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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중평
1012년 8월 27일은 불기로 2556년이다. 고려에서 목판으로 팔만대장경을 각자하여 국가의 정신으로 삼은 이래에 종교의 비빔밥시대를 맞고 있는 이 시대에 승무산(588m)에서 이름 그대로 팔만대장경을 이곳에서 생산되는 붉은색 화강암에 각자하여 보경寶經으로 모시게 될 것이라 하니 과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곳 승무산은 문자 그대로 소백산맥의 장엄한 산줄기가 승무산에 와서 춤을 추다 멈추어 선듯 멈추어 있다. 이곳에 전해 오기로 신라 말에서 고려초를 사신 도선국사道詵國師(827∼898)가 이곳에 와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데에서 승무산이라는 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도선스님이 그 시대에 무엇을 보신 것일까? 그가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추종할 사람이 없을 만큼 풍수의 대가이시니 장차 이 고장에 석판팔만대장경을 모시는 노천박물관이 들어서게 될 것을 내다보신 것인가? 아니면 예언한지 2년 후에 태어날 고려 왕건태조의 모습을 보신 것일까? 범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 행사는 석판에 각자한 대장경의 일부를 세상에 공개하자는 데에 있다. 행사현장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현장이다. 많은 사암연합회 소속의 스님들, 상주의 시민들과 이곳과 연이 닿은 사람들이 모였다.
행사는 능이버섯에, 조선간장에, 들기름을 친 맛갈스러운 국수 말이를 점심으로 뚝딱하고 곧 독경을 시작으로 사회자가 행사를 진행시킨다.
오늘의 축사는 대한조계종 월탄 큰스님의 축사인데, 감개가 무량하신 듯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경찬慶讚이라는 고급 용어를 쓴 축사이다.
세상의 식자들은 말을 많이 하여 소통할 것을 강조하는데, 월탄 큰스님은 말을 끊고 생각을 끊어 세상과 소통할 것을 강조하신다. 과연 세상의 법도와 불가의 법도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말고 생각을 끊고 그 중간에 석판대장경이 있다면 대장경을 양각으로 각자한 문자를 하나 하나 정성껏 쓰다듬으면서 소통의 통로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말씀으로 생각된다.
이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필히 이곳에 와서 촉수觸手의 예를 함으로써 새롭게 세상과 소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월탄 큰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여러 스님들이 석판 앞에 1열로 서서 석판에 씌운 흰 막을 제거하여 흑도黑塗한 석판에 양각陽刻한 불문자佛文字에 금박을 입힌 대장경류의 문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목판대장경을 재현하고 있다. 현대의 각자기술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석자들이 이곳에 와서 각자를 어루만지고, 기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자를 모르고, 설사 한자를 안다고 해도 불경을 해석할 능력이 없는데, 앞으로 대장경 촉수 한 번에 불자들의 불심이 우러나고 사회에 팽배한 욕심과의 소통을 끊을 수 있다면 이곳 승무산에 서있게 될 대장경이 이 나라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크게 될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이 무모한 일에 사재를 다 바치기로 한 분이 신상길 이사장이다.
본 행사가 끝나고 부대행사로 승무산의 여산신을 청배하여 여산신의 덕을 나누는 고사를 지냈다. 이 고사는 유가식 고사가 아니라 무가식 고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