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여행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무의미하고 반복되는 현실보다는 자극적이고 신선한 여행이나 멋진 연애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여행이나 연애만으로 일생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이탈해 모험을 즐긴다. 그러나 언제나 여행보다 현실이 어렵고, 모험보다는 현실 속의 삶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세계적이 대 스타와 결혼을 한 여성이 행복할까? 아니면 화려한 여배우와 함께 사는 남성이 행복할까?
언제나 환상보다는 현실이 어렵고, 모험보다는 바로 지금의 삶이 문제다. 예측불허의 자극적인 여행이 즐거운 것은 돌아갈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일주 여행을 하고 싶고, 10년만의 외출이라는 낭만적인 소설 같은 인생으로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이야기하는 장자는 자연을 이루는 모든 객체가 다 자신에게 맞는 역할과 행복이 따로 있다고 말을 했다. 우리의 마음속에 현실의 모든 것을 잊고 배낭하나 메고 세계를 일주하는 여행을 하고 싶고, 짜릿하고 환상적인 연애를 하면서 살아가고 싶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나 주어진 여건이 매어 있고, 당장 살아갈 현실 속을 벗어날 수 없기에 꿈과 환상만으로 이 세상을 살 수 는 없는 것이다.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할 수는 없다’ 곧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환상이나 이룰 수 없는 꿈은 꿈으로 끝나야지, 현실의 틀을 벗어나 그것을 쫓다보면 결국은 환상은 이룰 수 없는 꿈으로 허망하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가 똑 같이 삶을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 세상이다.
21세기를 맞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미처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급격히 변해 가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시대를 뒤쫓아 가고 있다. 안방에서 컴퓨터 한 대로 전 세계의 상황을 읽을 수도 있고, 영상매체로부터 지구촌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변해버리는 시대의 변화에 깜짝깜짝 놀래곤 한다. 고전에서 ‘장자’의 양생주편을 읽어보면 ‘늪지에 사는 꿩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 열 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한 번 쪼아봐야 하며, 백 걸음을 옮겨서야 겨우 한 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꿩은 사람이 만든 우리 안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꿩은 왕처럼 대접을 받아도 자유가 없어 좋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는 우화가 있다. 우리는 혹시 우리 속의 꿩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화려한 환경만을 탐해 자신이 사슬에 묶인 존재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장자’의 재물 편에는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 병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불구가 되지만, 미꾸라지는 습한 곳에 살면서도 멀쩡하지 않는가. 사람이 나무 위에 있을 경우 무서워서 벌벌 떨지만, 원숭이들은 나무 위에서 재주를 부리며 돌아다녀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라는 우화가 나온다.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난 우리 모두는, 꿩이 먹이를 얻으려고 백 걸음, 천 걸음을 걷는 것처럼,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가는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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