은 정말 못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통장을 통해 이뤄지는 범죄는 이게 다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9일 노숙자와 지적장애인을 유인해 합숙시키면서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 금융계좌 등을 개설·판매한 혐의(영리유인)로 총책 이(47)씨를 구속하고 모집책 원모(52)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 초순까지 두세 달 간 서울역 등지에서 꾀어낸 노숙자와 지적장애인 8명을 경기도 안산, 시흥 등지의 숙소에 합숙시키면서 이들의 명의를 받아 휴대전화 34대, 금융계좌 11개, 사업자등록증 3개 등을 개설해 카드깡 업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카드깡 매출로 피해자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이를 이용해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등급이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들을 반지하방 등 합숙소 3곳에 거주하도록 했다.
또 이들이 통장을 재발급받아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피해자들이 도망치면 서울역 주변 등지에서 찾아내 다시 합숙소로 끌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포섭이 쉽고 수사기관에 단속되더라도 소재 확인이 어려운 노숙자와 지적장애인이 범죄 대상이 됐다”며 “9월 말께 숙소를 탈출한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쉼터에 제보한 것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고 피해자들을 구출해 사회복지시설에 인계했다”고 말했다.
통장을 노숙자들에게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 최근 경찰 단속으로 어려워지자 방식은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연말 세금과 관련해, 불법오락실 업주들은 법인통장 사용내역을 감추고 탈세를 목적으로 저신용자의 통장을 사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타인의 통장을 3~6개월간 이용하고, 다시 이 통장을 카드깡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수법이다.
방식은 이렇다.
인터넷 카페에 ‘통장을 사겠다’고 올린다. 그 뒤 통장 판매자가 나타나면 자신은 성인오락실 업주고 탈세를 목적으로 통장을 사겠다고 말한다. 통장 판매자의 수입은 짭짤하다. 우선 개설해 주는 대가로 20만원가량을 받고 매일 5만~7만원씩을 입금받는다. 돈을 나눠서 5만~7만원을 받는 까닭은 나중에 경찰 조사 시 통장 대여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난 후 통장 구매자는 연락이 두절되고, 판매자의 통장은 대포통장으로 이용된다.
“내 정자를 팝니다”
12월 대학가의 방학이 찾아오면,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시급도 낮고,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버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리부를 자처하고 나서는 남자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불임 카페’는 대학생들로 붐빈다. 불임 카페에는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이 하루 평균 30~50여 개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70~80%는 대학생들이다.
대리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중순이다. 처음에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정자를 기증해 드린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다 ‘대리부 지원’으로 바뀌었다. 법적 제재가 없자 공개적으로 대리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리부 지원자들은 불임 부부가 많이 찾는 ‘불임 카페’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리부 지원(전국 가능)’ ‘확실한 성공 보장’ ‘우월한 대리부가 지원해 드린다’ ‘젊은 대리부 지원’ 등의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렇게 해서 불임 정보를 제공하던 불임 카페는 어느 순간부터 불임 부부와 대리부를 연결하는 ‘뚜쟁이 카페’로 전락했다.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을 보면 자신의 신상 정보인 외모, 학교, 성적, 질병 유무 등을 거리낌 없이 올리고 있다. 일부 대학생은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체 비밀이나 성 경험까지 서슴없이 공개한다. 의뢰인이 원하면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대리부들 사이에서도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리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힌 장(25)씨는 “대리부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모두 등록금 때문”이라면서 “짧은 시간 안에 한 학기 등록금은 물론 여윳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심의 가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정자를 기증해 아이를 갖게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되레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리부를 고용하는 부부들 중 대부분은 손이 귀한 집안”이라면서 “부부는 서로 사랑하나 자손을 잇지 못해 이혼을 당할 만큼 시댁으로부터 고통받는 처지가 대리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리부를 알아보고 있는 한 부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댁에서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을 원하고 있는데, 남편의 문제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대리부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부부는 통화에서 “대리부 고용도 쉽지 않다”면서 “실제 대리부 사이트를 보면 인공수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접 성관계를 통해 임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대리부가 직접 성관계를 갖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 부부의 말처럼 실제 대리부 지원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대리부들 중에는 ‘성적 욕망’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무료 제공’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등의 글로 불임 부부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성관계가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이 카페 내부에서도 퍼지자 최근에는 인공수정인지 자연수정인지 “의뢰인의 뜻에 따르겠다”라고 밝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들과 만나면 “인공수정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라며 의뢰인들에게 성관계를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관계가 불임부부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불임 부부가 대리부를 고용하는 경우, 부인이 남편 몰래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대리부가 이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친자확인소송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리모와 마찬가지로 대리부 브로커가 등장했다.
대리부를 알아보고 있는 한 부부는 브로커와 통화를 한 후 너무 비싼 값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리부 브로커가 등장했다는 것은 상업적인 생명 거래가 활개를 친다는 뜻이다. 대리모 브로커들이 의뢰인과 대리모 양쪽에서 사례금을 챙겨왔듯이 대리부 브로커들도 비슷한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39곳에 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출산을 원하는 불임 부부들을 위해 정자를 제공받아 확보하고 있지만 정자은행들이 확보한 정자보다 시술하는 정자가 훨씬 많았다.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의 경우 지난해 정자를 직접 공여한 건이 71건이었으나, 불임 부부가 가져온 것은 두 배가 넘는 191건이었다. 차병원의 경우 정자 공여 건수는 하나도 없었으나 정자 제공 건수는 65건이나 되었다.
불임 부부들이 정자은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정자은행을 이용할 경우 절차가 까다롭고 기증자에 대한 신상 파악이 안 되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비밀이 보장되고 우수한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대리부’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정자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자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명백하게 법 적용을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점이 있다. 대리부가 불임 부부에게 정자를 주고 금품을 받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 실제로 금품 거래를 했더라도 대리부와 불임 부부가 부인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리부 지원자들 중에는 ‘선의 제공’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리부가 횡행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형제·자매가 본의 아니게 결합해서 희귀한 유전성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정자 매매는 법에 따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임 부부들은 우월한 유전자를 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로 인해 음성적인 정자 거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희귀 유전성 질환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자 거래를 양성화하고 보상 비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정자 기증 횟수도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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