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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성형수술 파문 전모

남현희 선수, 감독 사전허락 여부 논란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1/10 [21:45]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25·서울시청) 선수의 성형수술 파문과 관련해 상습적 약물 복용자에게나 주어진다는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는 지나치다는 비난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애초에 남 선수가 사전 허락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2005년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 펜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 있는 남현희 선수는 처음 문제가 불거지자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해 허위 진술을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격정지 2년 가혹” 협회 비난 여론

남현희 선수는 지난 12월 16일 눈썹이 눈을 찔러 염증을 일으키는 증상을 막기 위한 눈꺼풀 수술을 받으면서 의사의 권유로 양볼에 간단한 지방이식수술을 받았고,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대표팀 합숙훈련을 충실히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 선수는 사건 직후 작성한 경위서에서 “팀 감독(조종형)의 허락을 받고 쌍거풀 수술을 하는 김에 평소에 콤플렉스를 느끼던 볼까지 수술을 확대하게 됐다”며, “선수촌 퇴촌 기간에 할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부기가 심할 텐데 연말이면 사람들 만날 자리도 많아지고 시합 시즌도 다가와 부담이 됐다”고 수술 강행 이유를 진술했었다.
남 선수는 12월 31일 열린 대한펜싱협회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코칭스태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수술을 강행해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펜싱협회가 6일 마라톤 회의 끝에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리자, 남현희 선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징계에 충격을 받으면서 “사실은 대표팀 코치의 허락 하에 수술을 받았다”고 기존의 진술을 번복했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대표팀 감독 허락 하에 수술 받았다”
남 선수는 “처음에 대표팀 코치에게 쌍거풀 수술과 지방 이식수술 등 안면 성형 수술을 받겠다고 요청을 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속팀 감독에게 말씀을 드렸다. 소속팀 감독과 대표팀 감독이 상의해 결국 성형 수술을 허락했고,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허리 등의 부상이 심해서 재활훈련만을 하면서 어차피 검을 제대로 잡지 못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조속히 수술을 마치고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코치를 따돌리고 남현희의 수술을 허락하는 월권을 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조종형 서울시청 감독도 “사실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려 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조 감독은 “하지만 사실상 은퇴권고나 다름없는 자격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는 상습적인 약물복용 처벌에나 해당하는 것”이라며, “선수가 두 번 죽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서 진실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남현희는 성형수술에 앞서 12월초 윤남진 대표팀 감독의 허락을 받았다”며, “협회 진상조사에서는 코칭스태프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내 지시만 받고 현희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입을 모으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남진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훈련 기간 중 수술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호 플뢰레 남자 대표팀 코치는 “수술을 하겠다고 말해 코치들이 1월에 주어지는 열흘간의 휴가기간을 이용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윤남진 대표팀 감독은 남 선수의 진술번복 이후에도 “조종형 감독에게 지난달 초순 남현희의 수술에 대한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가타부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윤남진 감독, 알리바이 조작 시도 의혹
이와 관련 윤남진 감독이 12월 22일 펜싱협회 강화위원장인 김국현 전무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남현희가 수술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봤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윤 감독이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남현희가 수술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엿새 전인 12월 16일이었는데, 한 신문사가 ‘한해를 빛낸 스포츠인’으로 2005세계펜싱선수권대회 단체 금메달의 여자 플뢰레팀을 선정, 22일 사진을 찍기로 되면서 수술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대표선수의 신상문제나 휴가는 강화위원회 보고사항인데, 보고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윤남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들이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남현희를 구슬러 말을 맞췄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22일 윤 감독의 전화를 받은 김국현 전무는 “열흘간의 신년 휴가 때 수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답했고, 윤 감독의 전화를 받은 뒤 곧장 여자 대표팀 플뢰레 이성우 코치에게 직접 전화를 건 뒤 남현희가 벌써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만약 재조사에서 수술허락을 받았다는 남현희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펜싱협회는 일단 남현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괘씸죄? 펜싱협회에 2년간 해체 명하고 싶다”
한편 남현희 선수의 진술 번복이 있기 전부터 징계수위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사안에 비해 너무 과한 징계라는 비판이 일어난 것이다. 징계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사가 올라간 각 포탈 사이트에는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네이버에서 keyic이란 아이디는 “한국선수들 금메달 따면 뭐하나. 협회만 커지고.... 선수들은 일본가거나. 코치나 하지. 협회가 잘 되는 곳은 하나도 없다. 국내스포츠가 일본스포츠보다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비리한 협회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hshan19도 “맞어. 외국가면 더 좋은 대우,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수 있다”고 동조하며 “기회되면 나가는게 상책. 돈있음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고, sorenn은 “괘씸죄에 걸렸나? '자질 없는 펜싱협회에 2년간 해체를 명함.'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라고 남겼다.

kreports는 “2년간 자격정지 기준이 뭔데? 중징계를 줘야 지들의 목아지가 남아난다는 얘긴가?”라며, “혹시 돈 받고 대표선수 뽑은건 아닌지? 혹시,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없었는지 묻고싶구려~ 이 기회에 펜싱선수들 불만, 인간이하의 대접, 성희롱, 성추행 등이 있으면 다 불어~ 곪은데 있으면 빨리 치료해야지~”라고 스포츠계의 병폐들에 대해 지적했다.

남현희 선수의 경우 진술번복 이전, 징계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결국 은퇴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정도로 잘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불이익을 받아 억울하더라도 함께 땀흘렸던 코칭스태프를 보호하는 대신 대표팀 방출까지는 감수하려 했음을 내비쳤다.

스포츠조선의 류동혁 기자도 칼럼을 통해 “하필 태릉선수촌 합숙훈련 도중 성형수술까지 해야 했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태극마크를 단 이상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점은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자격정지 2년은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징계를 발표한 6일 오원석 펜싱협회 부회장은 “선수 개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조치이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대회를 앞두고 펜싱계 전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해 본보기 때문에 징계 강도가 높았음을 인정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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