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이 유독 ‘내치’에 좋은 점수를 못 받는 형국인 가운데 3박4일 간의 중국방문 기간 중 국정원 문제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18대대선 때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규정 후 박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한 채 장외집회에 나섰다.
특히 지난 18대대선 경쟁자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정계은퇴란 배수진을 친 채 날선 각을 세운 상황이다. 설상가상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입수 후 읽어봤다는 의혹과 선대본 종합상황 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집권 시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이었다는 폭로마저 터졌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된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관련 국회국정조사가 각종 민생이슈들을 삼킬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또 현재 민주당이 줄곧 박 대통령을 직 겨냥한 채 정권 흔들기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대화록공개가 남재준 국정원장 단독결정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 중이다.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일”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여론향배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표명과 함께 정치적 논란 속에 뛰어들 상황마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대화록 공개문제로 국회가 계속 파행을 빚을 경우 정치적 논란을 넘어 현 정부 핵심정책기조인 창조경제-경제민주화 등 관련법안 처리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핵심 정책기조관련 140개 국정과제이행을 위해 5년 간 총 378건의 법률안 제·개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그 중 단 12%의 법안만이 국회를 통과했다.
7월 임시국회도 새누리당 반대로 열리기 힘든 상황이다. 8월 임시국회 역시 열리더라도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등으로 제대로 된 입법 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월 정기국회가 돼서야 핵심법안들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국정운영 성과도출을 기대 중인 청와대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아직껏 청와대는 무 대응 기조를 유지 중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이 대선 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선을 그은 후 여야정치권이 의혹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향후 사활 건 공세에 나설 경우 현 정권의 일정부문 상처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성공적 외치를 바탕으로 한 국정운영 동력 역시 상당부분 손실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적극대응으로의 선회도 딜레마다. 그럴 경우 국면구도가 ‘청와대 vs 민주당’으로 고착되면서 국정원·NLL이슈가 더 선명해질 공산이 크다. 야당의 전략적 노림수가 거기에 있는 탓이다.
이처럼 국내정치는 여론도마를 한껏 달구고 있으나 청와대의 무 대응 기조 속에 박 대통령 역시 일단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1일 매주 주재했던 수석비서관회의도 거른 채 휴식을 취했다. 방중기간 중 밀린 보고를 받으면서 국내 상황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7월 첫째 주~중순까지 각종 경제관련 정책발표 및 회의들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첫째 주 잇단 정책발표에 이어 오는 9일 관광 진흥정책회의와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일정이 제법 촘촘하다. 창조경제 및 실물경기회복 등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발표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더욱 어두워지는 하반기 경제전망 등에 대비한 차원으로 보인다. 사실상 위기는 지금부터다. 그간 전 세계적 불황 속에서 그나마 글로벌경제를 지탱해 왔던 미국 등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축소와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한국경제의 하반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양적완화축소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만약 오를 경우 하우스 푸어를 비롯한 서민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경제정책운용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관련 선제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외치에 성공적인 박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정치경제 관련해법을 어떻게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