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은 ‘균형외교’의 시험장이자 가늠자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G4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잡아야 하는 동시에 나름 실리도 추구해야하는 탓이다. 현재 미국은 한·일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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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미사일방어시스템(MD)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MD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전통우호국인 미국의 요청에 청와대가 사뭇 난처한 채 신중함과 고심이 혼재된 상황에 직면한 양태다. 중국·러시아 측 반발이 심화될 수 있는 탓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한에서 MD관련 한국의 ‘답’을 요구할 공산이 높다. 하지만 미국 요구를 들어줄 경우 중·러 와의 안보협력에 균열이 일수 있는데다 한·중FTA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차질은 물론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을 자극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딜레마’와 청와대의 ‘고심’이 혼재된 핵심배경이다. 득과 실이 혼재하는 국제외교무대에서 ‘균형’과 ‘해법’의 공존이 얼마나 어렵고 난해한가를 반증하는 측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매개로 한 3각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한 대응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핵 해결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한국정부로선 동북아 안보딜레마에 봉착하게 됐다.
미국의 MD에 어떤 형태로든 편입·지지의사를 표명할 경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한·중 경협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한·방일 역시 MD체계에 대한 한·일의 지지·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가 깔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엔 일본의 전략적 입장도 끼여 있다. 중국에 맞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핵’ 관련 한·미 안보 공조를 통해 사실상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미국의 MD체계 편입요구를 쉬이 수용하긴 어렵다. 중국과의 우호협력관계가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일 간 연합훈련을 포함한 국방안보훈련 강화필요성을 정상회담에서 제기했다. 아베 총리도 한·미-한·일 동맹의 상호보완성을 언급하면서 3국 간 북핵 대응 및 한미·미일 연합훈련 공조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확답을 않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북핵 해결을 위해 미·중·일·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가운데 실타래마냥 꼬인 외교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셈이다. 미·일 주도의 MD체계는 중·러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 되면 박 대통령의 ‘북핵불용-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빛이 바래질 상황에 직면케 된다.
이뿐만 아닌 경제 분야로의 파장 역시 예상된다. MD체계로 불거진 한-중 간 균열은 13억 인구의 중국내수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박 대통령의 경제협력구상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시진 핑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올해 한중FTA를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한·중 경협을 강조한 상황에서 MD체계논란이 불거질 경우 한·중FTA 논의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러시아와의 경협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인 가운데 러시아의 협력 없인 실현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의 MD시스템 협력 및 한·미·일 군사정보양해각서(MOU) 체결이 탄력을 받게 된 상황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이르면 다음 달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미·일 안보토의(DTT)’ 의제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특히 미국은 지난 과거사문제로 갈등을 겪는 한·일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MD시스템으로 북한뿐 아닌 중국에 대해 공조해 주길 내심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의 위협을 빌미로 결국 중국 견제가 목적인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될 경우 중국을 자극하는 등 안보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국정부는 북미사일을 요격할 한국형 MD구축에 나서 미·일주도 MD편입을 극구 부인중이다. 하지만 ‘한국형 MD-군사전력’의 상호운용성은 인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결국 미국 주도 MD에 편입되는 수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중 간 이해관계와 동북아안보 균형감각 틈새에서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어떤 ‘해법’으로 대처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