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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국정원특검·특위 대치 속 물밑협상 와중에 청와대-새누리당 간 역학구도가 새삼 조명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비록 행정-입법의 역할은 분리돼 있으나 여권이란 한 지붕 아래 식구들이다. 집권 초엔 청와대가 우위에 서나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되는 게 대체적이다.
청-여당 간 역학관계가 새삼 주목되는 건 새 정부 출범 초부터 정치블랙홀이 된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논란 때문이다. 야당공세에 줄곧 마이웨이 스탠스를 유지하며 한발 물러서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일말의 ‘여지’를 남긴 게 단초가 됐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국가기관 선거개입 특검제 도입 및 국정원 개혁특위구성 주장에 ‘여야합의’를 전제로 한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청와대의 스탠스는 ‘특위수용-특검불가’에 있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원내지도부는 같은 기조를 유지했으나 당내 일부반발을 불렀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친박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이른바 당내 매파(강경파)들이 주축이다. 이들 매파는 국정원 사안 뿐 아닌 직권상정강행,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 최근 주요 현안에서 당내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현재 박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비서진이 ‘비둘기파(온건파)’가 아닌 ‘매파’로 구성된 것과 무관치 않다. 각종 주요 현안과 관련한 청와대-여당 간 ‘코드조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가의 시각은 집권 초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의사결정 구조 탓에 여당원내지도부 자율성이 다소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모아진다.
또 ‘주인’과 ‘지도부’가 다른 여야의 현주소와도 연계된다. 일례로 국정원 사안과 관련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표면적으론 황 대표를 향해 얘기하고 있으나 실상은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반대로 황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하고 있으나 실상 당내 친노 그룹을 겨냥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박 대통령 언급과 동시화 된 여당지도부의 행보가 마치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인상을 준 게 단초가 됐다. 하지만 원내지도부의 국정원개혁특위 수용은 내홍의 씨앗이 됐다. 친박인 국회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당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인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도마에 오른 국회선진화 법 역시 비슷하다. 최 원내대표 등이 여당 주도로 통과 후 1년 남짓 된 해당 법안을 두고 개정, 헌법소원 등을 거론하자 당내 소장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 중진의원들 역시 헌법소원에 반기를 들었다.
최근 이 같은 여당 원내지도부의 잇따른 행보는 청와대 주도의 일방의사결정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선진화 법을 고쳐서라도 중점법안들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행보 자체가 모두 청와대 의중이 깔린 거란 관측이 많다.
이처럼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다보니 무리한 결정들이 잇따른 동시에 당내 빈번한 반발을 불러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집권 초반 아직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 푸른 상황인데다 여당지도부 역시 친박계로 구성되면서 당청 관계가 상하수직의 양태인 게 현실이다.
정가에선 사실상 여당의 ‘주인’이 박 대통령인 상황인데다 더욱이 친박계 지도부여서 역학관계 및 실권을 다투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또 박 대통령이 여당지도부에 실권 및 자율성을 좀 더 보장해주는 게 하나의 해법이란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