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네덜란드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국 측 입장이 고려된 측면이 크다. 지난 과거사 인식·갈등문제로 긴 대치국면을 잇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공식석상에서 함께 한다는 건 껄끄럽고 정치적 부담도 큰 탓이다.
|
그러나 아베 총리가 먼저 ‘고노담화’ 승계의지를 밝히면서 대화물꼬를 터고 나선 데다 버락 오바마 미(美)대통령의 다음 달 방일-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측 입장을 무작정 배제하기엔 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현재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또 일본과 대립 중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 핑 국가주석과의 남다른 인연 및 친분을 떠나 한쪽에 치우진 외교전을 펼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을 먼저 만나 전략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건 이런 현실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키려 한 측면이 커 보인다.
현재 일본과 대립 중인 중국 입장이 감안된 차원이다.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수용한 건 현재 일본의 역사인식을 용인하는 건 아니라는 나름의 의사표시를 시 주석에 전한 형국인 셈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선 한·중 정상회담 개최의 실질 배경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중 정상은 이번에 기존의 ‘북핵불용’ 입장을 재확인 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기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국 간 협력 사업들의 평가도 이뤄졌다.
시 주석은 한국의 중국군 유해를 중국으로 인계하는 조치에 사의를 표했다. 또 하얼빈 안중근 의사기념관을 건립도록 직접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양국 국민들 감정을 강화하는 좋은 중요한 유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자 박 대통령도 “우호 협력이 두터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더욱이 최근 남북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 측 시각도 이번 회담서 보다 분명해졌다. 시 주석은 “화해와 협력을 이루고 나아가 한반도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확고히 지지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 역시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관련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진 않았다. 하지만 관련협의는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 정상 간 만남이 애초 계획된 30분을 훌쩍 넘겨 62분간 진행된 데서도 받친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박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에 이은 두 번째로 중국을 택했다. 새 한국대통령이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건 기존 외교관례를 넘은 최초였다. 북한 문제의 시급함과 중국과의 경제협력강화 등에 큰 의미를 두는 ‘외교방향성’을 드러낸 반증 사례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비록 미국 측 조언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아베 총리와 국제적 공식석상에 함께 한다. 그러나 먼저 한·중 정상회담을 우선순위에 뒀다. ‘균형외교’의 변화는 아니란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한·중, 그 미묘한 틈새서 전개 중인 박 대통령의 ‘균형외교’가 어떤 역학으로 작용하고 평가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